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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7화 참거나 잔인하거나

  • “네!”
  • 그녀들은 나른하게 대답하고는 하얗고 보드라운 모래를 몸에 뿌린 채 실눈을 뜨고 즐기는 모습이었다.
  • 나는 손에 활을 들고 숲으로 향했다. 섬은 면적이 작지 않아 보였고 숲은 드문드문 이어져 있었다. 나는 호수 앞에 다가가 물을 조금 묻혀 맛을 보았다. 물은 바닷물의 짠맛이 아닌 담수였고 아마도 빗물이 고여서 형성된 것 같았다. 히히힝하는 이상한 소리에 나는 고개를 들었고 커다란 나무 뒤편 풀밭에서 얼룩말 같은 동물 몇 마리가 고개를 숙이고 풀을 뜯고 있었다. 그중 좀 작은놈이 나를 발견했고 그 소리는 아마도 그놈이 낸 것 같았다. 이 동물들은 크기가 얼룩말과 비슷했고 몸에도 마찬가지로 흑백의 줄무늬가 있었지만, 허리 부분부터는 무늬가 사라지고 흑갈색으로 되어 있었으며 네 발굽은 또 새하얀 것이 이상해 보였다. 이건 또 뭐지? 얼룩말과 그냥 말이 합체한 것 같은 느낌이다. 이 섬에는 기괴한 생물이 아직 얼마나 더 있으려나... 나는 한숨을 쉬었다. 녀석들이 풀을 뜯는 걸 보니 별로 공격성이 없어 보이기에 아예 다가가 가까이에서 관찰하려 했다. 괴상한 말들은 경각성이 도도새보다는 아주 높았고 내가 십여 미터쯤 되는 곳까지 접근하자마자 비교적 건장해 보이는 말 한 마리가 히히힝하고 울음소리를 냈으며 모든 말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먼 곳을 향해 달려갔다. 얼룩덜룩한 갈기는 서쪽으로 서서히 지는 햇빛 속에서 휘날렸고 다다다하는 다급한 발굽 소리는 마치 북 장단 같았다. 나는 그것들을 멀리 떠나보내고는 시야를 가린 나무 몇 그루를 비켜 가다 갑자기 멍해졌다. 나는 보았다... 영원히 생각지 못할 것을! 작은 초가집을! 집은 원형이고 곡창을 방불케 하였는데 길고 누런 풀들이 지붕 아래로 처져 있었다.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창문은 안이 깜깜하여 뭐가 들어있는지는 잘 보이지 않았다. 안에 혹시 사람이 사는 건 아니겠지! 막 가보려던 차에 갑자기 그녀들의 겁에 질린 비명이 들려왔고 나는 급히 고개를 돌렸으며 그녀들이 백사장에서 달리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녀들의 뒤로 한 무리의 바다거북이 쫓고 있었고 앞장선 바다거북은 뜻밖에도 맷돌만 한 크기였다. 아마도 바다거북알을 먹은 게 발각된 듯하였다.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물고 늘어질 필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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