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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훔쳐보면 안 돼

  • 밖에서는 문 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돌고 난잡한 발걸음 소리가 울리더니 곧 누군가 방문을 힘껏 두드렸다. 누군가 밖에서 큰 소리로 What are you doing 따위를 외치고 있었다. 나는 총으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는 두 사람을 겨누며 독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붉은 머리 여자는 가련한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입에서는 크게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유럽 영화에서 비슷한 소리를 들어봤던 것 같다. 밖에서는 괴성과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렸고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도 들려왔다. 곧 발걸음 소리가 울렸다. 아마도 떠난 것 같다. 그녀는 한참을 소리 내고 있었고 나는 밖에 별다른 인기척이 없는 걸 확인하고는 그들의 벨트로 둘을 한데 묶고 입을 틀어막은 뒤 선실 안을 뒤졌다. 나는 약간의 약품이라도 찾기를 바랐지만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나오지 않았다. 도둑은 헛걸음하지 않는다고 내친김에 그녀의 거울이며 립스틱이며 손톱깎이 등 자질구레한 물건들을 챙겼다. 혜미네가 좋아할 것 같았다. 나는 할 수 없이 종이와 아이브로우 펜슬을 찾아서 종이 위에 캡슐을 그리고는 뒤에 물음표 몇 개를 적어서 그들에게 보여줬다. 둘은 망연자실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십자가가 새겨진 박스를 그려서 다시 보여줬다. 그들은 마침내 뜻을 알아차렸다. 바디랭귀지를 통해 나를 데리고 약품을 가지러 갈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나는 신중을 기하기 위해 주먹을 휘둘러 여자를 기절시켰고 잘 묶어서 침대 아래에 밀어 넣고는 남자에게 옷을 입고 약 가지러 가자고 했다. 그의 옷장에서 스냅백을 찾아 얼굴을 가릴 정도로 눌러 쓰고는 총을 그에게 대고 선실을 나섰다. 그는 나를 데리고 모퉁이 하나를 돌았다. 시선을 돌리자마자 나는 멍해졌다. 적어도 서너 자루의 총이 나를 겨냥하고 있었다. 윌슨이 쌍발엽총을 손에 쥔 채 바로 앞에 서서 나를 보고 있었다.
  • ‘젠장! 그 여자한테 속았구나!’
  • 나는 그제야 알아차렸다. 아마도 그녀가 크게 소리 내면서 뭔가 정보를 흘린 듯하다. 사실 그들은 떠난 척하고는 몰래 무기를 가지고 되돌아왔던 것이다. 나는 총으로 그 남자의 뒤통수를 겨누면서 일부러 포악하게 그들과 대치를 했다. 속으로는 어떻게 도망갈지 재빠르게 생각을 굴렸다. 하지만 곧 등 뒤에서 발걸음 소리가 울렸고 여러 명의 남자가 내 뒤 복도에 나타났다. 똑같이 총 두 자루가 나를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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