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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불씨 좀 빌릴게요

  • “여택아?”
  • 갑자기 들려온 부름 소리에 나는 긴장한 기색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수림 속에서 두 여자가 걸어 나왔다. 장신의 여인은 다름 아닌 내 사촌 누나 여혜미였다.
  • 나는 입가를 씰룩이며 누나의 이름을 부르고 싶었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목 안이 텁텁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여혜미의 뒤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나왔다. 남녀노소 많은 사람이 살아 있었다. 그제야 나는 나와 티나가 유일한 생존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우리는 파도에 밀려 마지막으로 무인도에 착륙한 사람들이었다.
  • “저희 생존자는 총 28명, 남성 7명, 여성 21명입니다. 저는 우선 가장 시급한 세 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첫째, 우리의 위치! 둘째, 구조대 올 때까지 버틸 수 있느냐! 셋째, 살아서 구조대를 기다릴 수 있느냐!”
  • 지금 열변을 토하고 있는 기골이 장대한 저 남자는 박준이라고 부르는 비행기 부조종사였다. 비행기 조종실의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했다. 박준의 말에 따르면 위급한 상황에서 바로 자신이 비행기 착륙 방향을 틀어 바다에 착륙했기 때문에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 그래서 내가 깨어나기 전에 저 남자는 이미 생존자들 사이에서 임시 리더로 내정된 것 같았다.
  • “우리가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말이오? 이건 그쪽이 우리한테 해명해야 할 일이잖소! 비행기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겼던 거요!”
  • 대머리의 중년 남자가 분개해서 소리쳤다.
  • 박준은 그 남자를 향해 빙그레 미소 짓더니, 갑자기 주먹을 들어 남자의 배를 내리쳤다. 중년 남자는 끙하는 신음과 함께 배를 끌어안았다. 박준은 이 틈을 타 무릎으로 중년 남자의 턱을 가격했다.
  • 중년 남자가 중심을 잃고 쓰러지자 박준은 발을 들어 남자의 가슴을 밟았다. 중년 남자는 몇 번 허우적대더니 정신을 잃었다.
  • 박준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사람들을 둘러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 “지금 우리는 가장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남으려면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제 생각에 동의하시나요?”
  • 사람들은 침묵했다. 박준의 조금 전 행위가 뭇사람들의 반감을 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박준과 같이 강직한 성격을 가진 자만이 사람들을 리드할 수 있을 것이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박준을 리더로 인정하겠다는 뜻이었다.
  • 사람들은 아득한 상황에서 쉽게 다른 사람의 생각을 따라간다. 점점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입술을 질끈 깨문 티나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내가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 “여혜미, 이리 와!”
  • 내가 사촌 누나를 향해 손짓했다. 그녀는 곱지 않은 시선으로 나를 흘겨보더니 순순히 걸어 나와 내 옆에 섰다.
  • 박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날이 선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물었다.
  • “그쪽은 다른 생각이 있나 봐요?”
  •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
  • “나는 좀 겁이 많은 사람이라서요. 하지만 나는 운명은 내 손에 달려 있다고 믿어요. 살기 위해 발버둥 치다가 죽으면 최소한 후회는 없을 거잖아요!”
  • “그래요!”
  • 박준과 나는 멀찌감치 서서 서로를 한참이나 쏘아보았다. 결국 그는 시선을 돌려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 “저 친구랑 같은 생각인 분이 또 있나요?”
  • “나도 혜미랑 함께 가겠어요!”
  • 스튜어디스 유니폼을 입은 한 여자가 앞으로 나서더니 우리 옆에 와서 섰다. 나는 그녀들을 이끌고 바닷가를 걸으면서 간단한 통성명을 마쳤다.
  • 그렇게 나와 사촌 누나 여혜미, 부잣집 아가씨 티나, 그리고 여혜미의 절친 심윤아까지 한 팀을 이루었다.
  • 우리보다 조금 일찍 이 무인도에 착륙한 그녀들은 의식을 되찾은 뒤, 박준의 인솔 하에 무인도를 탐색하며 출구를 찾았다고 한다. 한창 걷고 있는데 갑자기 옆에 있던 티나가 새된 비명을 질렀다.
  • 티나가 나에게 물었다.
  • “왜 사람들과 함께하지 않아요? 사람이 많으면 힘도 더 커질 것 아니에요!”
  •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 “박준이 멍청이니까요. 정신을 차리고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물자를 수집하는 것이지 길을 탐색하는 게 아니거든요!”
  • “물자 수집이요?”
  • 티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맞아요!”
  • 나는 바다에 뛰어들어 부서진 비행기 파편 하나를 집어 들고는 모래사장을 향해 던졌다.
  • “이게 무슨 쓸모가 있죠?”
  • 티나는 참으로 단순한 여자였다. 그녀는 달려가서 그 파편들을 손에 들고 요리조리 살펴보았다.
  • 나는 굳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말했다.
  • “지금부터 구조대가 오기 전까지 우리 팀은 손 놓고 있는 사람을 공짜로 먹여 살리지 않을 거예요. 먹고 마시면서 살고 싶으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해요. 지금부터 다들 나와 함께 물건들을 건져 올려요!”
  • 여혜미가 가장 먼저 바다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나와 함께 바다에서 잡동사니들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 이어서 심윤아도 뛰어들었다. 나는 그녀들에게 최대한 많은 양의 금속 파편들을 건져 올리라고 시켰다. 금속의 제련은 원시사회로부터 오랜 시간의 발전을 거쳐서야 연구해낸 것이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에겐 금속을 제련할 만한 조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았다.
  • 우리를 본 박준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그는 사람들을 이끌고 달려오더니 덩달아 물건들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 그들은 우리들보다 인원수가 월등히 많았다. 박준이 뭐라고 지시했는지 패거리들이 일부러 우리를 에워싸더니 내가 손을 뻗을 때마다 잽싸게 가로채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심윤아의 손에서 큼지막한 과자봉지를 빼앗아 가는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어야 했다.
  • 부아가 치민 여혜미가 욕설을 퍼부으려 했지만, 나한테 제지당했다.
  • 나는 먼 곳을 한번 바라보고는 그녀들을 향해 그만 됐다고 돌아가자고 지시했다. 더 있다가는 큰일이 날 테니까.
  • 육지로 돌아온 뒤, 나는 여자들을 시켜 수집한 물건들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옮기게 하고, 홀로 시체들 가까이 다가가 그것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 시체 처리란 말 그대로 챙길 걸 챙기고 쓸모없는 것들을 철저히 처리하는 것이다. 나는 시체의 옷을 벗기고 몸 곳곳에서 허리띠, 지갑 등 액세서리들을 챙겼다. 그리고 팬티만 걸친 시체들은 바다에 던졌다.
  • 내 행동을 본 박준이 나를 비웃기 시작했다. 여혜미와 여자들도 얼굴을 가리거나 시선을 회피했다. 그녀들은 이런 내가 창피했던 모양이다.
  • 저 인간들은 상황을 파악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았다. 그들은 이런 환경에서 생존이 최우선이고 체면 같은 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것을 모르는 듯했다.
  • 조급해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삼일 정도 지나고 나면, 혹은 그전까지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저들은 아마 시체마저 뜯어먹으려 들 것이다…. 나는 그 꼴을 두고 볼 수 없었다!
  • 나는 시체들을 전부 바다에 던지고 잡동사니들을 챙겨 팀원들에게 다가갔다. 세 여자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시체들을 바다에 버리지 않으면 썩게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모래사장과 공기를 오염시킬 것이고 우리는 전염병에 걸릴 수도 있어요. 이곳에는 의약품도 부족해서 그렇게 되면 다 같이 죽는 길밖에 없어요. 그리고 다 죽은 사람들한테 이따위 물건이 무슨 소용 있겠어요. 하지만 이것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죠! 내 설명은 이게 다예요!”
  • 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내 진솔한 표정에 여자들은 서로 번갈아 보더니, 티나를 제외한 두 사람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 사실 나는 한가지 이유만 설명하고 다른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내가 시체를 바다에 버린 건, 전염병을 예방할 목적 외에도 저 시체들이 박준 패거리들의 먹이가 될까 염려해서였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시체들을 미끼로 근처에 서식하는 어류들을 잡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 미끼를 만들 줄 아는 자가 진정한 낚시꾼이다. 저 시체들이 바로 내가 만든 미끼였다.
  • 우리가 한창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저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이 들렸다. 밀물이 들어오고 있었고, 박준 패거리 중 두 명이 밀물에 밀려간 듯했다.
  • 현장 관찰도 하지 않고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결과였다.
  • 세 여자는 파도에 쓸려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고개를 들어 이 무인도를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 “가요. 이제 집을 찾아 정착해야죠.”
  • “집이요….”
  • 내 말에 세 여자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 “마음 편히 잠들 수 있는 곳이 집이죠!”
  • 빙그레 웃으며 말을 마친 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들을 바라보았다.
  • “기억해요! 지금은 편하게 잠을 자고 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우리 집이에요!”
  • 하지만 그녀들은 나처럼 낙관적이지 못했다. 모두가 고민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따라 무인도를 걷기 시작했다.
  • 이곳은 면적이 상당한 무인도였다. 그래서 쓸만한 무기도 없이 깊이 들어갈 용기가 없었다. 괜히 깊이 들어갔다가 위험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우리는 대처할 힘이 없었다.
  • 군대에서 생활할 때 나는 야외생존 테스트에서 한 번도 만점을 놓친 적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상황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고 여러 사람이 무리 지어 생활하는 것을 거절했다.
  • 사람이 많으면 힘은 커지겠지만, 사람이 많다는 건 수시로 복잡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고 리더의 책임감이 막중해진다는 것도 의미한다.
  • 예전에 배웠던 대로라면 야외에서 생존할 때 가장 이상적인 야영지는 물과 가까운 곳이어야 한다.
  • 하지만 이곳에는 조건에 부합되는 곳이 없었다. 나는 한발 물러서서 바람을 등진 곳으로 정했다.
  • 이 무인도는 전형적인 아열대 기후를 가진 지역이었다. 지금은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라 별로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바다와 인접하고 있어 밤이 되면 바닷바람 때문에 상당히 추울 것으로 짐작된다.
  • 바람은 아주 빠르게 인체의 열을 떨어뜨린다. 동시에 불을 지피고 요리를 하는 데도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큰 바위 밑에 움막을 치기로 했다.
  • 나는 주어온 비행기 잔해와 나무토막으로 투박한 도끼를 하나 만들고, 그것으로 나뭇가지를 자르고 주어온 청바지를 찢어서 나뭇가지들을 고정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간단한 움막의 기초가 완성됐다. 그런데 움막이 너무 작아서 네 명이 들어가 누우면 좁아터질 것 같았다.
  • 여혜미가 미심쩍은 표정으로 나에게 물었다.
  • “왜 이렇게 작게 지었어? 너 여자랑 붙어서 자려고 일부러 그랬지?”
  • 나는 짜증스럽게 그녀를 흘겨보고는 이유를 설명했다.
  • “움막이 작으면 바닷바람의 저항도 적게 받아서 바람에 무너질 위험도 적어. 그리고 밤에는 추워서 넷이서 붙어서 자면 추위를 덜 느낄 거야. 가장 중요한 건 이런 작은 움막은 뱀이나 산짐승들의 습격도 예방할 수 있어.”
  • 내가 당당하게 얘기하자 여혜미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입을 다물었다.
  • 작은 움막이었지만 다 완성하기에는 손이 많이 갔다. 완성하고 나니 이미 날이 저물어 있었다.
  • 작업이 끝난 우리가 서로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는데 어딘가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렸다. 티나가 쑥스러운 얼굴로 배를 만지더니, 어디 구멍이라도 있으면 기어들어 갈 기세로 고개를 푹 숙였다.
  • 그러고 보니 우리가 무인도에 추락한 지도 반나절이나 지났다. 티나 같은 부잣집 아가씨들은 평소 적게 먹고 적게 운동했을 것이다. 배가 고플 만도 했다.
  • “우리 먹을 것을 찾을 수 있을까요?”
  • 심윤아도 배가 많이 고픈 듯했다.
  • “당연하죠!”
  • 내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세 여자의 얼굴에 예쁜 미소가 피어올랐다. 나는 계속해서 말했다.
  • “하지만 오늘은 안 돼요. 우선 식수를 만들어야겠어요! 인간은 식량 없이 한 달을 버틸 수 있지만 물 없이는 사흘도 버티지 못해요.”
  • “물도… 나가서 구해야 하잖아요?”
  • 티나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말뜻인즉 이참에 먹을 것도 구해다 달라는 얘기 같았다.
  • “식수는 우리 스스로 만들 수 있어요!”
  • 나는 마른 풀떼기와 나뭇가지들을 주워다 놓고 신발 끈 하나를 꺼내 나무를 문지르는 방법으로 손쉽게 불을 지폈다.
  • 모닥불이 붉게 타오르며 우리들의 얼굴을 비추었다. 비록 연기가 좀 맵기는 했지만 우리는 환호를 질렀다.
  • 무인도에 지핀 모닥불에 얼어붙은 마음도 조금씩 녹고 있었다!
  • “물은… 어떻게 제작하실 건가요?”
  • 티나가 마른 침을 삼키며 나한테 물었다. 많이 배고파 보였다.
  • “물은 간단해요.”
  •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담담히 말을 이었다.
  • “하지만 지금은 우리의 재산을 잘 지키는 게 우선이에요!”
  • “재산을 지켜요?”
  • 티나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나는 대답 대신 빙그레 웃으며 어둠 속에서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그림자들을 바라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박준이 남자 넷을 이끌고 우리 앞에 나타났다.
  • “솜씨 좋네요! 이렇게 빨리 불도 피우시고!”
  • 박준이 싱글벙글 웃으며 나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 “별거 아닌데요, 뭘!”
  • 나는 손을 등 뒤로 감춘 채 날이 선 표정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 박준은 어색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 “잘됐네요. 불씨 좀 빌릴게요!”
  • 그의 뒤에 있던 두 남자가 각자 천으로 감싸서 만든 간이 횃불을 들고 조용히 다가왔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모닥불 앞을 막아서고는 등 뒤에 숨기고 있던 도끼를 꺼내 들고 외쳤다.
  • “안됩니다!”
  • 박준이 잠시 멈칫하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형씨, 어쨌거나 동고동락하는 사이인데 이거 너무 이기적인 거 아니요?”
  • “내가 이기적이라고요?”
  • 나는 소리 내 웃기 시작했다.
  • “불씨 하나 빌리는데 다섯 명이나 몰려와 놓고,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내가 말 안 해도 본인들이 잘 알겠죠! 먼저 입가에 묻은 과자 부스러기나 닦고 나한테 이기적이라고 하세요!”
  • 그 말을 들은 박준이 입가를 쓱쓱 닦더니, 내 조롱 섞인 미소를 마주하고는 분노에 찬 눈길로 나를 쏘아보았다.
  • 나한테는 저 인간의 생각이 훤히 보였다. 박준은 지금 쌍방의 전투력을 가늠하고 있었다. 네 명의 남자를 이끌고 온 것도 말로 설득이 안 되면, 힘으로라도 밀어붙이려는 수작이었다. 박준이 중년 남자를 개 패듯이 팰 때부터 나는 저 인간이 뼛속부터 강한 통제 욕구를 가진 자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박준도 나처럼 냉정하고 이성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라서 리더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한 무리에서 우두머리가 두 명일 수는 없다!
  • 나는 높이 뛰어올라 머리 위에 있던 나뭇가지를 도끼로 잘랐다. 나뭇가지가 탁하는 소리와 함께 부러지고, 나는 조용히 그를 쏘아보았다.
  • 박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냉랭한 말투로 쏘아붙였다.
  • “그래요. 알겠어요! 하지만 당신, 언젠가는 후회할 거야!”
  • 말을 마친 그는 네 명의 남자를 이끌고 돌아섰다. 내가 그들의 뒷모습에 대고 소리쳤다.
  • “불씨가 필요하면 과자랑 바꿔요!”
  • 박준은 흥하고 코웃음 치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가버렸다.
  • “우리 이러는 거… 좀 너무하지 않아요? 어쨌거나….”
  • 티나가 안쓰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저들도 과자를 먹을 때 서로 도와야 한다는 자각은 없었잖아요!”
  • 여혜미가 냉소를 지었다.
  • “박준 저 자식… 흥!”
  • 다들 같은 생각임을 알아차린 티나도 더 캐묻지 않고 불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 “그러면… 이제 마실 물 좀 만드는 게 어때요?”
  •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
  • 내가 담담히 미소 지었다.
  • “아마 지금쯤 과자를 들고 이쪽으로 오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