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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죽음의 탐색1

  • “저기에 코코넛나무 몇 그루가 있어요. 코코넛에는 체력을 올려주는 등 인체에 필수적인 여러 가지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들어있어요. 우리로 말하면 아주 좋은 식량이죠.”
  •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 “지금 누가 가서 몇 개 따오겠어요?”
  • 높다란 코코넛나무를 보고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 “그럼 제가 할게요!”
  • 나는 코코넛나무를 향해 가면서 말했다.
  • “사실 나는 당신들에게 나무에 오르는 것을 가르칠 생각이었어요. 야외에서 야생동물의 습격은 늘 있는 일인데 나무에 오르는 것을 배우면 생존할 확률이 8할 이상이거든요. 내가 하는 동작을 잘 보세요!”
  •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손 혹은 한쪽 발을 나무에 감고 그 힘을 이용해 몸을 들어 올리는 거예요. 그리고 손과 발을 엇바꾸어 움직이면 넓적다리와 아랫다리로 나뭇가지를 감을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팔 힘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 나는 시범적으로 나무에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쭈르륵 내려왔다.
  • “이 방법은 확실히 간단하지만, 약점도 있어요. 비교적 약한 나무라야 이 방법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렇게 약한 나무는 야수가 아래에서 맹렬하게 공격하는 것을 견디어내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맹수를 피하고자 나무에 오를 때에는 될수록 실하고 튼튼한 나무를 선택해야 해요. 그럼 이 방법을 보세요…”
  • 나는 몇 걸음 물러섰다가 코코넛나무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이르러서 훌쩍 몸을 솟구쳐 두 손으로 나무를 잡고 두 발로 끊임없이 나무를 밟으며 순식간에 올라갔다.
  • “이 방법에는 복근의 힘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속도가 빠르고 적응성이 넓어요. 모두 한번 시험해 보세요!”
  • 나는 나무 위에서 코코넛 몇 개를 따 아래에 던지고 쭈르륵 내려왔다.
  • 코코넛을 쪼개서 모두 같이 나눠 먹은 후에 나는 그들 모두가 나무에 오르는 시험을 하게 했다.
  • 배우기는 어렵고 행동하기는 쉽다는 말이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재삼 가르쳤지만, 그들은 내가 가르쳐 준 두 번째 방법을 누구도 배워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어 중단하며 후에 차차 연습하라고 일러준 뒤 그들을 데리고 먹을 것을 찾았다.
  • “버섯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요. 색깔이 선명하지 않고 뚜렷한 냄새가 없으며 분비 액체가 없는 데다 어느 정도 큰 것이면 다 먹을 수 있어요. 모두 그늘진 곳을 잘 살펴보세요!”
  • 내가 지도한 대로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섯을 찾기 시작했다.
  • 눈이 유달리 예쁜 여인은 그냥 내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자 그녀는 달콤하게 웃으며 나를 향해 요염한 눈짓을 했다.
  • “전 애리라고 불러요. 당신은요?”
  • “여택!”
  • 내가 물었다.
  • “왜 버섯 따러 안 가요?”
  • 애리는 눈을 깜박거리며 방전하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 “제가 가장 따고 싶은 버섯은 당신 몸에 있어요. 따게 할래요?”
  • 내 몸의 버섯? 나는 한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그 뜻을 깨달았다.
  • 제기랄, 이건 사람을 놀리는 거잖아?
  • 이 여인이… 천성적으로 음탕한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그녀의 행동은 나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 “와, 이 개구리 정말 사랑스러워!”
  • 한 여인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른 머리를 돌렸다. 길이가 2, 3센티미터가량 되고 색깔이 선명하게 노란색인 개구리가 커다란 교목의 잎사귀 위에 엎드려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여인을 보고 있었다.
  • 그 개구리는 정말 사랑스러워서 다른 사람의 주의도 불러일으켰다. 나는 몇 사람이 그리고 다가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 “조심해요!”
  •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개구리가 입으로 안개 같은 액체를 내뿜었다.
  • 그러자 개구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 여인이 당장에서 쓰러지며 몸이 몇 번 경련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이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그 개구리 건드리지 말고 물러나요!”
  • 나는 큰소리로 외치며 나는 듯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 한 남자의 곁을 지날 때 나는 손이 닿는 대로 그 남자의 손에서 몽둥이를 빼앗아 들고 가로로 개구리를 후려쳤다.
  • 개구리는 골프공처럼 호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 내가 몽둥이를 던지고 그 여인을 보니 얼굴 색깔이 청자색으로 변했고 가슴은 이미 움직임을 멈추었다.
  • “이건 독 개구리인데 이 개구리가 한번 분사하는 독액이면 사람 10명을 죽일 수 있어요. 치료 약도 없고요! 아주 오래전에 인디언 인들이 이 독 개구리의 독즙을 화살촉이나 표창에 발라서 사용했어요. 그 화살이나 표창에 어디를 맞든 피만 보면 치료 약이 없어 그대로 죽어야 했죠!”
  •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
  • “구덩이를 파서 이 여인을 묻읍시다!”
  • 방금 전까지도 사람들은 대자연이 준 선물, 버섯을 따며 이 우림이 손님을 반긴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따뜻한 정감이 넘쳐흐르는 이 우림의 면사포 뒤에 수많은 치명적인 살기가 은폐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 생생하던 생명 하나가 이렇게 우리 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 사람들 모두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 여인을 묻은 후, 나는 그들이 따온 버섯을 나뭇가지에 꿰어 나무 위에 올려놓고 가벼운 몸으로 다시 그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갔다.
  • 그들은 이 버섯이면 이미 먹을 게 해결된 듯한데 왜 자꾸 앞으로 나가느냐며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나는 이치를 따져가며 엄숙하게 설명했다.
  • “내일과 의외의 일, 둘 중에서 어느 게 먼저 올지 모르는데 조건이 허락될 때 반드시 먹을 것을 많이 마련해야 해요. 버섯은 말리면 비상물자로 저장해둘 수 있어요. 게다가 내가 당신들을 밀림에 데리고 온 최종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야외 생존의 지식을 가르치려는 거예요.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당신들은 여기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 내 말에 도리가 있는 것을 보고 더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이내 내가 탐사를 했던 구역의 변두리에 이르렀다.
  • 또 앞으로 더 나아가며 울창한 수림을 가로질러 습지가 나타나자 누구나 입을 다물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홀린 듯이 감상했다.
  •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을 데리고 습지를 가로질러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 우리는 또 밀림에 들어섰다. 이 밀림은 나무가 더욱 울창하고 공기도 눅눅해서 한참을 걷고 나니 몸과 얼굴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끈적끈적했다.
  • 여기는 내가 한 번도 탐사를 못 해본 구역이었다. 이번에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 만약 치명적인 위험이 닥친다고 해도 내가 얼른 뒤로 물러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참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 만약 그들이 살아서 돌아간다면 나는 더는 따지지 않고 그들을 데리고 잘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을 거역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기가 저지른 죄악에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 간단하게 말하면 이 사람들은 내가 밀림을 탐사하는데 숨을 쉬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다.
  • 약 반 시간가량 걸어가다가 우리는 또 한 사람을 잃었다.
  • 그 대머리 남자가 독거미에 물려 죽은 것이었다.
  • 그 독거미는 상상외로 주먹만큼 컸는데 갑자기 거미줄을 타고 나무에서 내려와 그 남자의 목을 물었다.
  • 목은 머리와 가장 가까운 부위다. 대머리 남자는 비명 한번 못 지르고 쓰러져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 이는 모든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들은 돌아가자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 나는 도끼로 나무를 찍어 표적을 남겨놓고 마음을 다잡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우리는 아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찾지 못했어요! 이렇게 돌아가면 그냥 헛수고가 되잖아요?”
  • “그 가치가 있는 물건이란 게 뭐예요?”
  •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 나는 쌀쌀하게 웃었다.
  •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면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의가 있으면 물러가세요!”
  • 누구도 감히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도끼로 앞을 막는 나뭇가지를 쳐내며 계속 앞으로 걸었다.
  • 침묵을 지키며 한참을 걸으니 우리 앞에 키가 좀 작은 나무가 나타났다.
  • 이 나무는 잎이 파란데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노란색의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내가 하나를 뜯어서 껍질을 바르고 한 입 먹어보니 입맛이 차지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렇게 달지 않아 다소 떫고 씁쓰름한 느낌이었다.
  • 이는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바나나는 수없이 개량을 거친 품종이다. 그러니까 이 무인도의 바나나가 우리가 평소에 먹던 바나나보다 입맛이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절대로 독은 없었다.
  • 나는 사람들을 시켜 바나나를 따게 했다. 바나나를 말리면 저장에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 사람들이 흩어져서 바나나를 따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춤에서 코코넛 껍데기를 풀어내어 안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나무에 오르려고 앞을 살펴보는데 누군가 내 팔을 가볍게 당겼다.
  • 머리를 돌리고 보니 애리였다. 애리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 “여택 씨, 저 아주 중요한 일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따라오세요.”
  • 그녀가 무슨 꿍꿍이수작을 부리든 나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모든 사람과 일정하게 거리가 떨어진 곳의 큰 나무 뒤로 가서 몸을 돌리며 가여운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보았다.
  • “제발 빌게요. 저를 죽게 하지 말아 주세요!”
  • 그녀는 자기 가슴을 헤쳐 한 쌍의 풍만하고 희멀끔한 유방을 훌렁 드러내놓고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랑이라도 하듯 가슴을 꼿꼿이 세우며 내 손을 당겨 유두를 만지게 했다.
  • “여택 씨가 원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전 당신의 여인이에요. 저는 당신이 남자로서 가장 큰 즐거움을 누리게 할 수 있어요… 제발요… 저를 죽게 하지 말아주세요!”
  • 나는 놀랍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속마음을 알고 있다니, 정말 총명한 여인이었다! 누가 가슴이 큰 여자 머리가 둔하다고 했던가…
  • 나는 떠보듯 물었다.
  • “애리 씨 말뜻을 모르겠는데요!”
  • 애리는 바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 “전 맹세코 동료의 고기를 먹지 않았고 당신과 맞서지도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 이 여인이… 모든 걸 다 눈치채다니, 정말 대단했다. 그녀가 그냥 내 곁에 붙어서 내 환심을 산 것도 다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 내 마음속에 살기가 번뜩거렸다. 만약 이 여인이 내 속마음을 사람들에게 까발리는 날에는 아주 시끄러울 것이다.
  • “당신은 저를 죽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거예요. 저는 정말 사람고기를 먹지 않았으니까.”
  • 애리는 애잔하게 나를 보며 기관총 쏘듯이 말했다.
  • “저는 당신에게 매우 쓸모가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이 밤에 외롭지 않게 할 수 있고 총명한 내 머리로 당신을 도와 일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어요. 전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모든 신령에게도 맹세할 수 있어요. 앞으로 저는 목숨을 걸고 당신을 따를 거예요.”
  •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 “말해 봐요. 내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어요?”
  • 정말 그렇게 총명한지, 내가 자기를 시험한다는 것을 애리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빗방울을 머금은 배꽃처럼 눈부시게 웃으며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저쪽 곳곳에서 당황한 비명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