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 코코넛나무 몇 그루가 있어요. 코코넛에는 체력을 올려주는 등 인체에 필수적인 여러 가지 아미노산과 비타민이 들어있어요. 우리로 말하면 아주 좋은 식량이죠.”
나는 빙그레 웃으며 그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누가 가서 몇 개 따오겠어요?”
높다란 코코넛나무를 보고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그럼 제가 할게요!”
나는 코코넛나무를 향해 가면서 말했다.
“사실 나는 당신들에게 나무에 오르는 것을 가르칠 생각이었어요. 야외에서 야생동물의 습격은 늘 있는 일인데 나무에 오르는 것을 배우면 생존할 확률이 8할 이상이거든요. 내가 하는 동작을 잘 보세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한 손 혹은 한쪽 발을 나무에 감고 그 힘을 이용해 몸을 들어 올리는 거예요. 그리고 손과 발을 엇바꾸어 움직이면 넓적다리와 아랫다리로 나뭇가지를 감을 수 있게 되는데 그러면 팔 힘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요.”
나는 시범적으로 나무에 어느 정도 올라갔다가 쭈르륵 내려왔다.
“이 방법은 확실히 간단하지만, 약점도 있어요. 비교적 약한 나무라야 이 방법으로 올라갈 수 있는데 그렇게 약한 나무는 야수가 아래에서 맹렬하게 공격하는 것을 견디어내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맹수를 피하고자 나무에 오를 때에는 될수록 실하고 튼튼한 나무를 선택해야 해요. 그럼 이 방법을 보세요…”
나는 몇 걸음 물러섰다가 코코넛나무를 향해 총알처럼 달려갔다. 그리고 나무 아래에 이르러서 훌쩍 몸을 솟구쳐 두 손으로 나무를 잡고 두 발로 끊임없이 나무를 밟으며 순식간에 올라갔다.
“이 방법에는 복근의 힘이 많이 들어요. 하지만 속도가 빠르고 적응성이 넓어요. 모두 한번 시험해 보세요!”
나는 나무 위에서 코코넛 몇 개를 따 아래에 던지고 쭈르륵 내려왔다.
코코넛을 쪼개서 모두 같이 나눠 먹은 후에 나는 그들 모두가 나무에 오르는 시험을 하게 했다.
배우기는 어렵고 행동하기는 쉽다는 말이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재삼 가르쳤지만, 그들은 내가 가르쳐 준 두 번째 방법을 누구도 배워내지 못했다. 어쩔 수 없어 중단하며 후에 차차 연습하라고 일러준 뒤 그들을 데리고 먹을 것을 찾았다.
“버섯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요. 색깔이 선명하지 않고 뚜렷한 냄새가 없으며 분비 액체가 없는 데다 어느 정도 큰 것이면 다 먹을 수 있어요. 모두 그늘진 곳을 잘 살펴보세요!”
내가 지도한 대로 사람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버섯을 찾기 시작했다.
눈이 유달리 예쁜 여인은 그냥 내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를 보자 그녀는 달콤하게 웃으며 나를 향해 요염한 눈짓을 했다.
“전 애리라고 불러요. 당신은요?”
“여택!”
내가 물었다.
“왜 버섯 따러 안 가요?”
애리는 눈을 깜박거리며 방전하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가장 따고 싶은 버섯은 당신 몸에 있어요. 따게 할래요?”
내 몸의 버섯? 나는 한동안 멍해 있다가 겨우 그 뜻을 깨달았다.
제기랄, 이건 사람을 놀리는 거잖아?
이 여인이… 천성적으로 음탕한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꿍꿍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찌 되었든 그녀의 행동은 나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
“와, 이 개구리 정말 사랑스러워!”
한 여인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얼른 머리를 돌렸다. 길이가 2, 3센티미터가량 되고 색깔이 선명하게 노란색인 개구리가 커다란 교목의 잎사귀 위에 엎드려 두 눈을 크게 뜨고 그 여인을 보고 있었다.
그 개구리는 정말 사랑스러워서 다른 사람의 주의도 불러일으켰다. 나는 몇 사람이 그리고 다가가는 것을 보고 황급히 소리를 질렀다.
“조심해요!”
내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그 개구리가 입으로 안개 같은 액체를 내뿜었다.
그러자 개구리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그 여인이 당장에서 쓰러지며 몸이 몇 번 경련을 일으키는가 싶더니 이내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 개구리 건드리지 말고 물러나요!”
나는 큰소리로 외치며 나는 듯이 그쪽으로 달려갔다.
한 남자의 곁을 지날 때 나는 손이 닿는 대로 그 남자의 손에서 몽둥이를 빼앗아 들고 가로로 개구리를 후려쳤다.
개구리는 골프공처럼 호선을 그리며 멀리 날아가 더는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몽둥이를 던지고 그 여인을 보니 얼굴 색깔이 청자색으로 변했고 가슴은 이미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건 독 개구리인데 이 개구리가 한번 분사하는 독액이면 사람 10명을 죽일 수 있어요. 치료 약도 없고요! 아주 오래전에 인디언 인들이 이 독 개구리의 독즙을 화살촉이나 표창에 발라서 사용했어요. 그 화살이나 표창에 어디를 맞든 피만 보면 치료 약이 없어 그대로 죽어야 했죠!”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손을 흔들었다.
“구덩이를 파서 이 여인을 묻읍시다!”
방금 전까지도 사람들은 대자연이 준 선물, 버섯을 따며 이 우림이 손님을 반긴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들도 따뜻한 정감이 넘쳐흐르는 이 우림의 면사포 뒤에 수많은 치명적인 살기가 은폐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생생하던 생명 하나가 이렇게 우리 앞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이 사람들 모두 토끼가 죽으면 여우가 슬퍼하는 마음이 아닐까 싶어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여인을 묻은 후, 나는 그들이 따온 버섯을 나뭇가지에 꿰어 나무 위에 올려놓고 가벼운 몸으로 다시 그들을 데리고 앞으로 나갔다.
그들은 이 버섯이면 이미 먹을 게 해결된 듯한데 왜 자꾸 앞으로 나가느냐며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이치를 따져가며 엄숙하게 설명했다.
“내일과 의외의 일, 둘 중에서 어느 게 먼저 올지 모르는데 조건이 허락될 때 반드시 먹을 것을 많이 마련해야 해요. 버섯은 말리면 비상물자로 저장해둘 수 있어요. 게다가 내가 당신들을 밀림에 데리고 온 최종 목적은 이 기회를 빌려 야외 생존의 지식을 가르치려는 거예요. 고기를 주는 것보다 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아요. 앞으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겨도 당신들은 여기서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을 거예요!”
내 말에 도리가 있는 것을 보고 더는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그들을 데리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이내 내가 탐사를 했던 구역의 변두리에 이르렀다.
또 앞으로 더 나아가며 울창한 수림을 가로질러 습지가 나타나자 누구나 입을 다물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홀린 듯이 감상했다.
나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그들을 데리고 습지를 가로질러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우리는 또 밀림에 들어섰다. 이 밀림은 나무가 더욱 울창하고 공기도 눅눅해서 한참을 걷고 나니 몸과 얼굴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끈적끈적했다.
여기는 내가 한 번도 탐사를 못 해본 구역이었다. 이번에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은 앞으로 얼마나 더 갈 수 있을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서였다.
만약 치명적인 위험이 닥친다고 해도 내가 얼른 뒤로 물러나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참은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그들이 살아서 돌아간다면 나는 더는 따지지 않고 그들을 데리고 잘 살아갈 것이다. 하지만 내 말을 거역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들은 자기가 저지른 죄악에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이 사람들은 내가 밀림을 탐사하는데 숨을 쉬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다.
약 반 시간가량 걸어가다가 우리는 또 한 사람을 잃었다.
그 대머리 남자가 독거미에 물려 죽은 것이었다.
그 독거미는 상상외로 주먹만큼 컸는데 갑자기 거미줄을 타고 나무에서 내려와 그 남자의 목을 물었다.
목은 머리와 가장 가까운 부위다. 대머리 남자는 비명 한번 못 지르고 쓰러져서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는 모든 사람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그들은 돌아가자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도끼로 나무를 찍어 표적을 남겨놓고 마음을 다잡으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리는 아직 가치가 있는 물건을 찾지 못했어요! 이렇게 돌아가면 그냥 헛수고가 되잖아요?”
“그 가치가 있는 물건이란 게 뭐예요?”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떠들어댔다.
나는 쌀쌀하게 웃었다.
“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면 가치가 있는 것이지! 이의가 있으면 물러가세요!”
누구도 감히 나서는 사람이 없었다. 나는 도끼로 앞을 막는 나뭇가지를 쳐내며 계속 앞으로 걸었다.
침묵을 지키며 한참을 걸으니 우리 앞에 키가 좀 작은 나무가 나타났다.
이 나무는 잎이 파란데 나뭇가지와 잎 사이에 노란색의 바나나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내가 하나를 뜯어서 껍질을 바르고 한 입 먹어보니 입맛이 차지고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렇게 달지 않아 다소 떫고 씁쓰름한 느낌이었다.
이는 아주 정상적인 일이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바나나는 수없이 개량을 거친 품종이다. 그러니까 이 무인도의 바나나가 우리가 평소에 먹던 바나나보다 입맛이 부족한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절대로 독은 없었다.
나는 사람들을 시켜 바나나를 따게 했다. 바나나를 말리면 저장에 편리하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흩어져서 바나나를 따기 시작했다. 나는 허리춤에서 코코넛 껍데기를 풀어내어 안에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리고 나무에 오르려고 앞을 살펴보는데 누군가 내 팔을 가볍게 당겼다.
머리를 돌리고 보니 애리였다. 애리는 나지막한 소리로 말했다.
“여택 씨, 저 아주 중요한 일을 말씀드리려고 해요. 따라오세요.”
그녀가 무슨 꿍꿍이수작을 부리든 나는 두려울 게 없었다. 그녀는 나를 데리고 모든 사람과 일정하게 거리가 떨어진 곳의 큰 나무 뒤로 가서 몸을 돌리며 가여운 표정을 짓고 나를 쳐다보았다.
“제발 빌게요. 저를 죽게 하지 말아 주세요!”
그녀는 자기 가슴을 헤쳐 한 쌍의 풍만하고 희멀끔한 유방을 훌렁 드러내놓고 충혈된 눈으로 나를 바로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랑이라도 하듯 가슴을 꼿꼿이 세우며 내 손을 당겨 유두를 만지게 했다.
“여택 씨가 원하기만 한다면 앞으로 전 당신의 여인이에요. 저는 당신이 남자로서 가장 큰 즐거움을 누리게 할 수 있어요… 제발요… 저를 죽게 하지 말아주세요!”
나는 놀랍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내 속마음을 알고 있다니, 정말 총명한 여인이었다! 누가 가슴이 큰 여자 머리가 둔하다고 했던가…
나는 떠보듯 물었다.
“애리 씨 말뜻을 모르겠는데요!”
애리는 바로 눈물을 흘리며 나를 끌어안았다.
“전 맹세코 동료의 고기를 먹지 않았고 당신과 맞서지도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이 여인이… 모든 걸 다 눈치채다니, 정말 대단했다. 그녀가 그냥 내 곁에 붙어서 내 환심을 산 것도 다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 마음속에 살기가 번뜩거렸다. 만약 이 여인이 내 속마음을 사람들에게 까발리는 날에는 아주 시끄러울 것이다.
“당신은 저를 죽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될 거예요. 저는 정말 사람고기를 먹지 않았으니까.”
애리는 애잔하게 나를 보며 기관총 쏘듯이 말했다.
“저는 당신에게 매우 쓸모가 있을 거예요. 저는 당신이 밤에 외롭지 않게 할 수 있고 총명한 내 머리로 당신을 도와 일부 문제들을 해결해줄 수 있어요. 전 하늘에 맹세할 수 있어요. 모든 신령에게도 맹세할 수 있어요. 앞으로 저는 목숨을 걸고 당신을 따를 거예요.”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말해 봐요. 내 속마음을 어떻게 알았어요?”
정말 그렇게 총명한지, 내가 자기를 시험한다는 것을 애리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빗방울을 머금은 배꽃처럼 눈부시게 웃으며 입을 열려는 순간, 갑자기 저쪽 곳곳에서 당황한 비명이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