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화 선상 변고
- "이리 와!"
- 나는 물속에서 애리를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애리는 깔깔 웃으며 뱀처럼 물속으로 쏙 들어오더니 내 가슴 앞에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녀의 우뚝 솟은 가슴 위로 바나나 잎 몇 개가 흔들리고 있었다. 애리는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이글거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사랑이 넘쳤다. 하지만 그 모습은 오히려 터질 것 같던 나의 충동을 가라앉혔다. 마음속에는 알 수 없는 애련이 솟구쳤다. 나는 그녀를 살포시 품에 안아 긴 머릿결을 쓸어내렸다. 무슨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 “나는 이런 당신이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