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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4화 척살

  • 낮에 종일 바삐 보낸 여자들은 곧 모닥불의 따스함 속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멀지 않은 곳에 누워 묵묵히 하늘을 바라보았고 마음은 심란하기 그지없었다. 가령... 펜리르가 얘기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그럼 이 무인도 배후의 검은 마수 혹은 그 임자가 이른바 내가 줄곧 추측해왔던 외계인이란 말인가? 나는 이 답안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사람들이 스스로 설명할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외계인에게 떠넘기는 것이 싫다! 문명사회에 있을 때부터 나는 이런 무책임한 논리가 싫었다! 하지만 그 외에 다른 해석이 있을까? 이 섬에는 너무나도 많은 상상할 수조차도 없는 생물들이 나타났고 해괴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 현재 인류의 과학기술만으로는 힘들듯 싶다! 조이는 왜 떠났을까? 애리는 도대체 어디쯤 도착했고 그녀들은 무사할까? 이런 일들은 끊임없이 내 맘속에서 맴돌았고 생각하다 머리가 다 아플 지경이었다. 막 일어나 바람이나 쐬려고 할 때 갑자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움직임을 멈춘 채 열심히 숨을 고르고는 실눈을 떴다. 시야 속에 응우옌이 몰래 기어 일어나 숲 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고 나무 뒤에 웅크리고 앉더니 곧 미세한 물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돌렸다. 그녀는 단지 화장실 가러 나왔을 뿐이었고 곧 나무 뒤에서 나와 살금살금 걸어왔다. 방금 누웠던 자리가 아닌 내 쪽으로 걸어오기에 몰래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한 손을 등 뒤로 하고 있었는데 얼굴에 긴장된 표정이 그녀의 생각을 팔아넘겼다. 나는 이미 그녀가 뭘 하려는 건지 짐작이 갔다. 응우옌은 곧 내 곁으로 다가와 허리를 굽혀 자세히 나를 관찰했고 얼굴에는 복잡한 표정을 짓더니 드디어 결심한 듯 등 뒤에서 뾰족한 나뭇가지를 잡은 손을 내밀어 내 목을 향해 찔렀다. 그녀의 속도는 그다지 빠르지 않았고 나뭇가지는 아직 끊임없이 떨리고 있었다. 나는 때를 맞춰 몸을 굴렀다. 나뭇가지는 내 목을 스치며 풀밭에 꽂혔다. 응우옌은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고 나는 그녀의 심장 뛰는 소리마저 다 들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눈이 휘둥그레서 나를 보고 있었다. 내가 눈을 감은 채 숨을 고르게 쉬는 걸 발견하고는 또 나뭇가지를 들었다. 이번엔 손을 더욱 심하게 떨었고 나뭇가지는 작은 원을 그리며 내 목을 향해 찔러왔다. 두 번째 기회이다! 나는 몰래 한숨을 지었다. 아까 구른 건 첫 번째로 준 기회였고 이제 더는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 손에 든 나뭇가지가 내 피부에 닿기라도 한다면 나는 주저 없이 주먹을 휘둘러 그녀를 죽일 것이다. 설령 여자들에게 독하고 잔인한 느낌을 준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나뭇가지와 내 목까지의 거리가 불과 일이 센티미터 남았을 무렵 나는 이미 몰래 주먹을 쥐었다. 그러나 응우옌은 도리어 동작을 멈추고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티나는 이미 일어나 앉았고 눈을 크게 뜬 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고 비명을 질렀다.
  • “그만해!”
  • 티나는 일어나서 나는 듯이 이쪽을 향해 달렸고 여자들은 깜짝 놀라 잇달아 눈을 비비며 깨어났다. 응우옌은 그 자리에 얼어붙었고 티나가 달려와 힘껏 밀어낼 때까지도 날 찌르려던 동작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녀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넘어질 때 마침 얼굴을 마주했기에 웃는 듯 마는 듯한 내 표정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놀라서 연신 비명을 지르며 허둥지둥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총 한 자루가 그녀의 이마를 겨눴다.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린나가 노기등등한 얼굴로 총의 잠금장치를 해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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