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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양부모 살해를 꾀한 범인

  • 하지만 그들은 해도 해도 너무했다.
  • “집에 없어, 나중에 다시 와.”
  • 조유란은 민연초와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문을 닫으려 했다.
  • 하지만 그녀가 이렇게 할 걸 예상한 듯 민연초는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민연초, 뭐 하는 거야? 당장 나가!”
  • 조유란이 버럭 화를 냈다.
  • “엄마, 누구야?”
  • 마침 이윤아도 위층에서 내려왔고 민연초를 보자마자 화를 냈다.
  • “민연초, 여긴 우리 집이야. 네가 여긴 뭐 하러 왔어?”
  • 분명 혈육이지만 그들은 그녀를 이렇게 싫어했다.
  • 민연초는 마음이 쓰라렸지만 겉으로는 침착하고 여유로운 척 말했다.
  • “뭐 하러 오긴, 정 도련님을 구해준 보상금을 찾으러 왔지.”
  • 그녀의 말에 조유란은 비웃음을 지었다.
  • “정 도련님을 구한 건 윤아인데 너랑 무슨 상관이야.”
  • 앞에 있는 두 사람 모두 그녀의 친딸이었지만 사치스럽고 부유한 생활을 누려온 조유란은 가난한 시골에서 자란 민연초를 몹시 싫어했다.
  • 조유란의 눈에는 민연초가 막무가내이고 밖에 내놓으면 자신의 체면을 구길 것 같은 말괄량이 계집애로 보였다.
  • 만약 사람들이 민연초의 존재를 알게 된다면 사람들 마음속에 뿌리박힌 그녀와 이윤아의 완벽한 이미지를 망쳐버리게 될 것이다.
  • 민연초는 곁눈으로 조유란을 봤다가 다시 이윤아를 보며 싱긋 웃었다.
  • “역시 모녀답게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거짓말을 하네요. 얼굴에 철판을 깔았는지 아주 뻔뻔하기 짝이 없어요.”
  • “민연초, 입 다물어!”
  • 이윤아는 버럭 소리를 질렀고 민연초의 꼴도 보기 싫어 조유란을 향해 말했다.
  • “엄마, 어차피 돈 받으러 온 거니까 천만 원 쥐여주고 빨리 내보내자.”
  • “응, 네 말이 맞아.”
  • 조유란은 고개를 끄덕였다.
  • “엄마가 지금 바로 올라가서 돈 가져올게.”
  • “이 씨 가문에 차고 넘치는 게 돈인 것 같은데, 정 도련님을 구해준 보상금 200억을 저한테 주세요. 그럼 앞으로 서로 만날 일 없을 겁니다.”
  • “민연초, 욕심부리지 마.”
  • 이윤아는 눈을 부릅뜨고 민연초를 쳐다봤다.
  • “2천만, 그 이상은 우리도 못 줘.”
  • “2천만 줄 테니까 당장 돈 챙겨서 연성을 떠나. 그리고 정 씨 가문에서 알고 있는 생명의 은인은 윤아 한 사람이야. 넌 네가 정 도련님을 구했다고 하는데, 증거 있어?”
  • 조유란이 물었다.
  • “동영상을 지우고 반지를 훔치면 내가 증명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그날의 배달 앱에 내가 그 길목을 지난 기록이 있다는 거 잊지 마세요.”
  • 민연초는 핸드폰을 들고 흔들며 말했다.
  • “배달 기록이 내가 정민한을 구했다는 걸 백 퍼센트 증명할 수는 없어도 이윤아는 그날의 배달 오더도 없잖아요. 정민한이 과연 의심을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난 한바탕 소란을 피워서 정 도련님의 보상금을 갖지 못할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이윤아의 뜻대로 되게 해주는 쪽을 선택하려고요.”
  • 사실 그날 민연초의 배달 주문은 고객에게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가 그 길목을 지났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증거는 없다.
  • 이 또한 이윤아가 정민한 앞에서 거짓말을 할 때 그녀가 반박하지 않은 이유이다.
  • 배달 앱을 증거로 삼기에는 부족하지만 ‘도둑이 제 발 저린’ 이 씨 가문 사람들을 상대로 겁을 주기에는 충분하다.
  • “너…”
  • 이윤아는 민연초가 여지를 남겼을 줄 몰랐고 그녀가 정민한 앞에서 진실을 밝혀버릴까 봐 물었다.
  • “얼마를 원해?”
  • “이 씨 사모님이 날 낳아준 걸 생각해서 십 퍼센트 할인해 줄게요. 20억만 주세요.”
  • “20억? 황당무계한 요구구나.”
  • 조유란이 말했다.
  • “민연초, 너 미쳤구나.”
  • 이윤아가 말했다.
  • 촌 동네에서 자란 주제에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다니, 두 모녀는 당연히 민연초의 협박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 민연초는 두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가려는 시늉을 했다.
  • “싫으면 난 지금 바로 정 씨 노부인을 찾아갈 거야. 할머니는 정 씨 가문의 주인이시니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겠지.”
  • 이윤아는 아직도 정 씨 노부인이 어떻게 민연초와 아는 사이이고, 왜 그녀를 그렇게 예뻐하는지 알지 못했다.
  • 민연초의 존재는 이윤아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 “잠깐만.”
  • 이윤아가 민연초를 불러 세웠다.
  • “이 일은 엄마 아빠랑 상의해 볼 테니까 넌 여기서 기다려.”
  • 말을 마친 이윤아는 조유란을 끌어당겼다.
  • “엄마, 위층으로 올라가서 아빠한테 전화해보자.”
  • 두 모녀는 위층으로 올라갔고 민연초는 아래층에서 기다렸다.
  • 다만 비열한 이 씨 가문 사람들을 생각하니 민연초는 걱정이 되었고 그들이 위층에서 또 어떤 비열한 방법을 상의하고 있을지 올라가 보기로 했다.
  • 드래곤힐 별장은 오래된 별장이라 방음이 잘되지 않았다.
  • 문 앞에 서니 두 사람의 대화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 한참을 들어도 두 사람의 대화에서 그녀 혹은 양부모에게 불리한 비겁한 아이디어를 내지는 않았다.
  • 민연초는 자신이 괜한 의심을 한 것 같아 경계심이 강한 스스로를 비웃었다.
  •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려던 그때, 그녀의 귀에 ‘양부모…교통사고’라는 단어가 들렸다.
  • 제대로 듣지 못한 민연초는 궁금증이 생겨 귀를 문에 대고 자세히 들었다.
  • “민연초는 욕심이 많고, 또 나랑 똑같이 생겨서 그냥 내버려 두는 건 너무 위협적이야. 게다가 정 씨 노부인이 쟤를 그렇게 예뻐하는데 쟤가 있는 한 내가 어떻게 정민한과 결혼하겠어?”
  • “윤아야, 그렇긴 하지만 민연초가 네 동생한테 골수를 기증하도록 강요하기 위해 이미 민연초의 양 아빠를 장애인으로 만들었어. 그런데 민연초한테도 손을 쓰려고?”
  • “엄마, 왜 이렇게 어리석어. 민연초가 살아있는 한 내가 정 씨 가문 며느리가 되는 걸림돌이 될 거야. 식물인간이 된다면 또 모를까!”
  • 이윤아의 언성은 갑자기 높아졌고 조금 초조해졌다.
  • 문밖에 서 있던 민연초는 이윤아의 말을 한 마디도 빠짐없이 다 들었다. 그녀는 소름이 쫙 돋았고 몸 안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만 같았다.
  • 두 달 전, 이부안 부부는 갑자기 민연초의 앞에 나타나 그녀를 이 씨 가문으로 데리고 갈 수 있다고 했다. 단 조건은 백혈병에 걸린 동생에게 골수를 기증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 이윤아와 그녀의 남동생의 골수가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민연초를 찾아온 것이다.
  • 결과는 당연히 민연초에게 거절당했다.
  • 한 달 전, 민연초의 양부모는 갑자기 교통사고를 당했고 양부모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한 후, 이부안 부부는 다시 그녀를 찾아왔다. 그들은 민연초가 이 씨 가문의 막내아들에게 골수를 기증해 준다면 양부모의 치료비를 부담해 주겠다고 했다.
  • 그때 민연초도 갑작스러운 교통사고, 그리고 이부안 부부에 대해 약간의 의심을 품었지만 자신의 친부모가 그렇게 잔인한 사람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결국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 결국…
  • 그녀가 너무 순진했다.
  • 민연초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그녀는 문고리를 잡았고 당장 뛰쳐들어가 그녀들과 따지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