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3화 보상금 200억

  • 정씨 노부인은 몸을 돌려 민연초에게로 향했다. 엄숙하던 얼굴에 순간 자상하고 상냥한 웃음이 어렸다.
  • “네가 민연초야?”
  • 민연초는 정민한이 탐탁지 않았고 정씨 노부인에게도 아무런 감정이 없었지만 예의상 이렇게 말했다.
  • “할머니, 무슨 일로 저를 찾으시는 거죠?”
  • “넌 외모는 보통이지만 작은 입은 아주 달구나.”
  • ‘할머니’라는 호칭에 정씨 노부인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 민연초는 태어날 때부터 피부가 하얘서 일부러 피부색을 검게 칠했는데 게다가 눈썹을 짙게 그리고 기미를 많이 그려서 언뜻 보기에는 확실히 평범해 보였다.
  • 정씨 노부인은 다정하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
  • “얘야, 이 할망구는 더 늙기 전에 증손자를 안아보고 싶어. 너에 대해 조사도 해봤어. 부모님이 입원해있고 넌 퇴근 후에 아르바이트를 해서 가족을 부양하는 괜찮은 아이더라고. 네가 우리 정씨 가문에 아이를 낳아주겠다고 하면 네가 원하는 조건은 무엇이든 들어줄게.”
  • 민연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는 감전이라도 된 듯 정씨 노부인의 손을 뿌리쳤다.
  •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할머니. 정씨 가문 증손자를 보고 싶으신 건 알겠는데 그건 정씨 가문의 일이잖아요.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
  • 이 무슨 터무니없는 농담인가. 그녀가 정민한과 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정씨 가문에 아이를 낳아줄 수는 없지 않은가.
  • 그녀를 뭘로 보고.
  • 너무 섣부른 것 같았다!
  • 한편, 힐튼 레스토랑.
  • 이윤아가 레스토랑에 도착한 지 30분이 지나서야 정민한이 나타났다.
  •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 연백색 무늬가 새겨진 은회색 슈트에 검은색 셔츠를 받쳐 입은 정민한이 들어왔다. 이목구비가 아름다운 그는 엷은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 짓는 것만으로도 도발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이윤아는 살짝 멈칫했는데 심장이 콩닥거렸다.
  • 이윤아는 티비에서 정민한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훤칠한 키에 역삼각형 몸매의 소유자인 그는 온몸으로 귀족 왕자 같은 고귀한 분위기를 물씬 풍겨서 다가가기 어려운 싸늘함이 느껴졌다.
  • 그녀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나 부드럽고 예의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 “정도련님께서 시간 맞춰 오신 겁니다. 제가 일찍 왔어요.”
  • 정민한은 그녀의 맞은편에 앉더니 이윤아를 힐끔 쳐다보고 시선을 거두었다.
  • “뭐 먹을래요?”
  • 그녀는 오늘 화장을 짙게 했는데 구찌의 한정판 귀걸이와 목걸이를 착용하고 디올의 신상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무척 아름다웠지만 돈으로 ‘포장’한 아름다움은 미녀에게 익숙한 정민한에게 속물처럼 느껴졌다.
  • “정도련님께서 정하시죠. 저는 다 괜찮아요.”
  • “네.”
  • 정민한이 식탁 위의 벨을 누르자 종업원이 바로 룸에 들어왔다. 그는 레스토랑에서 제일 비싼 세트 메뉴와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 “부안그룹의 아가씨신데 그날은 무슨 일로 교외에 있었던 건가요?”
  • 정민한은 의자에 기대어 앉아 다리를 꼬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윤아를 보며 물었다.
  • 그는 회사에 돌아가서 이윤아도 조사했는데 그녀의 뒷배경을 파악했다.
  • 이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불안한 듯 두 손을 움켜쥔 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아빠가 저더러 경험을 쌓아보라고 배달 아르바이트를 시키셨어요. 제가 고생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회사를 넘겨줄지 결정하시겠다면서.”
  • 이윤아는 진작에 그 말들을 달달 외우고 있었다.
  • 정민한이 일주일 뒤에 그녀와 만나기로 약속했을 때, 그녀는 부모님에게 진실을 말했다. 그들은 정민한이 이렇게 물을 것이라고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 그래서 민연초가 그날 정민한을 구해 병원까지 온 CCTV를 특별히 조사했다. 그래서 사건 발생 지점과 민연초가 무엇을 했는지를 알게 된 것이다.
  • 정민한이 의심하지 않도록 이윤아는 정말 일주일 동안 배달을 했다. 그녀가 일주일 동안 얼마나 억울했는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아버님 생각이 좋으시네요. 경험을 쌓는 건 좋은 일이죠.”
  • 정민한은 이부안의 방법에 상당히 찬성했다.
  • “네, 저도 아버지가 옳으신 것 같아요.”
  • “계좌번호 줘요, 내일 재무팀한테 200억 보내라고 할게요.”
  • “네?”
  • 이윤아는 그가 왜 갑자기 돈 얘기를 꺼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 “그날 목숨을 걸고 나를 구했으니까 이 돈은 보상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