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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정씨 가문의 아이를 낳아주다

  • “개자식, 이거 놔!”
  • 태권도 검은띠 9단인 그녀는 정민한과 맞서 싸웠지만 그에게 당해낼 힘은 없었다.
  • “약도 타더니. 이제 와서 왜 시치미야…”
  • “그게 무슨 말이야? 난 그저… 돈 받으러 온 거야.”
  • 민연초는 반항했다. 그녀의 섬섬옥수가 정민한의 살결에 닿은 순간, 그의 몸이 무서울 정도로 뜨겁다는 걸 발견했다.
  • 약?
  • 그녀는 순간적으로 무슨 상황인지 알았지만 도망치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
  • 남자에게 제대로 발목이 잡히고 말았다. 그는 그녀가 우는 것이 짜증 난다며 넥타이를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 “시끄러.”
  • 그날 밤, 남자는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탐했고 결국 괴로워하던 민연초는 몇 번이나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울면서 깨어났다.
  • 시발.
  • 정민한이 체력이 좋은 거야, 아니면 그 미친 약이 너무 강한 거야?
  • 민연초는 속으로 정민한의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까지 욕했다.
  • 다음날.
  • 민연초가 잠에서 깼을 때는 이미 정오였다.
  • 그녀는 이불 속에 누워 몸을 꿈틀거렸다. 누군가에게 호되게 맞은 듯 온몸이 심하게 쑤셨다. 게다가 몸이 너무 끈적끈적해서 멘탈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 민연초는 자리에서 일어나 안방을 둘러보았지만 정민한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침대 머리맡에는 깨끗한 옷들이 놓여 있었다.
  • 욕실에 들어가 재빨리 몸을 헹군 그녀는 화장을 지울 정신도 없이 방을 빠져나왔다. 정민한을 찾아가 따지려는 것이다.
  • 안방에서 나온 그녀는 거실 소파에 낯선 남자가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
  • “저는 정도련님의 비서실장 송진입니다.”
  • 민연초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진이 자기소개를 했다.
  • “정민한 그 개자식은요? 저랑 자고 엉덩이 툭툭 털고 가버린 건가요. 모른 척하겠다는 건가요?”
  • 울화가 치밀어 오른 민연초는 노발대발했다.
  • 개자식?
  • 송진은 크게 놀랐다.
  •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 그는 그녀와 따지지 않고 테이블 위에 놓인 약을 가리키며 말했다.
  • “보스께서 이 피임약을 먹고 연성을 나가든, 그게 싫으면 죽으라고 하셨습니다! 민연초 씨, 직접 선택하시죠.”
  • 그가 이미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뒷조사를 했을 것이다.
  • 민연초는 가슴이 철렁했다. 정민한의 악랄함을 느낀 그녀는 저도 모르게 간담이 서늘해졌다.
  • 이내, 기고만장하던 기세가 한순간에 사그라들었다.
  • 그녀는 입술을 오므렸다.
  • “저기… 저… 제가 직접 정민한 씨를 만나고 싶어요. 저는 그 사람의 생명의 은인인데 어떻게 은혜를 원수로 갚을 수 있나요.”
  • 그 말을 들은 송진은 경멸하듯 웃었다.
  • “그런 조악한 거짓말은 너무 많이 들어서 저도 질려요. 보스께서 믿으실 것 같아요?”
  • “제 말은 다 사실이에요. 그날…”
  • “민연초 씨!”
  • 송진은 인내심이 바닥났다.
  • “권하는 술을 안 마시면 벌주를 마시게 돼요. 저의 무례함을 탓하지 마시죠.”
  • 띵-
  • 그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 민연초는 정민한이 온 줄 알았다. 그런데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사람은 온화하고 고귀한 분위기를 풍기는 백발의 노부인이었다. 그녀의 뒤로 두 명의 수행원이 따라왔다.
  • 송진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 “여사님.”
  • 정씨 노부인이 들어와 송진을 노려보았다.
  • “뭐 하는 거야?”
  • “말씀 올립니다. 저는 그저 보스 대신 사적인 일을 처리하고 있었습니다.”
  • 송진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 정씨 노부인은 테이블 위의 피임약을 가리켰다.
  • “네가 말한 사적인 일이 우리 정씨 가문의 증손자를 제거하는 일이야?”
  • 민연초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증손자라니?
  • 그녀는 노부인의 시선을 따라 그 약을 보았다. 설마 정씨 노부인이 말한 ‘증손자’가 그녀의 뱃속에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 아니, 어제 그 개자식이 그녀의 몸속에 남긴 물건을 말하는 건가?
  • “보스의 뜻입니다.”
  • “흥. 무슨 일 있으면 그놈한테 날 찾아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