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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진짜로 임신하다

  • 휴대폰을 받자 할머니는 다정하게 안부를 물으며 무슨 일이 있으면 제때 그녀에게 연락하고 했고, 민연초는 흔쾌히 그러겠다 대답하며 통화를 끝냈다.
  • “차 세워요.”
  • 통화가 끝나고 민연초는 바로 차를 세우려 했다.
  • 정민한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움켜쥐고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게 했다.
  • “왜, 할머니가 있다고 마음대로 해도 될 것 같아?”
  • “아니요,”
  • 민연초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더 이상 잘 보이려 애쓰지 않았다.
  • “정민한 씨, 당신 잘생기고 돈 많은 거 알아요. 근데 모든 사람들이 다 돈 때문에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 하는 건 아니거든요. 그렇게 잘난 척할 필요 없어요.”
  • “이번 일은 완전히 사고예요. 당신은 내가 임신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나도 당신 아이 임신하고 싶지 않아요.”
  • “두 달 뒤 병원 가서 검사할 때 송진 씨 시켜서 따라오게 하면 돼요. 내가 임신한 게 맞다고 결과가 나오면 당장에 수술하면 돼요. 그리고 우리 인연도 끝내죠.”
  • 그녀의 진지한 말을 들으며 정민한은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 “내가 당신 말을 믿을 것 같아?”
  • 교활하고 간사한 여자, 연기력까지 갖춘 여자를 그가 어떻게 믿을 수 있을까!
  • “믿거나 말거나 마음대로 해요. 하지만 그게 최선인걸요. 안 그래요?”
  • 민연초는 자신 있게 웃었다.
  • 그녀의 밝은 미소에 정민한은 다소 혐오감이 들었다.
  • “차 세워!”
  • 차가 멈추자 민연초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 “안녕히 가세요.”
  • 말을 하며 그녀가 차 문을 열고 내린 뒤 바로 문을 닫고 떠났고, 그 탓에 차가 심하게 흔들렸다.
  • 차 안에선 정민한이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민연초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상대였다.
  • “당장 저 여자 휴대폰 도청하고, 사람 시켜 감시해.”
  • “네, 보스.”
  • 송진이 대답했다.
  • 그는 더 묻지 않았다.
  • 하지만 수년간 보스를 따라다녔기에 보스의 속내를 잘 알고 있었다.
  • 두 달 동안 민연초가 다른 남자를 찾거나 다른 방법으로 아이를 임신할까 봐 걱정되는 것이겠지.
  • ……
  • 그 후 한 달 반 동안 민연추는 정민한과 만나지 않았다.
  • 그녀의 일상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밤에는 테라 경호원으로 일했고, 낮에는 한가하면 배달을 하거나 병원에 계신 양어머니께 도시락을 보내기도 했다.
  • 양아버지는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 이날 배달 중이던 민연추는 사설탐정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 “아가씨, 사고 낸 차주 찾았습니다.”
  • 상대방이 말했다.
  • 양부모님이 사고를 당한 뺑소니 운전기사를 나중에 조사해 보니 폐차됐어야 할 차여서 전혀 찾을 수 없었다.
  • 사설탐정은 갖은 방법으로 그 차를 찾아 차의 혈액을 채취하여 DNA를 비교하였다.
  • 그제야 사고를 낸 운전기사가 범죄 용의자라는 것을 알았다.
  • 민연초는 그 뒤의 일을 단정 지을 수 있었다. 이 씨 집안사람들은 경찰을 매수하여 사건을 해결한 게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사설탐정도 찾아내는 걸 그들이 못 찾아냈을까?
  • “그 사람 어디 있나요?”
  • “두 시간 뒤면 연성에 도착합니다. 그때 연락드리죠.”
  • “네, 수고하세요.”
  • 전화를 끊은 민연초는 낮게 중얼거렸다.
  • “아빠, 엄마, 곧 진실이 밝혀질 거예요. 반드시 제대로 된 대가를 받아올게요.”
  • 그 시각, 이 씨 집안.
  • 전화 한 통을 받고 통화를 마친 조유란은 긴장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있는 이윤아, 이부안 부녀를 바라보고 조심스레 말했다.
  • “민연초가 구한 사설탐정이 이미 운전기사를 찾았대요. 이미 우리가 한 것까지 알아냈으면 어떡하죠?”
  • “뭐? 민연초가 그 사람을 어떻게 찾아, 믿을만한 사람으로 구했다며?”
  • 이윤아는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 이 씨 집안 명예가 걸린 일인 만큼 그녀 혼자 나설 일이 아니었다. 혹여 이 일이 그녀에게 악영향을 끼칠까 두려웠다.
  • 이부안은 표정을 굳혔다.
  • “윤아 요즘 정 도령이랑 가까워졌는데, 민연초가 이 일이 조금이라도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하면 안 되지. 만에 하나 일이 발각되면 우리 이 씨 집안은 발붙일 곳이 없게 돼.”
  • “그래, 나도 그게 걱정이야.”
  • 이부안은 미간을 찡그리고 생각에 잠겼다.
  • “민연초의 사람이 이미 찾아왔으니, 일이 드러나지 않으려면 그 사람이 죽어야 돼.”
  • “민연초가 이미 알았으면요?”
  • “그럼 걔도 죽어야지! 걔가 죽지 않으면 우리 집안은 평온할 수가 없어.”
  • 그녀의 예쁘장한 얼굴엔 싸늘한 표정만 남아있었고, 지어 조금은 험악해 보였다.
  • 조유란과 이부안,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모두 어이없단 표정을 지었다.
  • 이윤아의 방법이 잔인하긴 하지만, 만약 민연초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정 노부인에게 알릴 것이고, 때가 되어 그들 일가가 정 씨 집안과 인연을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게 될 것이었다.
  • “됐어, 내가 방법을 생각해 볼게.”
  • 이부안이 안절부절못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두 시간 후, 배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민연초는 사설탐정으로부터 다시 전화를 받았다.
  • “연성에 도착했어요? 전 어디로 가야……”
  • 그녀는 침착하지 못하고 약간 격앙되어 있었다.
  • “안녕하세요 아가씨, 사설탐정 비서입니다. 저희 탐정 님이 이번 사건 안 하신다고 전하랍니다.”
  • “뭐요? 제가 못해도 몇 천만 원은 드렸는데, 이제 와서 안 한다니요?”
  • 민연초는 다소 화가 났다.
  • “당신의 일을 조사하던 탐정이 사람을 데리고 연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폭행을 당했습니다. 운전기사는 그들이 데리고 갔고요. 동료가 크게 다쳤고, 지금 병원에서 응급조치 중입니다.”
  • “어떻게 이런 일이. 어디예요? 제가 가서……”
  • “괜찮습니다. 그럼 이만.”
  • 말을 마친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끊었다.
  • 머릿속이 하얘진 민연초는 스쿠터를 세우고 길가의 나무 그늘에 앉았다.
  • 구름이 잔뜩 낀 날, 갑자기 천둥과 번개가 치고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 큰 빗방울이 그녀의 헬멧을 때렸고, 그녀는 그대로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 또 이 씨 집안사람들 짓이구나!
  • 민연초는 화가 치밀었다. 이 씨 집안사람들이 꺼려졌다.
  • 길가에 혼자 오래 앉아 있다가 벌떡 일어나 떠나려는데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 병원.
  • 의식을 잃은 민연초는 정민한이 시켜서 감시하던 사람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의식을 잃었던 그녀가 깨어났다.
  • 눈을 뜨자 병원 시설이 눈에 들어왔고, 한쪽에는 링거를 갈아주고 있는 간호사가 있었다.
  • 그녀는 손을 들어 어지러운 머리를 만지며 간호사에게 물었다.
  • “제…… 제가 왜 여기에 있죠?”
  • 간호사는 링거를 바꿔 달며 말했다.
  • “임신하셨어요. 과로로 쓰러지셨고요.”
  • “네? 제…… 제가 임신이요? 말도 안 돼요. 며칠전에도 생리했는데.”
  • 민연초는 세차게 머리를 저었다.
  • 정민한과는 고작 그날 하룻밤 함께 보냈을 뿐인데, 바로 임신이라니?
  • 이게……
  •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 “아니요, 그건 전조성 유산이라 소량의 피를 흘린 겁니다. 다 큰 어른이 임신한 것도 모르셨나요?”
  • “전…… 전조성 유산이요?”
  • 민연초는 머리가 울리며 어리둥절했다.
  • 이때,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면서 한 달 넘게 보지 못했던 정민한이 시야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