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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정민한의 복수를 부르다!

  • 이윤아는 민연초가 이렇게 빨리 반응할 줄 몰랐다. 그녀는 손을 대기도 전에 민연초에게 뺨을 두 대 얻어맞았다. 그것도 귀에서 윙윙 소리가 날 정도로 말이다.
  • 이윤아는 분노가 치밀어 올랐지만 여기서 민연초와 크게 싸울 수는 없었다.
  • “누가 네 언니야? 그 입 다물어!”
  • 이윤아는 얼굴의 통증을 참으며 언성을 낮추고 말했다.
  • “그래도 방금 전엔 네가 나서지 않았으니 망정이니, 그렇지 않았다면 네 양부모님은 관뚜껑 닫을 준비해야 했을 거야.”
  • 방금 전, 이윤아는 민연초가 자신의 거짓말을 폭로할 줄 알았다. 그래서 그녀는 이미 대처법까지 생각해놨는데 민연초가 그렇게 침착할 줄이야.
  • 오히려 그녀를 다시 보게 됐다.
  • “허.”
  • 민연초는 붉은 입술을 살짝 치켜올렸다.
  • “정 도련님을 구해준 대가로 이백억의 보수를 약속받았어. 내가 너한테 입막음 비용으로 절반, 백억을 떼어줄게. 정 도련님이 진실이라도 알게 되는 날엔 난 동생으로서 네 무덤을 준비해 줘야 할 뿐만 아니라 매년 너를 위해 무덤의 잡초까지 제거해야 할지도 모르잖아!”
  • “백…백억? 꿈 깨!”
  • “꿈을 꾸든 말든 그건 내 몫이지만, 내가 시킨 일을 네가 하지 않는다면 난 반드시 너의 ‘정 씨 사모님’의 꿈을 일장춘몽으로 만들 거야.”
  • 민연초의 공격에 화가 난 이윤아는 말문이 막혀버렸다.
  • 같은 시간, 안방.
  • 정 씨 노부인은 어젯밤 있었던 일을 정민한에게 설명하고는 말했다.
  • “내가 확인했는데, 민연초 그 아이가 침대에 피를 흘렸어. 아직 숫처녀인 여자랑 잤으면 네가 책임을 져야지!”
  • 정민한은 민연초가 약을 탔고 그래서 일부러 그를 따라 엘리베이터에 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설령 지금 약을 탄 사람이 정 씨 노부인이라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민연초가 다른 마음을 품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 “난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요. 민연초는 돈으로 보상해 주면 돼요.”
  • 어젯밤 그는 민연초가 단지 돈을 원한다는 말을 똑똑히 들었다.
  • 그러니 그는 그녀가 원하는 것을 주기로 했다.
  • “흥, 내가 늙었다고 해서 눈까지 먼 줄 알아? 이윤아 씨는 네가 날 속이기 위해 수 채우기로 그냥 데리고 온 사람이라는 걸 내가 모를 것 같아?”
  • “내가 어떻게 해야 할머니가 믿을 수 있으시겠어요?”
  • 정민한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 “기다려. 두 달 뒤에 먼저 임신한 사람과 결혼해.”
  • 정 씨 노부인이 말도 안 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 “…”
  • 정민한은 말문이 막혔다. 이젠 그의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단 말인가?
  • “그런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 없던 감정도 시간이 지날수록 생겨날 거야.”
  • 정 씨 노부인은 정민한이 민연초가 못생겨서 싫어하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 “사람은 겉모습만 봐서는 안 돼. 비록 그 아이가 평범하기는 하지만 미녀는 화의 근원이라고도 하잖아.”
  • “이틀 동안 연초 그 아이는 여기서 머무르게 할 생각이니 넌 이윤아 씨를 데리고 먼저 돌아가렴.”
  • 정 씨 노부인은 정민한이 민연초에게 피임약을 먹으라고 강요할까 봐 걱정이 되어 반드시 민연초를 3일 동안 여기에 있게 할 생각이었다. 그래야 노부인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 피임약은 사후 72시간까지 효능이 있고 3일 후에 먹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 정 씨 노부인의 말을 듣고 있던 정민한의 잘생긴 얼굴에는 차가움이 더해졌고 곧 몸을 돌려 안방에서 나왔다.
  • “민한 오빠, 나왔어요?”
  • 정민한이 걸어 나오자 이윤아가 앞으로 다가갔다.
  • 정민한은 이윤아를 지나쳐 곧장 민연초의 앞으로 다가갔고 오른손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살짝 들어 올리며 ‘못생긴’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 “경고하는데 같잖은 수작으로 우리 할머니를 현혹시키지 마, 그렇지 않으면 살아 있는 걸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 “윽…”
  • 턱에 통증을 느낀 민연초는 정민한을 홱 밀쳤다.
  • “내가 그러고 싶어서…”
  • 민연초는 단 1분도 정 씨 가문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곁눈으로 보인 이윤아의 부러움, 질투, 미움이 섞인 표정에 바로 말을 바꾸었다.
  • “그건 할머니의 뜻도 들어봐야죠.”
  • “벌써 ‘할머니’라도 부르는 걸 보니 하루빨리 나 정민한의 여자가 되고 싶은가 봐!”
  • “글쎄요, 만약 아이가 생긴다면 내가 결혼하고 싶지 않아도 뿌리칠 수가 없잖아요. 게다가…”
  • 민연초는 잠시 말을 멈추었고 고개를 돌려 노부인이 안방에서 걸어 나오는 것을 보고는 싱긋 웃으며 다시 말을 이어갔다.
  • “할머니가 굳이 저를 정민한 씨한테 시집보내려고 하니 저도 어쩔 방법이 없네요.”
  • 그 순간 이윤아가 느낀 분노는 아무도 모를 것이다.
  • 당장 민연초에게 달려들어 입을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 여우 같은 년!
  • 뻔뻔스럽게도 남의 남자친구를 꼬시려 들다니!
  • 이윤아는 자신도 ‘짝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은 채 역할에 과몰입해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 질투하는 이윤아의 모습에 민연초는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 “3일 후에도 여전히 그렇게 자신 있길 바랄게.”
  • 정민한은 얇은 입술로 곡선을 그리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 “정민한, 뭐 하는 짓이야?”
  • 정 씨 노부인이 엄하게 호통을 쳤다.
  • 정민한은 민연초를 풀어주고는 이윤아를 향해 말했다.
  • “가자.”
  • 이윤아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고 마음속으로 내키지 않았다.
  • 정 씨 가문에 올 수 있는 많지 않은 기회 중 한 번이었는데 정 씨 노부인과 말도 섞어보지 못하고 돌아가야만 했다.
  • 기분이 몹시 언짢았지만 이윤아는 그래도 부드럽게 웃으며 정 씨 노부인을 향해 고개 숙여 인사했다.
  • “정 씨 할머니, 저는 민한 오빠랑 이만 가볼게요.”
  • “그래요.”
  • 정 씨 노부인은 건성으로 대꾸했다.
  • 곧 이윤아는 정민한과 함께 거실을 걸어 나왔다.
  • 정민한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민연초는 얼굴에 그려졌던 ‘승리자’의 웃음을 거두었다.
  • 허세가 한순간의 통쾌함을 가져다주었지만 그 후환도 두려웠다.
  • 이윤아의 화를 돋우는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정민한을 건드렸으니 스스로 무덤을 판 것과 다를 바 없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