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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정민한의 여자친구인 척을 하다

  • “필… 필요 없어요.”
  • 200억의 보상금은 물론 매력적이었지만 이윤아가 눈독 들인 것은 정민한이었다!
  •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거절하더니 부드럽게 웃었다.
  • “그날 위험에 처한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다 해도 저는 구했을 거예요. 게다가 그런 상황에서는 제가 아닌 다른 사람이어도 모른 척하지 않았을 거고요.”
  • “보상금을 바라지 않는다면 아버님께 제 비서실장한테 연락하라고 하세요. 회사 프로젝트에서 부안그룹을 우선 고려하도록 할게요.”
  • 부안그룹은 이윤아 아버지의 회사다.
  • 메이크업을 한 이윤아의 정교한 뺨에 예의상 짓는 미소가 가득했다.
  • “정도련님의 호의는 고맙지만 정말 괜찮습니다.”
  • 그녀의 말이 끝나자 갑자기 정민한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 “죄송합니다, 전화 좀 받을게요.”
  • 정민한은 핸드폰을 들었다. 비서실장 송진의 번호가 화면에 나타났다.
  • “무슨 일이야?”
  • “보스, 제가 무능해서 시키신 일을 하지 못했습니다. 여사님께서 민연초 씨를 저택에 데려가셨어요.”
  • 송진은 정민한에게 방금 있었던 일을 낱낱이 말했다.
  • “할머니가 왜 갑자기 온 거야?”
  • “저도 모르겠습니다.”
  • 송진도 의문스러웠다. 정씨 노부인이 어떻게 그렇게 소식이 빠른 것일까.
  • 그 생각을 하던 송진은 바로 말했다.
  • “여사님의 말씀을 들어보니 민연초 씨를 손자며느리로 들이고 싶으신 것 같았습니다.”
  • 그 말을 들은 정민한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 “허황된 망상이군.”
  • 전화를 끊은 그는 핸드폰 화면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 맞은편에 앉아 있는 이윤아는 정민한의 수려한 미모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설레는 마음도 가라앉지 않았다.
  • 이곳에 오기 전에 엄마는 정민한에게 밀당을 해야 그의 흥미를 끌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다.
  • 엄마의 말을 되새기던 이윤아는 기회를 틈타 정민한에게 이렇게 말했다.
  • “정도련님이 무사하신 걸 보는 것만으로 족해요.”
  • “족하다고요?”
  • “네.”
  • 이윤아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소녀다운 순수함을 ‘연기’했다.
  • “사실 매번 남을 돕고 나면 작은 만족감이 느껴져요.”
  • 평소에도 남을 많이 도와준 것처럼 들렸다.
  • 이윤아는 연성의 상류층에서 모두가 칭찬하는 재색을 겸비한 제일의 미녀였다.
  • 이씨 가문이 연성의 재계 명문가 순위에서 최하위권에 위치함에도 불구하고 이윤아의 매력 덕분에 이씨 가문에 적지 않은 비즈니스를 물어주었다.
  • 그때, 종업원이 노크를 하고 음식을 올리기 시작했다.
  • “정도련님, 저희 식사하시죠. 정말 죄송하지만 한시 반에 교외 쪽 보육원에 가야 해서요. 늦으면 아이들이 속상해해요.”
  • 이씨 가문은 이윤아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어렸을 때부터 악기며 바둑이며 서화 같은 걸 억지로 가르쳤고 자선 활동을 많이 하도록 해서 완벽한 이미지 구축에 신경 썼다.
  • 그리고 이윤아는 이번에 정민한의 앞에서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고 밀당을 하기 위해 보육원에 간다고 한 것이다.
  • 이윤아는 무척 ‘훌륭’했지만 정민한은 그녀가 만만치 않다고 생각했다.
  • 그는 갑자기 송진의 말이 떠올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 “이윤아 씨가 그렇게 남을 돕는 일에 앞장서신다면 저를 도와주실 수 있나요?”
  • “네. 뭔가요?”
  • “제 여자친구인 척해주세요.”
  • “여자친구요?”
  • 이윤아는 심장이 두근거렸다. 놀라움과 기쁨이 너무 갑자기 찾아온 것 같았다.
  • 보아하니 엄마의 밀당 법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았다.
  • 그녀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녀는 하얀 손으로 젓가락을 잡았다가 잠시 뒤 내려놓더니 약간 짜증을 냈다.
  • “정도련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
  • “집에서 저한테 혼사를 주선해 주었는데 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이윤아 씨가 여자친구인 척을 해줬으면 해요. 일이 성사되면 조건은 당신 마음대로 제시해요.”
  • “왜 저예요?”
  • 이윤아는 흥분에 겨운 마음을 억누르고 일부러 담담하게 물었다.
  • “이윤아 씨는 거절하셔도 됩니다.”
  • 남자는 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 “저…”
  • 이윤아는 잠시 망설였지만 끝내 신중하지 못했다.
  • “정도련님께서 말을 꺼냈는데 제가 어떻게 거절하겠어요.”
  • 그녀는 꿈에서도 정민한의 여자가 되길 바랐다.
  • 그의 옆에 설 기회가 생겼는데 거절한다면 다시 기회가 없을 지도 몰랐다.
  • 그러나 그녀가 정민한의 제안을 수락한 순간, 남자의 얇은 입술이 얕은 곡선을 그렸다.
  • 역시, 그녀는 그에게 안기는 여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 심지어 정민한은 이윤아가 그를 구한 것이 우연인지, 세심하게 짜인 음모인지 의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