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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음모

  • 강서연은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의 주량은 너무 형편없었기 때문이었다. 적정량을 초과한다면 그대로 기절해 버리기 일쑤라 술은 일절 입에 대지도 않았다.
  • “죄송합니다, 제가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서 술을 마실 수 없습니다. 술 대신 물로 건배하겠습니다.”
  • 그 말에 룸 안의 분위기가 일순 싸늘해졌다.
  • “장난해?”
  • “그러니까 말이야. 술을 못 마시는데 여긴 왜 왔어? 흥을 깨려고?”
  • “아무래도 우리와 협력하고 싶지 않은가 보군. 그럼 진작 얘기하지! 그럼 이렇게 시간 낭비할 필요도 없었을 거 아냐!”
  • 서로 주거니 받거니 말을 얹으며 강서연에게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 이를 본 장근철의 안색도 딱딱하게 굳었다.
  • “서연 씨, 뭘 멍하니 있어. 안 대표님이랑 유 대표님이랑 술잔을 기울일 수 있는 게 어디 쉬운 일인 줄 알아? 영관인 줄 알아야지. 그만 꼴값 떨고 얼른 술 받아.”
  • 룸 안의 모든 사람들은 마치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강서연의 반응을 살폈다.
  • 잠시 망설이다가 잔을 집어 든 강서연은 이내 이를 악물고 한 모금 들이켰다.
  • “그래, 바로 그거야! 우리 서연 씨 성격 화통하네!”
  • 유 대표는 칭찬을 하면서도 강서연의 잔을 가득 채우는 것을 잊지 않았다.
  • 하지만 강서연은 이제 정말 한계였다.
  • “유 대표님, 저 이제 정말 못 마셔요. 한 잔이 한계예요.”
  • “아직 나이도 젊은데 뭘 못 마셔. 기왕 온 김에 실컷 마셔야지.”
  • 유 대표는 강서연의 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억지로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 강서연은 속이 뒤집혀질 것 같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은 그런 그녀의 속사정따위 안중에도 없다는 듯 연신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 그 뒤에 또 몇 잔을 마셨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 눈앞에 별이 핑 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 술 트림을 하던 강서연은 얼른 술잔을 손바닥으로 막으며 애원하듯 말했다.
  • “안 돼요. 더는 못 마시겠어요.”
  • 그러자 룸 안의 사내들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시선을 주고받았다.
  • “서연 씨, 많이 취했네. 마침 위층이 호텔이야. 내가 룸 잡아줄 테니까 잠시 쉬다 가.”
  • 그렇게 말하며 장근철은 성큼성큼 강서연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 강서연은 황급히 장근철을 밀어내며 버둥거렸다.
  • “아니에요, 괜찮아요. 남편한테 데리러 오라고 연락하면 돼요.”
  • “아, 그러고 보니 우리 서연 씨 유부녀였지. 내 정신 좀 봐.”
  • 냉랭하게 코웃음을 치던 장근철이 이내 말을 덧붙였다.
  • “남편이 올 때까지 시간이 필요할 거야. 일단 올라가서 쉬는 게 좋겠어.”
  • “아… 아니…”
  • 강서연은 중얼거리며 주머니에 손을 넣어 휴대전화를 꺼내려 했다. 장근철이 얼른 그녀의 손에서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했지만 전화는 이미 걸린 뒤였다.
  • “강서연, 핸드폰 이리 줘.”
  • 이미 조금 기분이 언짢아진 장근철은 황급히 휴대전화를 낚아챘다.
  • “여보세요?”
  • 전화 저쪽에서 나지막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오자 장근철은 서둘러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 반면 전화기 반대편에 있던 부시안은 살짝 얼굴을 찡그리더니 다시 강서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 감미로운 휴대전화 벨 소리가 룸에 울려 퍼지자 강서연을 부축한 장근철의 표정에 짜증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강서연이 손을 내밀어 휴대전화를 집어 들더니 그대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누구세요?”
  • 액정을 힐끗 확인한 부시안은 강서연의 전화임을 확인하고서 얼른 물었다.
  • “너 왜 그래?”
  • “나… 괜찮아요. 술 좀 마셨어요…”
  • 하지만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장근철이 곧장 휴대전화를 빼앗아 끊은 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서연 씨, 술 많이 마셨으면 전화하지 말고 올라가서 푹 쉬어.”
  • 안 대표와 유 대표는 이런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닌 듯했다.
  • “장 본부장, 우린 먼저 올라가 있을게… 여자도 얼른 올려보내줘.
  • “걱정 마세요, 안 대표님, 유 대표님, 금방 올라가겠습니다.”
  • 두 사람이 룸을 나서자 장근철의 인내심도 완전히 바닥을 보였다. 억지로 강서연을 끌고 룸을 빠져나온 장근철은 곧장 엘리베이터 입구로 향했다.
  •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핑 도는 느낌에 강서연은 룸에서 나오자마자 속이 뒤집어지더니 웩 하고 먹은 것을 전부 토해냈다.
  • 장근철은 역겨운 듯 인상을 찌푸렸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강서연을 억지로 엘리베이터 안으로 끌어당겼다.
  • 하지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띵’ 하는 소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문이 다시 열렸고 부시안이 문 앞에 떡하니 서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