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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공격

  • 사람들은 일순 어안이 벙벙해졌다.
  • 평소 유순하기만 하던 작은 토끼가 이렇게까지 날뛸 줄은 몰랐다.
  • “너 강서연, 기다려. 내 뺨을 때린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할 거야.”
  • 씩씩거리며 거친 말을 내뱉은 안지영은 이내 분개한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자 주변에 몰렸던 구경꾼들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 진여울이 걱정 가득한 얼굴로 강서연의 팔을 잡아당겼다.
  • “안지영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은데 괜히 들쑤신 거 아닌가 몰라?”
  • 하지만 강서연의 생각은 달랐다. 상대가 먼저 건드리지 않는 한, 두루두루 화목하게 지내자 주의인 강서연이었지만 방금 안지영의 지나친 언행에 잠자코 있을 수 없었다.
  • “애초에 안지영이 먼저 우리를 건드린 거야. 됐어, 신경 쓰지 말고 네 할 일이나 해.”
  • 강서연은 진여울을 다독이고서 곧장 업무에 집중했다. 덕택에 사무실에서 강서연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험담을 하던 소리가 쏙 들어가 모처럼 평화로운 시간을 보냈다.
  • 오후 내내 급한 용무를 처리한 강서연은 기지개를 켜고서 시간을 확인했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 “서연 씨, 나 먼저 갈게.”
  • 진여울이 작별 인사를 건네가 강서연도 손을 흔들었다.
  • “내일 봐.”
  • 진여울이 퇴근하고 강서연도 곧장 컴퓨터를 끄고 일층 로비로 향했다. 하지만 회사를 나서자마자 한무리의 사람들이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 무리들 중 선두에는 거무잡잡한 피부에 얼굴에 험상궂은 칼자국이 있는 사내가 흉흉한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 “네가 강서연이냐?”
  • 강서연은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 “누구신데 제 앞을 가로막아요?”
  • 그러자 사내가 가소롭다는 듯 냉소를 흘렸다.
  • “네년이 내 동생을 괴롭혔어?”
  • 음산한 목소리를 내뱉던 사내가 성큼 다가서려고 하자 강서연이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이 냉랭한 얼굴로 되물었다.
  • “동생이 누군데요?”
  • “모른 척하지 마. 네가 무슨 일을 했는지는 네가 더 잘 알 거 아냐. 오늘은 그냥 경고하러 온 거야. 두 번 다시 내 동생을 건드리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니까 알아서 해.”
  • 그렇게 말하며 사내는 강서연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 같은 시각.
  • 사무실에서 나오던 부시안은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무리를 지나치다 언뜻 강서연의 이름을 언급하자 저도 모르게 귀를 기울였다.
  • “빌어먹을 년 감히 내 뺨을 때려? 우리 부모님도 때린 적 없는데 제까짓 게 뭐라고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오늘 당한 이 수모 반드시 되갚아줄 거야.”
  • “됐어, 지영아, 화내지 마. 오빠한테 혼 내달라고 부탁했다며?”
  • “흥, 우리 오빠한테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아주 호되게 혼 내달라고 했어.”
  • 안지영의 눈동자로 섬광 같은 무자비함이 스쳐 지나갔다.
  • 그때, 홀연히 나타난 부시안의 모습에 옆에 있던 여자 직원들은 흠칫 몸을 떨었다.
  • “대표님.”
  • 안지영도 황급히 정신을 차리고서 인사를 건넸다.
  • “안녕하세요, 부 대표님.”
  • 부시안은 지극히 무심한 얼굴을 한 채 그들을 지나쳤다. 부시안이 떠나자 안지영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 “방금 한 말 대표님이 들은 건 아니겠지?”
  • “걱정 마. 설령 대표님이 들으셨다고 해도 무슨 상관이야? 강서연이 뭐라고 대표님이 신경 쓸 것 같아?”
  • 그 말에 안지영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부시안의 안색이 순식간에 딱딱하게 굳었다. 천천히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보며 마음이 초조해졌다.
  • 왜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드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어 부시안은 눈살을 찌푸렸다.
  • 갑자기 알 수 없는 기분의 출처를 미처 깨닫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는 일층에 도착했다. 성큼 앞으로 나서자 예상대로 건장한 사내들 틈에 둘러싸인 강서연의 모습이 보였다.
  • 부시안은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에 전화를 걸면서 강서연이 있는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 “오늘 아주 본때를 보여주마.”
  • 칼자국 남자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등 뒤에서 사내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