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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접대 자리

  • 강서연은 거듭 감사를 표했다.
  • “감사합니다, 대표님,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 강서연의 완강한 태도에 부시안은 부러 더 이상 묻는 대신 비서를 이끌고 자리를 떴다.
  • 강서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모니터링 룸으로 향했다.
  • 하지만 오늘 아침 디자인 부서의 모든 영상들이 전부 삭제되었음을 확인한 강서연은 깊이 절망했다.
  • 진작 생각했어야 했는데.
  • 안지영과 장근철의 기고만장한 태도만 봐도 진작 증거를 인멸했을 것이다. 분명 그녀가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을 테지.
  • 띵동!
  • 돌연 울리는 휴대전화 메시지 알림음에 강서연이 휴대전화를 꺼내 확인하자 식품 회사의 디자인 도면에 대한 알림이었다. 그리고 그 끝에는 안지영의 이름이 버젓이 표시되어 있었다.
  • 강서연은 저도 모르게 휴대전화를 꽉 움켜쥐었다.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 퇴근 후.
  • 장근철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강서연은 그제야 접대 자리가 있었음을 떠올리고서 서둘러 택시를 타고 해성 빅토리아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 “어디야?”
  • 전화기 너머로 들여오는 장근철의 매서운 목소리에 강서연이 차창 밖으로 밀려드는 차량들을 바라보며 얼른 대답했다.
  • “거의 다 왔어요, 차가 좀 막히네요.”
  • “15분 주겠다. 제때 도착하지 못한다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야.”
  • 서슬 퍼런 으름장을 끝으로 끊긴 전화를 보며 강서연은 황망한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 그리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도 아니었기에 강서연은 결연히 택시에서 내려 식당 방향으로 뛰기 시작했다.
  • “띠띠…”
  • 얼마나 뛰었을까. 돌연 등 뒤에서 경적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낯익은 마이바흐 한 대가 그녀의 앞에 멈춰 섰다.
  • “부 대표님!”
  • 예기치 못한 장소에서 만나서 그런가 오늘따라 유독 부시안이 반가웠다.
  • “대표님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 부시안이 강서연의 이마에 송송 맺힌 땀방울을 힐끗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 “어디 가? 태워다 줄게.”
  • 반사적으로 거절하려던 강서연의 머릿속에 노발대발하는 장근철의 모습이 떠올랐다. 더불어 늦으면 알아서 하라던 으름장까지.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강서연은 냉큼 부시안의 차에 올라타고서 목적지를 알려주었다.
  • 곧이어 차에 시동이 걸리고 훌쩍 떠났다.
  • 식당에 도착한 강서연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는 순식간에 레스토랑으로 뛰어 들어갔다.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부시안은 미간을 찌푸린 채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 “장소 바꾸죠. 주소는 메시지로 보내드리겠습니다.”
  • 통화를 마친 부시안은 곧장 차를 주차 공간에 주차하고서 얼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 이 레스토랑은 유럽풍으로 꾸며진 양식 레스토랑으로 프랑스에서 특별 초청된 유명 셰프가 주방장을 맡고 있다는 소문 때문에 상류층이 많이 찾는 곳이었다.
  • 강서연이 룸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장근철이 돌연 그녀의 팔을 움켜잡으며 호통을 쳤다.
  • “왜 이제 와?”
  • “길이 막혀서 늦었어요.”
  • “잘 들어, 오늘 이 계약 아주 중요해. 만일 오늘 따내지 못한다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
  • 그 말의 뜻을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강서연은 장근철에게 등 떠밀려 룸으로 들어갔다.
  • “늦어서 죄송합니다.”
  • 룸 안에 앉아 있는 사내들은 전부 BC 그룹의 파트너들이었다. 강서연이 룸으로 들어서자 순간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녀에게로 쏠렸다. 노골적으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들에 강서연은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졌다.
  • “이 분이 바로 장 본부장께서 자주 얘기하시던 서연 씨죠?”
  • 안 대표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 “아이고, 서연 씨, 드디어 왔네!”
  • 유 대표도 한마디 덧붙였다.
  • “장 본부장한테서 정말 아름다운 분이라고 얘기 많이 들었는데 오늘 보니 정말 명불허전이네.”
  • “아닙니다, 유 대표님 과찬이십니다.”
  • 강서연은 흠잡을 데 없이 시원시원하게 행동했지만 유 대표가 돌연 와인 한 잔을 건네줄 줄은 몰랐다.
  • “근데 늦게 왔으면 벌주 석 잔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