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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상업 여왕 임다현

  • 대체 누구인 거야?
  • 깨진 백미러를 통해 그는 무에타이 남자와 이전의 기사 두 사람이 목을 움켜잡고 그대로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다가 바로 쓰러져 사망하는 것을 보았다!
  • 도강우가 대체 어떻게 손을 쓴 건지 아무도 똑똑히 보지 못했다!
  • 미친!
  • 두 손으로 핸들을 잡은 남자는 마음속에 거센 파도가 이는 듯했고 수많은 욕설이 떠올랐다. 이 정도 실력이라면 전 세계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히겠지?
  • “말해, 너희들 아지트가 어디야?”
  • 도강우는 마치 감정 없는 킬러처럼 손을 뻗어 그의 목을 꽉 잡고 운전석에서 끌어냈다.
  • 하지만 남자는 이내 눈과 귀, 코에서 피를 흘리며 완전히 죽어버렸다.
  • 단 1초 만에 순식간에 죽은 것이다.
  • 도강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시체를 바라보았다.
  • “독극물 시안화물…”
  • 읍읍…
  • 두 손과 두 발이 묶인 여자가 발버둥치며 애처롭게 도강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를 힐끗 쳐다본 도강우는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며 유리 파편을 날려 그녀를 묶고 있는 밧줄을 잘랐다.
  • 이어 승합차 안에서 유용한 정보를 수집했지만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다. 너무 깨끗했다.
  • “왜 당신을 납치했어요?”
  • 도강우가 여자에게 물었다.
  • 여자는 입을 막고 있던 수건을 빼고 숨을 가쁘게 몰아쉰 뒤 나른하게 기지개를 켰다.
  • “내가 어떻게 알아요.”
  • 도강우는 그녀를 쓱 바라보고 말하고 싶지 않으면 말라는 눈길을 보냈다.
  • 바로 차에서 내린 도강우는 자신의 냄새와 모든 흔적을 지웠다. 심지어 오는 길에 있던 카메라까지 사람을 시켜 지우게 했다.
  • 차에서 뛰어내린 임다현은 사람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했다.
  • 조금 엉망이긴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주 아름다웠다. 빨간색 롱치마는 그녀를 무척이나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특히 그렁그렁한 도화눈은 마치 말을 하는 듯했다.
  • 그녀와 나현진, 유나연 모두 외모가 막상막하였다. 유나연은 얌전하고 부드러운 타입이라면 나현진은 차갑고 거리감을 두는 타입이고 류현경은 아주 단정했다. 그리고 임다현은 아주 요염했는데 글래머러스한 몸매는 모든 남자들의 환상을 만족시켰다.
  • “임다현이라고 해요.”
  • 임다현은 시원시원하게 도강우 앞으로 걸어와 늘씬하고 백옥같은 손을 내밀었다.
  • 하지만 도강우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 “우연한 만남이니 차라리 잊는 것이 좋겠어요. 오늘 본 모든 것을 다 잊어요.”
  • 말을 마친 도강우는 공유 자전거를 타고 떠나려 했다.
  • “이봐요, 정말 나를 혼자 이곳에 두고 가요? 내가 또 납치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그래요?”
  • 임다현이 발을 동동 구르자 과학적으로도 부합되지 않는 거대한 가슴이 출렁거렸다. 이치대로라면 그녀의 몸매에 이런 사이즈가 나올 수 없었다.
  • “당신의 신분이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 데리러 오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 “안 돼요, 데리고 가요. 그 인간들 다 아무 쓸모도 없어요. 그 인간들 눈앞에서 나를 납치했다고요. 그 사람들 안 믿어요, 난 당신만 믿어요.”
  • 도강우가 귀찮은 기색을 띠었다.
  • “시간 없어요.”
  • 임다현은 어안이 벙벙했다.
  • 뭐 하는 사람이지?
  • 전체 가평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의 그녀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는데?
  • “이봐, 너무 여자 마음을 모르는 거 아냐? 나를 쫓아다니는 사람이 여기서부터 프랑스까지 줄을 섰어… 지금 당신한테 나에게 구애할 기회를 한번 줄게. 나 뭐든 다 할 줄 알아…”
  • 임다현은 자신의 입술을 할짝 핥았다.
  • 요물이네.”
  • 도강우는 냉소를 지었다.
  • “그럼 프랑스에 줄 서 있는 친구한테 와인 한 병 가져다 달라고 해.”
  • “…”
  • “2억 줄 테니 나 데리고 가.”
  • 임다현은 처음으로 사람을 때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 “현금으로 줘, 지불증명서도 쓰고.”
  • 2억을 받고 자전거에 사람을 태우고 가다니, 너무 수지가 맞는 장사였다.
  •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마다할까?
  • 게다가 지불증명서를 유나연에게 보여주면 적지 않은 번거로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자신이 왜 돈이 생겼는지, 왜 짧은 시간에 이렇게 많은 돈을 모았는지 같은 것이었다.
  • 유나연도 그를 사랑하고 도강우도 유나연을 사랑하지만 당분간은 유나연을 자신의 세계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 유나연의 세계는 평화롭기 그지없지만 그의 세계는?
  • 어둡고 불안정하고 도처에 위기가 도사리고 있었다.
  • “이따가 시내에서 나를 마중하러 온 사람이 현금 2억을 줄 거야. 그런데 지불증명서는 왜 필요해?”
  • 임다현이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
  • 도강우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 “집사람에게 보여줘야 해. 아니면 집사람이 돈의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고 걱정할 거야.”
  • 임다현은 입을 삐죽거리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 “이미 결혼했다니. 너무 슬퍼, 실연을 당한 거잖아.”
  • “허허.”
  • 임다현의 말은 단순한 초짜나 충동적인 재벌 2세들이나 속일 수 있었다.
  • “뭐라고 써?”
  • 임다현은 도강우를 흘겨보았다.
  • “그냥 도강우가 오늘 나를 구해주어 고마운 마음에 감사의 표시로 거금을 지불한다고 적고 당신 이름 사인해.”
  • 임다현은 귀찮은 듯 입을 삐죽거리며 립스틱과 종이 한 장을 꺼냈다.
  • “립스틱으로 하면 안 돼…”
  • 도강우가 말하자 임다현은 버럭 화를 냈다.
  • “갖든지 말든지!”
  • “그래.”
  • 도강우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다 적은 뒤에야 임다현은 자전거에 탈 수 있었다. 자전거가 처음부터 뒷좌석이 있는 2인용으로 디자인되어 다행이었다. 아니면 임다현을 태우지 못했을 것이다.
  • 뒷좌석에 앉아 다리를 꼬고 한 손으로 도강우의 허리를 안은 임다현은 볼이 약간 빨개졌다.
  • 어느새 밤이 되고 가로등이 켜졌다.
  • 임다현은 지쳤는지 고개를 기울여 도강우의 등에 기대었다. 도강우의 힘찬 심장박동 소리와 그에게서 나는 옅은 담배 냄새를 맡은 순간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 그녀는 고개를 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뒤로 멀어지는 가로등을 바라보았다. 미풍이 불어오고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 누군가 그녀를 자전거 뒤에 태운 것이 처음이었다.
  • “도강우 씨, 지금 이 모습 엄청 따뜻한 것 같지 않아?”
  • 임다현이 중얼거렸다.
  • “모르겠어.”
  • 임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생각하다 휴대폰을 꺼내더니 한 손으로 도강우를 껴안은 채 머리를 기대고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셀카로 남겼다. 이어 그녀는 사진에 멘트까지 적어 인스타에 업로드했다.
  • “모처럼 따스한 순간, 지금 이 순간이 영원하기를.”
  • 불과 1분 만에 댓글창에 터질 것처럼 댓글이 폭주했다.
  • “여왕마마, 소신이 늦었습니다. 소신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 한 재벌 2세가 우는 이모티콘까지 섞어가며 댓글을 달았다.
  • “늦기는 개뿔, 어디서 배운 가식적이고 멍청한 대사야. 넌 블랙리스트야!”
  • 그리고 그를 블랙리스트에 넣어버렸다.
  • “여신님, 이 남자는 누구인가요. 왜 뒷모습만 있어요, 정면 보여줘요. 감히 내기할 수 있는데 이 친구는 분명 엄청 가난할 거예요, 옷도 다 노점상 옷들이에요.”
  • 또 다른 재벌 2세가 댓글을 달았다.
  • “나는 남자를 찾을 때 돈이 많을 필요가 없어. 왜냐하면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은 없으니까. 너도 블랙리스트야.”
  • 그리고 대부분은 이런 댓글이었다.
  • 1, 미친, 여신님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다니 너무 속상해요.
  • 2, 여신님, 대체 누군지 보여줘요.
  • 3, 여신님, 언제 우리한테 소개해 줄 거예요?
  • 가평 오페라하우스에 있던 톱스타 류현경 도 마침 임다현이 업로드한 게시물을 보고 순간 의아해하며 끊임없이 사진을 확대했다.
  • 뒷모습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