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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사마귀가 매미를 잡다

  • 서도영의 카리스마가 강했다면 임다현은 그야말로 깔아뭉개는 수준이었다.
  • 단지 서 있을 뿐인데 그녀는 모든 것을 짓밟아 버리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 임다현의 시선을 느낀 서도영은 순간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두렵기 그지없었다.
  • 다른 사람들은 임다현의 배경을 모를 수 있어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 임씨 가문의 귀한 딸이었다!
  • 서도영은 속으로 도강우를 더더욱 증오하게 되었다. 그는 이 모든 것이 도강우 때문이라 생각했다!
  • 도강우가 무슨 자격이 있다고 임다현이 그를 이렇게 대하게 하는 거야?
  • “나가.”
  • 임다현이 조용하게 말했다.
  • “네, 임 대표님.”
  • 서도영은 더없이 깍듯하게 고개를 살짝 숙였다.
  • 도강우는 끊임없이 반짝이는 싸늘한 그의 눈빛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곁눈질로 그를 쳐다보던 찰나 분명 살기를 느낄 수 있었다.
  • 도강우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 “어제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고마움도 표시하지 못했네.”
  • 임다현은 이경 등 사람들을 거들떠 보지도 않고 도강우 앞으로 걸어가 부드럽게 말했다.
  • 장범준은 옆에 서서 어쩔 줄 몰라했다.
  • 그가 언제 임다현 같은 사람을 가까이 접촉해 볼 수 있을까? 평소에는 티비나 매스컴에서만 보던 사람을 오늘 실물을 정면으로 보게 되다니, 그것도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 “괜찮아.”
  • 도강우는 고개를 저었다.
  • “나가서 얘기 나눌까?”
  • 임다현이 묻자 도강우는 잠시 망설이다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그래.”
  • 임다현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나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경 등 사람에게 눈길 한번 돌리지 않은 그녀는 이경을 속상하게 했다.
  • 이렇게 열심히 포즈를 잡고 있는데 왜 눈길 한번 주지 않는 거야?
  • 임다현이 등장한 순간부터 포즈를 잡고 있었던 그는 스스로 멋있고 따뜻하다고 생각하는 미소까지 장착했다. 속으로는 임다현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한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하지만 임다현은 그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임다현이 나간 것을 본 사람들은 그제야 안도의 숨을 쉴 수 있었다.
  • “허세 부리긴, 겨우 그녀 목숨 한번 구해준 걸 갖고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된 줄 아나 봐?”
  • 손현아는 시큰둥해서 입을 삐죽거렸다.
  • “됐어, 너는 곧 대스타가 될 사람이야.”
  • 조연미는 위로하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 그 화제에 사람들이 순간 몰려들어 너도나도 질문했다.
  • “손현아, 너 정말 우경 제작사와 계약해?”
  • 한 여동창이 부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 손현아의 눈빛이 의기양양해졌다.
  • “그렇다니까, 그건 여왕 류현경과 가평 최고 갑부 이춘추가 설립한 회사야. 여왕의 자원은 너희들도 잘 알고있지.”
  • 조연미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나의 여동생도 곧 우경 제작사와 계약을 앞두고 있어. 앞으로 너희들 이 두사람을 보려면 티비에서나 볼 수 있어.”
  • “우리 먹으면서 얘기하자.”
  • 이경이 제안했다.
  • “종업원, 주문할게요.”
  • 장범준은 잠시 생각하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 “이 대표, 아까 약속한 일은 어떻게 할까?”
  • 이경이 껄껄 웃었다.
  • “내가 무슨 약속 했는데?”
  • “강우가 우리를 데리고 킹덤 9층에 들어가면 그 집을 사고 커미션을 3억 5천 준다고 했잖아?”
  • 장범준은 약간 다급해졌다.
  • “도강우가 진짜 능력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온 거야? 난 진작 그가 능력이 없다는 걸 보아냈지만 까발리기 미안해서 그랬어. 먼저 밥 먹고 그 일은 나중에 얘기해.”
  • “오늘은 일 얘기 하지 말고 밥이나 먹어, 다른 사람들 흥 깨지 말고.”
  • 조연미가 담담하게 말했다.
  • 장범준은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 진작 알았으면 이 건을 받지도 않았을 텐데 정말 어리석었다. 장범준도 그제야 이경이 그 집을 살 마음이 전혀 없고 그저 그에게 자랑하고 싶었던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 10층 응접실 안, 도강우가 가죽 소파에 앉아서 말하고 있었다.
  • “괜찮네, 이태리 수작업 소파이니 한 세트에 1억정도 하겠어.”
  • “안목 있네.”
  • 임다현이 싱긋 웃었다.
  • “뭐 마실래?”
  • “제주 녹차면 돼.”
  • 도강우가 말하자 임다현은 직접 차 캐비닛을 열고 안에서 찻잎을 조금 꺼낸 뒤 도강우에게 따뜻한 차를 한 잔 따라 주었다.
  • “제주 녹차는 유명한 차가 아닌데 임 대표가 준비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 도강우가 웃으며 말했다.
  • “사업을 하다 보면 준비성이 철저한 건 기본이야. 고객마다 입맛이 다 다른 법이니까.”
  • 소파에 앉아 기지개를 켜는 임다현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짜릿한 곡선을 드러냈다.
  • “오늘 고마웠어.”
  • 도강우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음미했다.
  • 임다현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 “별 일 아니야, 다만 서도영이 나를 좀 실망시켰네. 그는 걱정하지 마, 내가 혼낼 테니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
  • 도강우는 가볍게 웃음을 터뜨렸다.
  • “그는…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었어.”
  • 임다현은 미간을 약간 찌푸렸다.
  • “서도영은 아주 오만해, 손에 죽련방도 있어.”
  • 그녀도 도강우의 뒷조사를 해봤는데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도강우는 이미 결혼했고 수술비 1억 때문에 아내와 다퉜다고 했으며 명의 하에 회사가 하나 있었지만 지금은 법인이 바뀌었다고 했다.
  • 때문에 그녀가 보기에 도강우는 싸움을 좀 잘하는 것 외에 아무런 장점도 없었다.
  • 하지만 싸움을 잘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 죽련방에는 싸움을 잘하는 사람이 많고도 많았다. 그것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어둠속에서 몰래 활동하잖아?
  • 전체 죽련방에서 사람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겨우 대여섯명 뿐이었다.
  • “상관없어, 그가 버릇없이 굴면 내가 그를 바로 죽여버릴 수도 있어. 당신도 말리지 못해.”
  • 도강우는 소파에 기대어 전혀 개의치 않는 듯 말했다.
  • 임다현의 미간이 한결 더 일그러졌다.
  • “서도영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아, 게다가 당신은…”
  • “게다가 내 정보를 찾아봤다고?”
  • 도강우는 웃는 듯 마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 “나의 신용 정보를 조사하고 회사를 조사하고 외출기록을 조사하고 나의 모든 소비 기록을 조사했지, 맞지?”
  • 임다현은 순간 눈이 휘둥그레진 채 놀라서 어쩔 줄 몰랐다.
  • 도강우의 말이 전부 정확했기 때문이다. 그녀가 보낸 사람은 능력이 대단해서 한 사람을 조사하려면 완전히 쥐도 새도 모르게 조사할 수 있었기에 지금까지 오랜 시간 동안 단 한 번도 들키거나 실수한 적이 없었다.
  • 그런데 도강우는 어떻게 된 일이지?
  • 그는 어떻게 그녀가 조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까?
  • “사마귀는 확실이 아주 능력이 있어, 일도 아주 침착하게 하고. 하지만 그런 말 들어본 적 있어?”
  • 도강우가 물었다.
  • “당신이 구렁텅이를 주시하고 있을 때 구렁텅이도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는 거.”
  • 더욱 충격을 받은 임다현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아서 도강우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 사마귀는 그녀의 심복으로 가평 추적의 왕으로 불리는 사람이었다.
  • 임다현은 자신이 도강우를 조사한 것만으로 사마귀까지 들키게 될 줄 몰랐다.
  • “당신 누구야?”
  • 임다현은 예쁘장한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이 도강우를 얕잡아 봤다는 걸 발견했다.
  • “임다현 씨, 너무 많이 알면 좋을 게 없어.”
  • 도강우가 덤덤하게 말했다.
  • 임다현은 제자리에 앉더니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
  • “보아하니 나의 접근 방식이 틀린 것 같네. 당신을 조사한 건 내가 잘못했어, 나의 실수야.”
  • “괜찮아, 당신이 알아낸 건 다 내가 당신들 앞에 보여주려는 것들이니까.”
  • 더더욱 도강우의 정체를 짐작하기 어려워진 임다현의 마음속에 호기심이 생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