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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무릎을 꿇고 아버지라고 불러도 부족해

  • 도강우는 말을 하지 않고 그저 싸늘하게 양휘를 쳐다보았다.
  • 양휘는 사람들을 거느리고 대문을 나서며 도강우에게 중지를 세우고 바닥에 침까지 뱉았다.
  • “골드 인테리어, 칵-퉷이다!”
  • 별빛 인테리어 밖, 강씨 성을 가진 뚱뚱한 사장이 이미 기다리고 있었다.
  • “환영하네, 양 책임자.”
  • 강 사장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고 양휘에게 말을 걸었다. 심지어 그를 양 책임자라는 존칭을 사용했다.
  • 양휘는 바로 알랑거리며 그와 악수했다.
  • “강 사장님, 존함은 오래전부터 들었습니다. 진작 사장님 회사에 오고 싶었어요, 도강우 저 놈 진짜 못된 놈입니다.”
  • 문을 나와서 강 사장과 양휘를 보는 도강우의 얼굴에 조롱의 기색이 더욱 짙어졌다.
  • “다 나와.”
  • 강 사장이 손을 흔들자 사무실에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복도로 나와 줄 맞춰 섰다.
  • 양휘는 멍해졌다.
  • “이게 무슨 일입니까?”
  • “우리 별빛 인테리어가 이미 전액 인수되었어. 대표님이 아주 실력이 있다고 하던데 들리는 바에 의하면 여 대표님과 관계가 좋다고 해.”
  • 양휘는 숨을 헉하고 들이쉬었다.
  • 전액 인수를 하려면 20억은 있어야 하겠지?
  • 게다가 여 대표님과 관계가 좋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 해영빌딩이 바로 여 대표님 것이었고 별빛 인테리어의 모든 업무는 다 여장훈이 준 것이니 여장훈이 제일 큰 사장님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양휘는 흥분해서 온몸이 떨렸다.
  • ‘나 대박 날 건가 봐!’
  • 진작 알았으면 일찍 별빛 인테리어에 입사할 것 그랬다!
  • “어이, 여기서 뭐 하고 있어요?”
  • 양휘는 갑자기 옆에 서 있는 도강우를 발견했다.
  • “얼른 꺼져요.”
  • “도 대표, 아, 아니지, 이제는 도강우 씨라고 해야지. 어차피 골드 인테리어는 곧 망하잖아. 새 사장님이 곧 시찰하러 오시니 얼른 떠나. 버티고 있다가 새 사장님 심기를 건드리면 그때 무릎을 꿇고 아버지라고 해도 부족할 테니까.”
  • “그럴 리 없어.”
  • 강 사장은 굳은 표정으로 싸늘하게 말했다.
  • “도강우, 일찍부터 네가 눈에 거슬렸어. 당장 꺼져, 계속 버티고 있으면 너를 때려죽일 거니까!”
  • 강 사장이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바로 도강우처럼 무슨 일이 있어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누구를 봐도 당당한 사람이었다.
  • 대체 뭘 믿고 그러는데?
  • 사람의 허리는 패배를 인정하면 숙이라고 있는 법이었다. 자본이라도 있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작은 인테리어 회사인 사장에 이미 망할 위기에 처해있는데 대체 뭘 믿고 이렇게 침착한 거야?
  • “내가 떠나면 당신은 후회할 거야.”
  • 도강우가 담담하게 말하자 강 사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 “정말 말도 안 되는 농담이네.”
  • 말을 하던 강 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 정장 차림의 40대 정도로 보이는 중년 남자가 빠르게 걸어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 여장훈이었다!
  • 해영빌딩의 대표이자 가평 최고 갑부인 이춘추의 충실한 신하였다. 재산은 2천억에 달하는데 전체 해영빌딩이 전부 다 그의 가문 것이었다!
  • 몸이 꼿꼿하고 관자놀이가 볼록한 것이 딱 봐도 무공으로 다져진 것 같은 여장훈이 곧장 걸어왔다.
  • 강 사장은 바로 허리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 “여 대표님, 오셨습니까?”
  • 여장훈은 뚱보를 쓱 쳐다보고 말했다.
  • “대열을 짓고 새 대표님 맞이하게 준비시켜.”
  • 뚱보가 손을 휙 젓자 모든 사람이 두 줄로 갈라섰다.
  • 도강우가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것을 본 그는 갑자기 크게 화를 냈다.
  • “도강우, 죽고 싶어?”
  • 말을 마친 그가 도강우에게 발길질하려 했다.
  • 하지만 막 걸음을 옮기던 그는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머리가 하얘진 채 제자리에 멈춰 섰다. 여장훈이 도강우를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를 했기 때문이다!
  • “도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여장훈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여장훈의 표정은 더없이 깍듯하고 공손했으며 눈빛은 환희로 가득 찼다.
  • 가평 최고 갑부인 이춘추를 십여 년 동안 따르며 알게 된 것이 다른 사람들보다 많았던 그는 이춘추 위에 이천이 있고 이천 위에 또 베일에 싸인 배후의 대표님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 단 한 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여장훈은 배후의 사장님이 두려울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해외에 한 나라를 능가할 정도의 재단을 갖고 있다고 했다.
  • 인사를 마친 여장훈은 뚱보 일행에게 말했다.
  • “이분이 바로 너희들의 새 대표님이야!”
  • 모든 사람이 눈이 휘둥그레지고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특히 양휘와 강 사장은 더더욱 믿을 수 없었다.
  • 양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여 대표님, 분명 잘못 아신 거예요. 이 인간이 어떻게 새 대표님일 수 있어요. 그는 골드 인테리어라는 작은 쓰레기 회사의 책임자인데 이미 자금줄이 끊겨서 곧 망할 위기입니다. 장부에 지금 2만 원 밖에 없습니다!”
  • 강 사장도 말을 보탰다.
  • “맞아요, 여 대표님. 도강우는 알고 지낸 지 4-5년이 되는데 어떤 내막인지는 제가 더 잘 압니다…”
  • 여장훈은 짝하고 그의 뺨을 때렸다.
  • “도 대표님이 너희가 감히 함부로 평가할 수 있는 분이야?”
  • 차가운 표정에 날카로운 눈빛을 한 여장훈이 뚱보를 가리켰다.
  • “죽고 싶어서 환장했나 보네. 저분이 바로 새 대표님이셔. 너 아주 눈깔이 삐었구나!”
  • 여장훈은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는지 다시 한번 뚱보의 뺨을 때렸다.
  • 맞고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뚱보는 마음속 한편이 서늘해졌다. 여장훈이 절대 애들처럼 장난은 하지 않는다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다.
  • “도 대표님, 정말 죄송합니다.”
  • 여장훈이 다시 한번 도강우에게 사과의 말을 전했다.
  • 헉.
  • 모든 사람이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특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의 양휘는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강 사장과 양휘는 이내 심장이 바닥까지 추락하는 것 같았고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졌다.
  • “당신, 당신, 그리고 당신들 다 해고야.”
  • 도강우는 뚱보와 양휘, 그리고 따라서 이직한 사람들을 가리켰다.
  • “오연석은 앞으로 골드 인테리어와 별빛 인테리어의 법인을 맡는다.”
  • 오연석은 순간 움찔하며 얼굴이 빨개진 채 연신 손사래를 쳤다.
  • “도 대표님, 안 됩니다, 안 돼요. 저는 사교성이 없어서 업무가 없을까 두려워요.”
  • 여장훈이 허허 웃었다.
  • “도 대표님께서 봐주시면 그런 건 일도 아니야.”
  • 말을 마친 그는 조심스럽게 도강우를 힐끔 쳐다보고 다시 말을 했다.
  • “초반에 내가 골드 인테리어와 별빛 인테리어에 무상으로 20억을 투자할 거야. 그리고 블루마린 아파트 3천 채의 풀옵션 인테리어 업무를 내일 자네한테 맡길 거야.”
  • 순간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고요해졌다.
  • 무상으로 20억을 투자하고 아무런 보상도 요구하지 않는다니…
  • 이게 무슨 뜻일까?
  • 지금 이 순간 오연석의 몸값이 5억으로 뛰었다는 뜻이었다!
  • 미친.
  • 무슨 상황이지?
  • 뚱보와 양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 만약 다른 사람 입에서 이 얘기를 들었다면 양휘와 다른 사람들은 분명 농담하는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춘추의 충실한 신하인 여장훈이었다. 그의 배후에는 가평 최고 갑부가 있었다!
  • 화들짝 놀랐던 사람들은 이내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눈빛으로 오연석을 바라보았다.
  • 블루마린 아파트 3천 채의 풀옵션 인테리어면 이윤이 얼마나 될까?
  • 한 채에 이윤이 600만 정도라 해도 거의 200억에 달했다!
  • 아무도 여장훈의 말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었다. 블루마린 아파트 역시 여장훈이 개발한 것이었기에 누구에게 인테리어를 맡기는지는 그의 마음이었다!
  • “된다면 바로 사인해.”
  • 여장훈이 손을 흔들자 뒤에서 비서 한 명이 걸어와서 오연석 앞에 계약서와 20억짜리 수표 한 장을 내밀었다!
  • 양휘의 얼굴은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 후회되고 내키지 않고 믿을 수 없었다!
  • 짧디짧은 몇 분 사이에 오연석이라는 젊은이의 몸값이 이미 5억이 되었다니!
  • 그건 양휘가 평생을 벌어도 따라갈 수 없는 재산이었다!
  • 이 모든 것이 원래는 그의 것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