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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미천한 여왕

  • 류현경은 다른 사람들의 의문따위 신경 쓰지 않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 그녀의 가창력이 아주 대단하다는 건 두말할 것 없었다. 음역대가 넓고 호흡이 길었으며 음절이 아주 정확하고 목소리가 변화무쌍했다.
  • “당신을 만나지 못했다면 나는 어디 있었을까.”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도 나는 당신만 보여. 기꺼이 당신의 숨결이 되고 싶지만 언제 당신을 가질 수 있을까.”
  • “생명의 힘을 잃어가도 아깝지 않아. 그러니 제발 나를 떠나지 마. 당신이 아니면 나는 어떤 감정도 느낄 수 없어.”
  •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나려 한다면 나는 자아를 잃고 끝없는 인파 속으로 들어갈 거야.”
  • “아무 약속도 필요없어, 그저 매일 함께 있기를 원해.”
  • “조각난 추억에만 의지하여 살아갈 수는 없어.”
  • 노래가 끝나자 모두 말을 잇지 못했다. 류현경의 시선 역시 천자 1번룸으로 향했다.
  • 모든 가사가 전부 다 사랑의 밀어였다!
  • 전부 다 애정 표현이었다!
  • 사람들은 더 없는 충격은 받았다. 이게 무슨 뜻일까?
  • 천자 1번룸에 있는 남자가 류현경이 평생을 사랑한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 이 노래는 애틋하기 그지없지만 또한 비굴하기도 했다.
  • 이어 류현경은 천자 1번룸을 향해 깊이 허리를 숙였다.
  • “그러니 나를 떠나라고 하지 마, 부탁이야!”
  • 이건 가사이자 고백이기도 했다!
  • “아무 약속도 필요없어, 그저 매일 함께 있기를 원해.”
  • 비굴하게 애원하고 있었다.
  • 자리에 있던 적지 않은 남자들은 질투에 찬 눈길로 천자 1번룸을 바라보았다. 여왕을 이토록 비굴하게 만드는 존재라니 대체 누구야?
  • “여왕을 감동시키고 이토록 깊이 사랑하게 만든 남자라니 분명 아주 훌륭할 거야.”
  • 유나연은 약간 슬픈 말투로 조용히 얘기했다. 마치 그럴 가치 없다는 듯 여왕을 안타까워 했다.
  • 홍이현은 입을 삐죽거렸다.
  • “분명 돈이 엄청 많겠죠.”
  • 홍이현은 얼굴을 예쁘지만 이렇게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었다.
  • “류 여왕님 만나러 나와, 마음이 어쩜 이렇게도 모질어?”
  • 누군가 소리를 지르자 순간 모든 사람이 반응하고 함께 소리를 질렀다.
  • “남자라면 빨리 나와.”
  • 도강우는 소파에 앉은 채 무표정으로 손목에 있는 염주 팔찌를 만지작거렸다. 그건 유나연이 그에게 선물한 것이었다.
  • 류현경이 갑자기 웃었다.
  • “여러분, 그러지 마세요. 그 사람은 아주 바빠요.”
  • 사람들은 그제야 외침을 멈추면서도 그의 얼굴을 보지 못한 걸 많이 아쉬워했다.
  • 이어 류현경은 노래 몇 곡을 더 불렀고 그 다음은 사인 단계였다. 모든 과정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다.
  • “감사합니다, 여러분. 다음에 다시 만나요.”
  • 류현경은 관객들과 인사를 마친 뒤 백스테이지로 돌아갔다.
  • 관객들이 퇴장하기 시작하자 유나연도 홍이현을 데리고 나왔다.
  • “나연아, 어땠어?”
  • 진호가 웃으며 맞이하자 유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 “좋았어. 고마워, 진호야.”
  • 진호는 연신 손사래를 쳤다.
  • “천만에, 천만에.”
  • 그는 손목을 올리고 시계를 확인했다.
  • “시간이 이르지 않네, 벌써 열한시야.”
  • 유건희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 “누나, 이렇게 늦었는데 집에 돌아가지 말고 진호 형이랑 호텔에 가.”
  • 진호는 유건희를 꽉 껴안아주고 싶은 마음이었다.
  • 유나연은 차가운 표정으로 조용히 혼냈다.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 홍이현도 말을 보탰다.
  • “어차피 언젠가는 잘 텐데 뭐 어때요.”
  • 유건희는 발 밑에 있는 주머니를 툭툭 찼다.
  • “어차피 누구든 같이 잘 거 아냐? 도강우 그 병신 같은 놈이 뭐가 좋다고 그래? 이거 봐, 허세 부릴 줄이나 알고 주머니 하나를 들고 와서는 2억이라고 하지 않나… 미친.”
  • 너무 세게 찬 탓에 주머니가 찢어지면서 안에 든 물건이 모습을 드러냈다.
  • 전부 노란색의 5만 원권이었다!
  • “진짜 돈이잖아!”
  • 갑자기 확 쪼그려 앉은 유건희는 주머니를 열어보고 그만 멍해졌다.
  • 진호와 유나연 역시 깜짝 놀랐다.
  • 하지만 홍이현의 눈에는 더없는 갈망이 눈빛이 서렸다.
  • 진짜 돈이야!
  • 현금 2억이라니, 얼마나 충격적인가!
  • “어떻게 돈일 수 있어?”
  • 진호는 절대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 표정이 숙연해졌다.
  • “도강우가 어디서 돈이 난 거지?”
  • 유나연은 마음이 복잡해져서 순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 “안 돼, 빨리 집에 돌아가야겠어.”
  •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바로 다시 되돌아왔다.
  • “진호야, 1억 돌려줄게.”
  • 말을 마친 그녀는 1억을 센 뒤 나머지 1억을 가방에 담고 다급하게 밖으로 나갔다.
  • “나연아, 내가 바래다줄게. 유건희 1억 잘 갖고 있어.”
  • 유건희와 홍이현이 1억을 든 채 그곳에 남아있었다.
  • 홍이현은 손에 든 1억을 탐욕스럽게 바라보았다.
  • “유건희, 우리 이거 가지자…”
  • “안 돼, 이건 진호 형 거야.”
  • “괜찮아, 1억은 그에게 큰 돈도 아닐 거야. 게다가 그가 너희 누나와 잠자리라도 가지면 너에게 1억이 아니라 10억도 줄 거야.”
  • 유건희도 마음이 움직였다.
  • “그래.”
  • 진호가 뒤쫓아 나갔지만 유나연은 이미 택시를 타고 떠난 뒤였다.
  • 싸늘한 눈빛으로 제자리에 서 있던 진호는 잠시 생각하다 차를 몰고 쫓아갔다.
  • 천자 1번룸 안, 류현경은 드디어 도강우를 만나게 되었다.
  • 희열에 가득 찬 그녀는 애정이 폭발할 것 같은 눈을 반짝이며 도강우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이내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 도강우의 등 뒤로 걸어간 그녀는 그의 뒷모습과 이상한 로고를 바라보았다.
  • 임다현 대단하네!
  • ‘우리 강우 오빠가 너를 자전거에 태운 것도 부족해서 그걸 인스타에 업로드 하다니!’
  • 도강우는 류현경의 눈빛에 소름이 돋았다.
  • “왜 그래?”
  • “자전거에 임다현을 태우고 재미 있었어?”
  • 류현경이 느긋하게 물었다. 그녀는 비록 도강우와 동갑인 27살이었지만 도강우가 생일이 빨랐기에 계속 그를 강우 오빠라고 불렀다.
  • 도강우는 멍해졌다.
  • “네가 어떻게 알았어?”
  • “인스타에서.”
  • 류현경이 말을 하며 인스타를 열어 도강우에게 보여주었다.
  • 도강우는 순간 임다현을 죽여버리고 싶었다.
  • “하지만 이건 오빠가 매력이 있다는 뜻이잖아!”
  • 류현경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
  • 그녀는 당연히 도강우가 이미 결혼했다는 걸 알고 있었고 도강우 같은 남자를 그녀 혼자 소유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도강우가 좋았다. 유나연이 기분 나쁠지, 질투할 지는 상관없었다. 그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 “안 돼, 나도 자전거에 태워줘.”
  • “너의 오늘 밤 행동은 분명 내일 아침 온갖 기사를 만들 텐데 너를 자전거에 태웠다가 파파라치에게 찍히기라도 하면 너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
  • “상관 없어, 뭐라 해도 태워줘야 해.”
  • 류현경은 도강우의 팔짱을 꼈다.
  • “롤스로이스도 마다하고 자전거에 탄다고?”
  • 도강우는 조금 어이가 없었다.
  • “그것도 누구랑 타는지 봐야지.”
  • 류현경은 거대한 물건을 도강우의 팔에 비볐다.
  • 도강우는 무의식적으로 힐끗 쳐다보았다.
  • 깊게 파인 옷 속에 드러난 희고 신비한 깊은 가슴골이 비쳤다…
  • 류현경은 의기양양하고 도도한 표정을 지었다.
  • “집사람이 너를 엄청 좋아해, 사인 한 장 해줘.”
  • 도강우는 어쩔 수 없어하며 말했다.
  • “거래 성사.”
  • 그리고 반시간 뒤, 류현경의 인스타에도 임다현의 인스타와 똑같은 내용이 업로드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