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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비 9901

  • 똥 씹은 표정인 강 사장은 얼굴이 아주 흙빛이었다. 만약 도강우의 미움을 사지 않았다면 별빛 인테리어에서의 지분과 지위만으로 몸값이 수억에 달할 수 있었다!
  • 하지만 지금은?
  • 빈털터리로 쫓겨났다.
  • 너무 마음이 아팠다!
  • 자신의 생사가 줄곧 도강우의 손에 쥐어져 있었는데 왜 그의 미움을 사고 그의 사람을 스카우트한 걸까? 게다가 왜 계속 그를 업신여겼던 걸까?
  • 만약 다른 사람 입에서 이 얘기를 들었다면 양휘와 다른 사람들은 분명 농담하는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춘추의 충실한 신하인 여장훈이었다. 그의 배후에는 가평 최고 갑부가 있었다!
  • “꺼져.”
  • 여장훈이 담담하게 말했다.
  • 뚱보는 털썩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도강우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 “도강우 씨, 아니, 도 대표님. 큰 분을 알아보지 못하고 무례를 범했습니다. 높으신 분께서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시기 바랍니다.”
  • 그 모습을 본 양휘도 따라서 무릎을 꿇고 울부짖었다.
  • “도 대표님, 눈앞의 이익에 눈이 멀어 잠시 미쳤나 봅니다.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제가 어르신을 십여 년 따르고 또 대표님도 4-5년 따르면서 공은 없어도 고생은 하지 않았습니까. 대표님의 개가 될 테니 시켜만 주신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 “내 개가 되기에도 당신은 자격이 부족해.”
  • 도강우는 고고하게 양휘와 뚱보를 내려다보았다.
  • 여장훈은 크게 화를 내며 양휘를 발로 걷어찼다.
  • “네가 도 대표님의 개가 될 자격이나 있어? 그건 내가 하는 거야. 도 대표님이 나더러 물라고 하면 무는 거라고. 네까짓 게 뭔데!”
  • 미쳤다.
  • 사람들 마음속이 또 한 번 쿵 하고 울렸다.
  • 그는 가평 최고 갑부의 최측근이자 해영빌딩인 대표인 여장훈이잖아, 건물 전체가 여씨 집안 것이잖아.
  • 그런 그가 도강우의 개가 되겠다는 이런 황당무계한 말을 당당하게 하다니.
  • 앞다퉈 개가 되려는 거야?
  • 체면은? 지위는?
  • 사람들은 더더욱 경악했다. 도강우의 정체는 대체 뭘까?
  • 도강우는 사람들을 쓱 훑어보았다.
  • “됐어요, 일은 이 정도로 정리해요. 그리고 오늘 일은 우리만 알고 있으면 되니 밖에 나가서 크게 떠들지 말아요.”
  • 여장훈이 웃으며 아부했다.
  • “도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다 알고 있습니다.”
  • 절대 착한 사람이 아닌 여장훈의 수단이라면 그도 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에게 일처리를 맡기면 도강우도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임무가 내려오기 전에 도강우는 최대한 일상을 평온하게 보내고 싶었다. 가능한 최대한 말이다.
  • 일단 임무가 내려오면 자유가 거의 없었다.
  • “연석아, 열심히 해. 무슨 일 있으면 여장훈 씨 찾고.”
  • 이어 도강우는 오연석의 어깨를 두드렸다.
  • 오연석은 여전히 꿈을 꾸는 것 같았다.
  • “네, 네. 도 대표님.”
  • 도강우는 양휘와 뚱보의 외침을 아랑곳하지 않고 해영빌딩을 떠났다. 해영빌딩을 나서기 무섭게 메시지 두 통이 도착했다.
  • 첫 번째는 낯선 번호로 온 메시지였다.
  • “오늘 밤 나 가평 오페라하우스에서 작은 콘서트를 하니까 꼭 와. 안 오면 20만 명을 수용하는 대형 콘서트를 한 번 더 열고 온 세상에 도강우 당신이 바로 내가 평생을 사랑하는 남자라고 고백할 거야—— 당신을 사랑하는 류현경.”
  • 도강우는 무표정으로 메시지를 삭제했다.
  • 두 번째 역시 낯선 번호의 메시지였다.
  • “나현진이에요, 저녁에 같이 식사해요.”
  • 매우 도도한 그녀는 말을 길게 하지 않았다.
  • 하지만 도강우는 그녀보다 더 도도하게 단 한마디로 거절했다.
  • “시간 없어요.”
  • 상대도 더 이상 답장이 없었다.
  • 갑자기 도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심상치 않은 냄새를 맡았기 때문이다. 고개를 든 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아주 평범해 보이는 승합차 한 대에 시선이 꽂혔다.
  • 그는 바로 눈을 가늘게 떴다.
  • 은색의 승합차가 더없이 평범해 보여도 도강우는 결코 범상치 않다는 걸 보아낼 수 있었다.
  • 미국 커스텀 버전의 방탄 유리는 1톤에 달하는 충격을 견딜 수 있고 12기통으로 개조한 엔진은 놀랄 정도의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번호판은 진위를 가리기 힘들었지만 도강우는 바로 가짜 번호판을 단 차량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 운전석에 앉아있는 사람은 겉으로 보기에 택배원처럼 보이지만 손목에 나비 문신이 있었다.
  • “비 9901…”
  • 도강우가 중얼거렸다.
  • 세계에서 가장 신비한 조직인 그들은 줄곧 서유럽에서 활동했는데 갑자기 가평에 나타날 줄은 몰랐다.
  • 그는 공유 자전거 한 대를 스캔한 뒤 자전거를 타고 따라갔다.
  • 승합차의 속도가 겨우 50km/h 정도로 빠르지 않았던 탓에 따라갈 수 있었다. 점점 번화가를 벗어난 차량은 한 시간 반 뒤에 편벽하고 외진 도로로 향했다. 승합차가 갑자기 멈추더니 기사가 차에서 내려 도강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 “왜 이렇게 오래 따라와요? 뭐 하려는 거예요?”
  • “비 9901이 언제 가평까지 침투했어?”
  • 도강우가 묻자 기사의 눈이 번뜩이더니 이내 사납게 웃으며 말했다.
  • “비 9901을 알고 있는 걸 보니 보통 인물이 아닌 것 같군. 그런 거라면 당신을 남겨두면 안 되겠어.”
  • 말을 마친 그는 성큼성큼 도강우를 향해 걸어왔다.
  • 걸음이 아주 침착하고 힘있어 보이고 하체가 튼실한 걸로 보아 무림고수가 분명했다.
  • 승합차의 문이 안에서 열리더니 차 안에서 장발에 눈이 움푹하게 패어 들어간 남자가 나왔다. 맨발에 헐렁한 가운을 입은 그는 온몸에 문신이 있었다.
  • 무에타이 고수였다!
  • 차 문이 열리는 순간 도강우는 차 안의 광경을 보게 되었다.
  • 안에는 여자 한 명이 묶여 있었는데 아주 예쁘장한 그녀는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 도강우도 여러 매스컴에서 본 적 있는 그녀는 바로 임다현이었다!
  • 가평시의 상업 여왕이며 몸값이 2조가 넘었다!
  • 도강우는 그녀를 구하는 건 관심이 없었다.
  • 하지만 비 9901 조직은 뼈에 사무치게 증오했다!
  • 이 조직이 사람을 모집하는 방식은 아주 특별했는데 보통 인터넷에 보기에는 아무 의미 없는 코드와 사진을 게시하곤 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새로운 인류 언어학과 암호학 및 유전자 연구를 내포하고 있어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천재 중의 천재였다.
  • 도강우의 한 형제가 예전에 해독한 적 있는데 다음 날 바로 집에서 참혹하게 죽음을 맞이했고 온 집안이 몰살당했다!
  • 그 순간부터 도강우는 비 9901을 뼈에 사무치게 증오했다.
  • “이 여자 데리고 먼저 가.”
  • 무에타이 남자가 말하자 한 사람이 뒷좌석에서 운전석으로 기어가 차를 몰고 떠나려 했다.
  • 무에타이 남자와 원래 운전석에 있던 남자가 좌우로 공격했다.
  • 도강우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변했다. 가평에 돌아온 뒤 4-5년 동안 처음 흉악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 그는 마치 막 깨어난 선사시대의 거대한 짐승처럼 달려오는 두 사람을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겨우 한 걸음일 뿐인데 20여 미터를 뛰어넘었고 몸은 제자리에서 긴잔영을 남기며 두 사람 사이를 지나 곧장 승합차 앞으로 가로 막은 뒤 보닛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승합차의 뒷부분이 들리고 사방의 창문이 순식간에 부서졌다!
  • 운전석에 있던 기사도 놀라서 멍해졌다.
  • 이게 대체 무슨 괴력이란 말인가?
  • 그는 놀라서 침을 삼켰다.
  • 모든 것을 최고로 개조한 승합차는 심지어 유리는 로켓탄의 충격도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있는 스물예닐곱 정도 되는 남자의 주먹에 산산조각 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