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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난 너만 보여

  • 룸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좌석이었다.
  • 진호와 유나연 일행의 좌석은 뒤쪽이었지만 그래도 유나연은 흥분을 금치 못했다.
  • 가까운 거리에서 류현경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녀는 류현경을 아주 많이 숭배했고 그녀의 모든 노래를 다 좋아했다.
  • 류현경이 등장하기 전 진호의 시선이 천자 1번룸으로 향했다.
  • 지금까지 불이 켜진 적 없던 천자 1번룸이 오늘은 불이 켜진 것이다. 진호는 마음이 두근거리며 흥분을 금할 수 없었다.
  • “미친, 천자 1번룸이 열렸어.”
  • 진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 유건희가 조심스레 물었다.
  • “천자 1번룸이 뭐예요?”
  • “이렇게 얘기할게, 가평 최고 갑부 이춘추도 들어갈 수 없는 룸이야!”
  • 진호는 잔뜩 흥분한 채 눈을 가늘게 뜨고 룸 안에 있는 사람을 확인하려 했다.
  • 하지만 룸은 아주 프라이빗하게 디자인되어 있어서 안에서는 밖의 전모를 볼 수 있지만 외부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었다. 전체적인 재질 또한 첨단 유리로 되어있었다.
  • 천자 1번룸이 열린 것을 알아차린 많은 사람이 너도나도 목을 길게 빼고 귓속말로 의논했다.
  • 30여 개의 룸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도 일제히 천자 1번룸으로 향했다.
  • “천자 1번룸이라, 재미있는데. 누구인지 확인해 봐.”
  • 임다현이 말했다.
  • 2번 룸에 앉아있던 이춘추는 무의식적으로 앞에 놓인 테이블을 톡톡 치며 차를 한 모금 마셨다.
  • “도 대표님이 오셨네.”
  • “대체 누군인지 빨리 조사해.”
  • “어느 대단하신 분이 가평에 온 거지?”
  • 많은 사람이 의논이분분했다.
  • 유건희는 부러운 마음을 금치 못했다.
  • “정말 대단하네요, 언젠가 나도 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말 조심해!”
  • 진호가 낮은 소리로 호통쳤다.
  • 유건희는 움찔하며 목을 움츠리고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 유나연이 기분이 다운 것을 발견한 듯한 진호는 급히 사과했다.
  • “나연아, 미안해.”
  • 유나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
  • “저 룸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류현경을 볼 수 있는 뷰가 가장 좋은 곳이네. 심지어 다른 30여 개의 룸도 뷰가 아주 좋아.”
  • 진호는 바로 그녀의 뜻을 알아채고 씁쓸해졌다.
  • 30여 개 룸에 있는 사람들은 하나 같이 대단한 사람들이었는데 그의 아버지조차 함부로 건드릴 수 없었다.
  • “룸 하나 얻을 수 있는지 생각해 볼게.”
  • 말을 마친 진호는 휴대폰을 꺼내어 자신의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보세요, 아버지. 가평 오페라 하우스의 룸 하나 필요해요.”
  • “너 죽고 싶어?”
  • 전화기 너머에서 호된 호통소리가 들리더니 전화가 툭 끊겼다.
  • “아버지한테 전화했으니 일단 여기서 보자.”
  • 진호는 짐짓 자연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며 시간을 끌려 했다.
  • 당연히 전화기 너머의 호통소리를 들은 유나연은 몰래 한숨을 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그녀가 한숨을 쉬던 그때 한 여자가 갑자기 유나연 옆으로 걸어와 금으로 만들어진 초대장을 건넸다.
  • “여사님, 여사님의 룸은 지 28번룸이니 서둘러 입장해 주세요.”
  • 유나연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놀라며 청첩장을 확인했다.
  • 진호도 깜짝 놀랐다.
  • 누가 이렇게 통이 큰 거지?
  • “형부, 진짜 대단하네요. 룸까지 얻을 수 있다니!”
  • 유건희는 바로 초대장을 휙 낚아챘다.
  • 진호는 아주 어색하게 웃었다.
  • “별거 아니야.”
  • 홍이현은 눈을 반짝이며 진호를 바라보았다.
  • “하지만 두 사람만 들어갈 수 있네요.”
  • 초대장에 적인 내용을 본 유건희는 바로 김이 빠졌다.
  • 진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 “건희야, 너는 홍이현과 여기에 있어. 내가 너희 누나랑 같이 룸에 갈게. 설마 나와 자리를 빼앗으려는 건 아니지?”
  • 유건희도 당연히 룸에 가서 허세를 부리고 싶었다.
  • 하지만 한 번만 배부를지 아니면 앞으로 끼니마다 배부를 지는 분간할 수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말했다.
  • “네, 형부가 가요.”
  • “가자, 나연아.”
  • 진호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 유나연은 고개를 저었다.
  • “현이야, 나랑 같이 가자.”
  • 말을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홍이현의 손을 잡고 20번룸으로 걸어갔다.
  • 진호, 유건희, 홍이현 모두 멍해졌다.
  • 진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나연아, 저기…”
  • “이렇게 해.”
  • 유나연이 말했다.
  • 떠나는 유나연의 뒷모습을 보던 진호의 눈빛이 순간 공포스럽게 변했다. 유건희는 옆에 웅크린 채 감히 말도 할 수 없었다.
  • 그는 대체 누가 손을 쓴 건지 생각하고 있었다.
  • 이런 능력은 아주 두려운 것이었다. 공연 직전에 룸을 배정할 수 있는 건 이춘추와 같은 레벨의 사람만 가능한 것이었다.
  • 룸에 들어가자 서너 명의 여자 의전도우미가 차를 따르고 따뜻한 티슈를 건넸다.
  • 유나연이 그 중 한 명에게 물었다.
  • “대체 누가 우리에게 룸을 배정해 준 거예요?”
  • “죄송합니다, 저도 모릅니다.”
  • 유나연이 다시 입을 열려는데 불빛이 어두워졌다. 그건 류현경이 곧 등장한다는 신호였다.
  • 룸은 당연히 천자 1번룸에 있는 도강우가 배정한 것이었다.
  • 룸 안은 아주 럭셔리하게 인테리어 되어 있었는데 소파, 시트, 테이블이 있었고 심지어 단일 선로의 전화기와 목소리를 변조할 수 있는 스피커도 있었다.
  • 또한 종업원이 없어 아주 프라이빗했다.
  • 조명이 무대 위에 집중되고 이어 어둠 속에서 요정 같은 누군가가 천천히 무대 위로 등장했다.
  • 현장 전체가 쥐 죽은 듯 조용해졌고 모두 무대 위에 시선을 집중했다.
  • 우아하고 심플한 검은색의 깊게 파인 롱드레스 차림에 머리를 높게 묶은 그녀는 늘씬한 목과 정교한 쇄골을 드러냈다. 흠잡을 데 없는 얼굴은 마치 그림속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 바로 국제적인 탑스타, 류현경이었다.
  • “안녕하세요, 류현경이에요.”
  • 류현경이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남다른 목소리는 매력적이고 부드러웠는데 마치 봄날의 햇살 같았다.
  • 현장이 순간 들끓었다!
  • “류현경!”
  • “류현경 사랑해요!”
  • “류현경!”
  • 유건희도 따라 외쳤고 흥분한 나머지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 유나연 역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 하지만 홍이현은 너무 질투가 났다.
  • 그녀는 이런 사람이었다. 임다현을 질투하고, 나현진을 질투하고, 류현경을 질투했다. 자신보다 예쁘고 능력이 있고 돈이 많은 여자라면 전부 다 질투했다.
  • 똑같이 여자인데 그들은 왜 그렇게 대단하고 돈이 많은 건데.
  • “오늘은 저의 첫 곡을 천자 1번룸에 계신 분에게 선물하고 싶습니다. 그 분이 없다면 저 류현경의 오늘도 없었을 테니까요.”
  • 류현경의 시선이 천자 1번룸으로 향했다.
  • 순간 모든 사람들도 따라서 시선을 돌리며 안에 있는 사람이 대체 누구인지 알아보려 천자 1번룸을 주시했다.
  • “이 노래는 이선희 선배님의 ‘인연’입니다.”
  • 류현경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삐—
  • 현장이 순간 고요해지더니 바로 떠들썩해졌다!
  • 무슨 상황이지?
  • 이건 사랑 노래잖아!
  • 설마 천자 1번룸에 있는 사람이 류현경이 마음에 둔 사람인가?
  •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
  • 그녀는 여왕이잖아!
  • 여왕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얼마다 대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