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화 5분 내에 전부 물갈이 해
- “꺼져!”
- 도강우는 곧장 진호 앞으로 다가가 따귀를 날렸다.
- 퍽하는 소리와 함께 진호의 볼에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남았다.
- 진호는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도 미친 듯이 웃었다.
- 유나연이 비명을 질렀다.
- “도강우 너 미쳤어?! 왜 또 사람을 때려! 진호야, 괜찮아?”
- 진호는 입가의 피를 닦고 여전히 예의 바르게 행동했다.
- “괜찮아, 시간이 늦었으니 나 먼저 갈게. 이건 내 명함이니 필요하면 연락해.”
- “진호, 너 정말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을 건가 보네.”
- 어둠속에서 도강우는 마치 잠에서 깬 야수처럼 천천히 진호를 향해 걸어갔다.
- “도강우, 거기 서!”
- 유나연이 도강우를 막아섰다.
- “사람 때리는 것 말고 할 줄 아는게 뭐야? 사람을 때린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사람 때리는 건 범법행위야! 진호도 좋은 마음에 그러는 건데 대체 왜 그래?”
- 도강우는 멈춰 서서 차갑게 웃었다.
- 유나연은 바로 돌아서서 집으로 돌아갔다.
- 진호가 떠난 방향을 바라보는 도강우의 눈에 서늘한 빛이 번뜩였다.
- ‘너는 일단 손보지 않을게. 할아버지의 병세가 호전되면 하나하나 손 볼 거야.’
- 집으로 돌아온 유나연이 이미 안방 문을 안에서 잠근 탓에 도강우는 어쩔 수 없이 작은 침실에서 잘 수밖에 없었다. 막 누웠는데 서브폰이 진동했다.
- 이 휴대폰 번호를 아는 사람은 아주 지극히 드물었는데 유나연도 모르고 있었다.
- 휴대폰을 열자 메시지 한 통이 보였다.
- “재벌님, 안녕하세요. 저는 현이라고 해요. 알게 돼서 반가워요, 이건 제 사진이니 필요한 게 있으면 얘기 나눠봐요. 쪽.”
- 메시지 뒤에는 포샵을 잔뜩 한 입을 삐쭉 내밀고 억지로 귀여운 척하는 사진이었다.
- 그녀는 처남 유건희의 여자친구 홍이현이었다!
- 도강우가 답장을 했다.
- “내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
- “우연히 알게 됐으니 절대 저를 탓하지 말아요…”
- 다시 메시지가 왔지만 도강우는 답장하지 않았다.
- 홍이현이 어떤 사람인지 그는 잘 알고 있었다.
- 가난한 건 싫어하고 돈만 좇으며 부정적인 에너지로 가득했다. 학창시절에는 일진이었던 그녀는 종종 댄스 배틀을 좋아하는 전설속의 사회인이었다.
- 도강우는 이런 여자를 거들떠 보지도 않을 텐데 유건희는 그런 여자를 좋아했다.
- 다음 날 아침 날이 밝자마자 잠에서 깬 도강우는 아침 밥을 차려서 간단하게 먹은 뒤 바로 병원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를 보러 가는 동시에 병원 사람들에게 소소하게 정리하려 했다.
- 그의 눈에 한기가 서렸다.
- 결정적인 순간에 나현진이 나서서 집도하지 않았다면 그가 1억을 모았다 해도 할아버지를 살리지 못했을 것이다.
- 할아버지는 이미 ICU에서 나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
- 도강우가 들어오자 간호사 데스크의 수간호사는 눈을 흘기며 약간 무시하듯 도강우를 훑어보았다.
- 거들먹 거리긴.
- 여자한테 기대는 남자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 병실 안에서 아름다운 실루엣이 한창 할아버지의 각종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었다.
- 나현진이었다.
- 오늘 박시한 티에 청바지를 입은 그녀는 두 다리가 늘씬하고 엉덩이가 통통했으며 가끔 드러난 가느다란 허리 라인에는 군살 한 점 없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눈꺼풀을 뒤집으며 손전등으로 동공을 확인했다.
- 도강우는 방해하지 않고 문에 기대어 서 있었다.
- 한참이 지나서 일어난 그녀는 도강우를 보고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
- “환자분은 이미 안정됐어요.”
- 그리고 빚 받으러 온 사람처럼 도강우를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 “고마워요.”
- 도강우가 진심으로 말했다.
- 나현진은 그를 아랑곳하지 않고 혼자 물건을 정리했다.
- “나중에 내가 밥 살게요.”
- “그럼 내일 밤에 사요.”
- 도강우는 잠시 생각하다 이내 답했다.
- “좋아요.”
- “그럼 먼저 갈게요, 연락해요.”
- 말을 마친 나현진은 가방을 들고 바로 떠났다.
- 도강우는 달려가서 할아버지를 확인했다. 비록 아직 혼수상태이긴 하지만 안색이 많이 좋아보였다. 가볍게 병실 문을 닫은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병실을 나섰다.
- “양이산과 성지후 당장 기어나오라고 해.”
- 도강우가 수간호사에게 말했다.
- 수간호사는 견과류를 까먹으며 다리를 흔들거렸다.
- “당신이 뭔데 두 교수님을 오라가라예요?”
- “시간을 5분 줄게. 그 사람들이 내 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후과는 알아서 책임져.”
- 도강우는 그녀를 차갑게 훑어보고 간호사 데스크의 의자에 앉았다.
- “쳇.”
- 수간호사는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견과류 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 또 한 웅큼 집었다.
- “무슨 허세를 부려요?”
- 수간호사가 도강우를 힐끗 쳐다보았다.
- “1억도 모으지 못하는 사람이.”
- “아직 4분 남았어.”
- 도강우는 여전히 꼿꼿하게 앉아있었다.
- “미친 놈.”
- 수간호사는 휴대폰을 꺼내더니 서두르지 않고 단톡방에 한마디 외쳤다.
- “성 선생님, 양 선생님 도강우 씨가 두 분을 만나겠다고 하네요. 심지어 5분 내에 나타나지 않으면 알아서 후과를 책임지라고 해요. 오늘 아주 두분에게 공갈사기를 치려고 온 게 분명해요, 의료 분쟁 소동을 벌이려나 봐요!”
- “그 거지 새끼더러 꺼지라고 해!”
- 일부러 음성메시지 소리를 제일 높게 설정한 수간호사의 전화기에서 성 의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 이내 양 의사의 목소리도 들렸다.
- “뭘 저렇게 날뛰어? 소란 피우러 오면서 우리 병원의 배경을 조사해 보지도 않은 거야?”
- 병원 단톡방의 다른 사람들은 아예 무시했다.
- 도강우가 누군데?
- 몰라.
- 의료 분쟁 소동?
- 지금 장난해?
- 뒤에 높으신 분이 있는 서울대병원은 전혀 두려울 것이 없었다.
- “퉤.”
- 수간호사는 일부러 견과류 껍질을 소리내며 뱉았다.
- “이제 1분 남았어.”
- “허허.”
- 수간호사는 여전히 눈을 흘기고 오가는 간호사들도 시답지 않은 듯 도강우를 쳐다봤다. 의료 분쟁 소동을 벌이려면 적어도 수백명은 데리고 와야지.
- 혼자서 소동을 부려봤자 어쩌려고?
- “이따가 정말 소동을 부리면 경비원들 불러서 쫓아버려.”
- 중후한 목소리가 단톡방 메세지에서 들렸다. 원장의 목소리였다.
- 겨우 몇십 초 만에 제복을 입은 경비원들이 사나운 표정으로 도착했다.
- 하나같이 경찰봉을 들고 복도에 서서 간호사 데스크에 앉아있는 도강우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 “젊은이, 경고하는데 얼른 꺼져요. 이따가 무릎 꿇고 아버지라고 빌어도 안 될 거니까.”
- 수간호사가 차갑게 웃었다.
- “안 가면 때려죽일 거야!”
- 한 경비원이 말을 하며 손에 든 전기충격기를 만지작거렸다. 그는 잔뜩 시건방을 떨며 도강우를 내려다보았다.
- 무표정한 도강우의 얼굴에는 전혀 두려운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 “내가 기회를 줬는데 당신들이 소중히 여기지 않은 거야.”
- “하하하, 웃겨 죽겠네.”
- 수간호사가 오버하며 웃었다.
- “이놈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그만두지 않으려나 보네, 무릎 꿇고 빌어!”
- 경비 대장이 앞으로 다가와 전기충격기의 전원을 켜고 지직거리는 봉으로 도강우의 허리를 찔렀다.
- 도강우는 곧장 전기충격기를 잡았다. 전류가 그의 손바닥을 타고 흘렀지만 그는 전혀 다치지 않았다!
- 그가 꽉 움켜쥐자 전기충격기가 그대로 박살났다!
- 이어 그가 따귀를 날리자 경비 대장이 그대로 날아가 기절해 버렸다!
- 미친!
- 남은 경비원들은 서로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도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
- 맨손으로 충격기를 박살내다니 무슨 사람이지?
- 수간호사 역시 깜짝 놀랐다.
- “도강우, 너 뭐 하는 거야. 사람을 때리는 건 위법이야!”
- 도강우는 그저 그녀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휴대폰을 꺼냈다.
- “5분 내에 서울대병원 한번 물갈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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