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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파산한다고?

  • 나현진은 걸어가며 말했다.
  • “괜찮아요, 내가 매일 밤 그에게 돈 갚으라고 전화할 거예요. 아니면 매일 밤 그를 찾아가서 돈 갚으라고 보챌 거예요.”
  • 사람들 모두 멍해졌다.
  • 세상이 이렇게 좋은 일도 있어?
  • 나현진은 의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외모도 아주 뛰어나고 배경도 탄탄했다.
  • 매일 밤 전화하고 보채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들지 않을까?
  • 문제는 도강우가 아주 멋있다는 것이다. 눈에는 또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가득 적혀 있었다.
  • “나 소장님…”
  • 진호는 아주 비굴한 태도로 나재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 하지만 나재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 “꺼져, 계집애처럼 말이 많아!”
  • 진호는 쪽팔리다는 생각에 안색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 셔츠로 갈아입은 나현진이 도강우 앞으로 걸어왔다.
  • “휴대폰 주세요.”
  • “휴대폰을 당신한테 주면 나는 뭘 씁니까?”
  • 도강우가 물었다.
  • “휴대폰 번호를 달라고요!”
  • 나현진은 이를 꽉 깨물었다.
  • 도강우는 그제야 황급히 깨닫고 나현진에게 전화번호를 주었다.
  • “기억해요, 나한테 13억 빚졌어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저 멀리 걸어갔다. 그동안 나현진은 아주 도도하게 유나연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 유나연은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나현진이란 저 여자 설마 내 남편하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 유나연은 순간 마음이 저 바닥까지 가라앉는 것 같았다.
  • 13억이라니, 그녀와 도강우 현재의 경제 상황으로는 평생을 갚기 힘들 수도 있었다!
  • 게다가 나현진의 태도는 어딘가 애매모호하고 이상했다.
  • “너 나현진과 아는 사이야?”
  • 유나연은 약간 싸늘한 표정을 띤 채 다시 한번 물었다.
  • “모른다고 했잖아!”
  • “짜증내네.”
  • 중얼거리던 유나연은 마음속 불길한 예감이 점점 짙어졌다.
  • 나현진은 너무나 눈부셨다. 비록 유나연의 외모도 나현진에게 뒤지지 않지만 나현진의 아우라는 유나연이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진호와 거리를 둬, 들었어?”
  • 도강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 “1억은 내가 그에게 돌려줄 테니 네가 나설 필요 없어.”
  • “어떻게 갚을 건데? 1억이야, 1억!”
  • 유나연은 이미 폭발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 공연한 빚이 13억이 더 생겨서 진호의 1억까지 더하면 빚이 모두 14억이었다!
  • 그 숫자는 유나연의 숨통을 조여왔다.
  • 유나연을 빤히 쳐다보던 도강우가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회사 한 직원의 전화였다.
  • “강우 형님, 다들 사직한다고 난리입니다. 연속 십여 일 동안 아무 업무도 없다고 양휘가 사람들을 데리고 맞은편 별빛 인테리어로 이직했습니다. 대우가 이곳에 있을 때보다 30%는 높다면서…”
  • 도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 복귀를 결정한 이상 연 수입이 5천만에 불과한 작은 회사는 이미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설립하신 회사였기에 도강우는 자신의 손에서 무너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 그 생각이 든 그는 바로 유나연에게 말했다.
  • “회사에 한번 다녀올게.”
  •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떠나는 도강우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유나연의 눈앞이 점점 흐릿해졌다.
  • 자신이 적금을 남동생 유건희에게 준 뒤로 두 사람은 이미 갈등이 생겼다. 그리고 도강우가 자존심을 세우며 1억을 버린 행동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에 더욱 큰 골이 생기게 했다.
  • 유나연이 보기에 지금의 도강우는 이미 좌절로 인해 재기하기 힘든 상태로 보였다. 내키는대로 1억을 버리는 것도 멘붕이 온 표현이었다.
  • 유나연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실망했다.
  • “가난한 부부는 근심 걱정이 가득하다고 너와 도강우는 이미 미래가 없어. 나연아, 도강우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봤어. 이제는 수십억의 빚까지 졌으니 그를 완전히 무너지게 할 거야. 그리고 앞으로 어르신의 치료비용 또한 천문학적 숫자일 거야. 약 한 알에 10만 원이 드니 버티기 힘들 거야.”
  • 진호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유나연을 바라보았다.
  • 유나연은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 “할아버지 보러 갈게.”
  • 이럴 때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진호는 먼저 자리를 떴다.
  • 도강우의 인테리어 회사인 골드 인테리어는 직원이 모두 8명이고 근무 연수가 가장 오래된 사람이 바로 양휘였다. 도강우는 그에게 임금도 제일 많이 주었는데 월급만 350만이었다. 다른 직원들의 대우도 동종업계 사람들을 훨씬 뛰어넘었다.
  • 골드 인테리어는 해영빌딩에 있는 면적이 30평인 작은 사무실 하나를 빌렸는데 2천만 원에 달하는 연 임대료만해도 적지 않은 지출이었다.
  • 회사로 가는 길, 도강우는 이춘추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 집사, 나를 도와 인테리어 회사를 사줘요. 위치는 해영빌딩에 있어요.”
  • “네, 사실 해영빌딩 전체가 다 대표님 것입니다.”
  • 전화를 끊은 도강우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도강우를 기다리던 8명의 직원들은 동정의 눈길을 보냈고 그 중 양휘는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양휘는 회사의 업무 책임자이자 핵심 인물이었다. 그동안 모아놓은 대량의 고객 자원이 있는데 그가 이직하게 되면 회사의 주문 건의 90%를 가져갈 수 있었다!
  • “도강우 씨, 이건 저의 사직서예요.”
  • 양휘가 먼저 손에 들고 있던 사직서를 건넸다.
  • 도강우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사인했다.
  • “또 사직서를 제출할 사람 있어요?”
  • 남은 사람 중 25살 정도 되는 젊은 사람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사직서를 제출했다.
  • 도강우는 무표정하게 하나하나 사인했다.
  • 양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파산한 것을 축하합니다. 골드 인테리어가 망하게 생겼네요!”
  • 도강우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양휘를 바라보았다.
  • “당신은 우리 할아버지를 따라 십여 년을 일하고 나랑도 4-5년을 일했는데 내가 푸대접한 적 있어요? 당신 어머니가 중병에 걸렸을 때 심지어 사비를 털어 2천만 원을 줬는데 지금까지도 나한테 갚지 않았죠?”
  • 양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 “그건 당신이 자진해서 준 거잖아요, 나는 달라고 한 적 없어요. 법적으로 증여는 다시 회수할 수 없어요. 때문에 당신의 2천만 원은 없는 거예요, 나도 돌려주지 않을 거고요. 난 당신에게 빚지지 않았어요.”
  • 도강우는 비꼬는 표정으로 맞은편 회사를 가리켰다.
  • “저쪽에서는 월급을 얼마나 준대요?”
  • “기본월급은 40만이지만 모든 업무 주문 건의 10%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어요! 당신보다 훨씬 대범하죠.”
  • 도강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 이어 도강우는 유일하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 젊은 사람을 주시했다.
  • “연석아, 너는 어떻게 할 거야?”
  • 오연석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 “대표님께서 저를 자르지 않는 한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 “멍청한 것.”
  • 양휘는 경멸하듯 오연석을 바라보고 바로 일어났다.
  • “저는 이만 별빛 인테리어에 가보겠습니다.”
  • 도강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 “연석아, 잘했어. 떠날 필요 없으니 계속 남아있어. 너를 업무 책임자로 승진시키고 월급은 500만 원, 그리고 회사 지분 30%를 줄게.”
  • 그 말에 양휘 등 사람들을 크게 웃었다.
  • “도강우 씨, 지금 이런 상황에도 무슨 허세를 부려요? 지금 몸에 현금 10만 원이라도 갖고 있으면 내가 진 걸로 할게요! 그리고 30%의 지분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골드 인테리어는 앞으로 업무가 하나도 없을 텐데. 게다가 월급 500만 원이라니, 누굴 놀리는 거야!”
  • 양휘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