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다음 화
세상은 돈과 권력

세상은 돈과 권력

프로사이다

Last update: 2024-03-06

제1화 동생 뒷바라지에 환장한 아내

  • “10일 전에 내 카드에 분명 3억 5천이 있었는데 지금 10만 원 밖에 없어. 유나연, 내 돈 어디 갔어?”
  • 도강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신혼 열흘째인 아내를 바라보았다.
  • 훤칠한 키에 하얀 피부, 늘씬한 몸매를 가진 유나연은 몸매가 아주 아름답고 외모가 뛰어났다.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감히 도강우의 눈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 옆에는 장인, 장모, 처남과 처남의 여자친구까지 있었다.
  • 신혼 첫날밤 뜨거운 시간을 보냈어야 할 때 그를 오랫동안 키워주신 할아버지가 갑자기 뇌경색을 일으켜서 그날 밤 바로 할아버지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 10일 동안의 진료와 검사를 거쳐 뇌종양 확진을 받았고 수술비용 1억이 필요했다!
  • 도강우에게 1억이 좀 힘든 금액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놓을 수는 있었다. 하지만 통장 조회를 해보니 카드에 10만 원 밖에 남지 않았을 줄 누가 알았을까! 내일이면 수술을 해야 하는데 내일까지 수술비용을 마련하지 못하면 수술이 중단될 수도 있었다!
  • 도강우가 4-5년 동안 힘겹게 일해서 모든 적금 3억 5천이 지금 10만 원 밖에 남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 “돈은?”
  • 도강우는 유나연의 눈을 쳐다보았다.
  • 유나연은 고개를 숙인 채 도강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고 말했다.
  • “남동생이 결혼하는데 신혼집이 없으면 안 된대. 이 돈은 동생에게 빌려준 셈이야.”
  • 도강우가 입을 열기도 전에 처남 유건희가 입을 열었다.
  • “누나, 어떻게 된 거야. 이 3억 5천은 나한테 준다고 했잖아? 나랑 현이가 곧 결혼할 텐데 집이 없으면 안 된단 말야.”
  • 그의 여자친구 홍이현도 말을 보탰다.
  • “맞아요, 저는 무조건 집이 있어야 해요. 두 사람은 누나와 매형으로서 동생을 좀 도와줘야죠.”
  • 장인이 책상을 두드렸다.
  • “맞아, 나연이에게 동생이 하나 뿐인데 건희에게 주는 건 당연한 거지.”
  • “집은 아직 사지 않았잖아요? 지금 우리 할아버지가 수술비용으로 1억이 필요해요, 급하게 돈을 써야 한다고요.”
  • 도강우는 결국 분노를 참지 못했다.
  • 장모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 “그건 안 되지. 건희랑 현이 결혼식 예식장도 다 예약했는데 지금 1억을 가져가면 집은 어떻게 사고 결혼식은 어떻게 해? 그리고 자네 할아버지는 나이도 많으니 그런 병에 걸렸으면 죽기를 기다려야지.”
  • 도강우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 “그건 제 돈이에요. 제가 힘들게 번 결혼 전 재산이에요!”
  • “뭐가 네돈내돈이야, 이미 나연이와 결혼도 했고 한 가족인데 뭘 그렇게 선을 그어?”
  • 장모는 잔뜩 언짢은 표정이었다. 50대 정도의 나이에 얼굴에 살이 없고 광대가 툭 튀어나온 장모는 누가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런데 하필 그녀가 낳은 유나연은 아주 많이 예뻤다.
  • 남동생 유건희는 억지를 부렸다.
  • “어쨌든 이 돈은 내가 집을 사고 차를 사는 데 쓸 거예요. 집은 이미 다 봐뒀으니 내일 계약금 지불하러 갈 거예요. 차도 이미 결정했어요. BMW 5시리즈인데 아주 예뻐요.”
  • 말을 하는 그의 눈에는 동경으로 가득 찼다.
  • “유나연, 나의 할아버지가 내일 수술을 하셔. 하루를 미룰수록 그의 병세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니 네가 이해해 주기를 바랄게.”
  • 도강우는 식어가는 마음을 억 누르고 자신의 신혼 아내를 바라보았다.
  • 완벽주의자인 그녀는 가장 좋은 것을 신혼 첫날밤에 남겨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때문에 도강우는 지금까지도 그녀에게 손대지 않았다.
  • 유나연은 난색을 보이며이내 입을 열었다.
  • “도강우, 너도 내 생각 좀 해줘. 남동생이 건희 하나 뿐이잖아.”
  • 도강우의 눈빛이 순간 차가워졌다.
  • 도강우와 눈을 마주친 유나연은 가슴이 덜컥했다.
  • 그의 이런 눈빛은 너무 낯설고 너무 두려웠다. 그와 알고 지낸 지 4-5년이 됐지만 이런 눈빛은 단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 한참 침묵하던 도강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 “그러면 내일 아침 집을 팔아.”
  • 할아버지만 살릴 수 있다면 집은 다시 벌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어진 유나연의 말은 도강우로 하여금 살인을 저지르고 싶게 했다.
  • “집은… 며칠 전에 내가 담보 대출을 받았어. 동생이 사채빚 1억 5천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어.”
  • 결혼 전에 도강우가 그녀에게 사준 것이었기에 집 명의는 유나연 것이었다.
  • “유나연!”
  • 도강우는 주먹을 꽉 움켜쥔 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유나연을 알고 지낸 4-5년 동안 처남 유건희는 일을 한 적이 없었고 계속 유나연이 먹여 살렸다! 유나연의 연봉 10여만 원은 전부 다 유건희에게 보태주었다.
  • 쾅.
  • 처남은 순식간에 테이블을 내리치고 일어나며 도강우에게 손가락질했다.
  • “도강우, 감히 우리 누나에게 소리를 질러? 내가 지금 당장 사람을 잔뜩 불러서 당신 목을 베어버릴 수도 있어!”
  • 장인도 따라서 소리를 질렀다.
  • “도강우, 너 뭐 하려는 거야!”
  • 장모도 말을 보탰다.
  • “안 되면 이혼해!”
  • 처남 앞으로 걸어간 도강우는 유건희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 “3억 5천 줘!”
  • 유건희는 그의 눈빛에 머리카락이 곤두섰다.
  • “돈은 없으니 필요하면 목숨이나 가져요!”
  • 유나연은 눈물을 반짝이며 다급하게 걸어와서 도강우 앞을 가로막았다.
  • “여보, 나한테 남동생이 하나 밖에 없는데 건희를 도와주지 않으면 누굴 도와줘?”
  • 도강우는 고개를 홱 돌렸다.
  • “그러면 우리 할아버지는? 아직도 병상에 누워계신 우리 할아버지는 언제든 생명의 위험이 도사릴 텐데 돌아가시는 걸 그냥 이렇게 보고만 있을 거야?”
  • 유나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눈물만 흘렸다.
  • “기어이 돌려주지 않는다 이거야?”
  • 도강우는 유나연을 바라보았다.
  • 유나연은 고개를 젓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 “하하.”
  • 도강우는 아무 의미없는 웃음소리를 내었다.
  • 갑자기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 도강우가 문을 열자 문밖에 흰색 정장을 입은 반듯한 몸매의 젊은 남자가 서 있었다. 매우 비싸 보이는 정장을 입은 남자는 손목에 파텍 필립 시계를 차고 있었다.
  • “누구 찾아요?”
  • 도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 젊고 잘생긴 남자는 아예 도강우를 무시하고 유나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 “나연아, 나 돌아왔어.”
  • 유나연은 몸을 심하게 떨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진호, 너…”
  • 진호는 곧장 집 안으로 들어왔다.
  • “전에 인사도 없이 떠난 건 런던에 공부하러 가느라 그랬어. 오늘 돌아오자마자 너를 찾아온 거야. 맞다, 나 가평 제약 인수할 준비하고 있어.”
  • “미안해, 나 결혼했어.”
  • “나도 알아, 하지만 상관없어. 전에 네가 나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지금 기회 한번 더 줄 수 있어?”
  • 장인, 장모, 처남 그리고 처남의 여자친구 홍이현까지 순간 눈이 반짝 빛났다.
  • 가평 제약은 가평시에서 거물 그룹이었다.
  • 진호는 틀림없이 가평 제약의 도련님일 것이다!
  • 완전 재벌 2세잖아.
  • “미안해.”
  • 유나연은 고개를 저었다.
  • “당장 꺼져.”
  • 도강우가 진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 무슨 뜻이야?
  • 내 눈앞에서 내 아내를 데려가려고?
  • 진호는 그제야 고개를 돌리고 도강우를 그윽하게 힐끔 쳐다보았다.
  • “나는 유나연 포기하지 않을 거야.”
  • “꺼져!”
  • 도강우가 소리를 질렀다.
  • 진호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고 껄껄 웃었다.
  • “아저씨, 이모, 필요하면 저한테 연락하세요.”
  • 말을 마친 진호는 거들먹거리며 집을 나섰다.
  • 떠나는 진호의 뒷모습을 보는 장인과 장모는 깊은 생각에 잠긴 눈빛이었다. 장인, 장모, 처남 그리고 처남의 여자친구 홍이현의 표정을 본 도강우의 마음은 무서울 정도로 싸늘해졌다.
  • 진호에 비해 도강우는 너무 평범했다.
  • 전에 진호라는 사람이 있는 걸 알았다면 장인장모는 어떻게든 유나연이 도강우에게 시집가는 걸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유나연이 마음을 먹었기에 그들도 방법이 없었고 게다가 이건 유나연 할아버지가 임종 전에 결정한 것이었다.
  • 도강우가 사람이 괜찮고 유씨 집안을 일으킬 희망이라고 했지만 장인어른은 절대 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