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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몰라, 알 자격 없어

  • 모든 사람이 깜짝 놀랐다.
  • 이게 무슨 일이야? 나 교수가 규정을 타파하고 주동적으로 한 노인을 위해 수술을 한다고?”
  • 설마 도강우가 아주 비범한 사람인 걸까?
  •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도강우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그녀의 명령에 모든 간호사가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그녀들 마음속 나현진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 신이었다.
  • 간호사들이 이내 바삐 움직이며 할아버지를 밀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 수술실 녹색 불이 켜졌다.
  • 침착한 성격의 도강우도 저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 곰곰이 생각하던 유나연은 결국 도강우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마침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을 슬쩍 확인한 그녀는 찔리는 듯 도강우를 쳐다보았다.
  • 도강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 “받고 싶으면 받아.”
  • 유나연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 전화기 너머에서 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 “나연아, 방금 들은 소식인데 여왕이 오늘 밤 가평에서 콘서트를 한대. 다들 권력과 지위 있는 사람만 참가한다는데 내가 VIP 티켓 두 장을 얻었어. 너 오늘 밤 시간 괜찮아? 네가 여왕 많이 좋아하는 거 알아.”
  • 유나연은 시간이 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도강우에 의해 날려버린 1억이 떠올라서 망설였다.
  • “그래.”
  • 여왕이 누구인가?
  • 당연히 류현경이지.
  • 국제적인 탑 연예인, 팬이 수억 명에 달하고 가창력이 뛰어나고 변화무쌍한 가수였다.
  • 데뷔한 지 10여 년 동안 스캔들 한번 없었다.
  • “여보, 나한테 시간을 좀 줘. 내가 반드시 그와 연락을 철저하게 끊을게.”
  • 유나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 “내가 그에게 1억을 돌려줄 테니 오늘 밤 가지 마.”
  • 도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 유나연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처음 도강우에게 약간 실망하게 되었다.
  • 도강우의 경제조건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작은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일 년에 겨우 6-7천만 원 벌 수 있었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회사 운영을 중단하면서 적지 않은 고객들이 빠져나가서 거의 재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유나연은 도강우가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거의 무직 상태에 처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 그러니 1억을 갚으려면 얼마나 힘들까.
  • “너 나현진이랑 아는 사이야?”
  • 유나연이 갑자기 말문을 뗐다.
  • “몰라, 알 자격 없어.”
  • 잠시 생각하던 유나연도 그럴 것 같았다. 나현진 같은 엄친딸을 도강우가 무슨 자격으로 알 수 있을까?
  • 하지만 도강우의 말은 나현진이 그를 알 자격이 없다는 말이라는 건 유나연은 몰랐다.
  • 시간이 일분일초 흐르다 수술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수술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눈만 드러낸 나현진이 보였다.
  • “환자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뇌종양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양쪽 신장 모두 신부전을 앓고 있어서 반드시 가능한 빨리 일치한 신장을 찾아야 합니다. 허락된 시간은 두 시간이에요!”
  •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문을 닫았다.
  • 순간 도강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 각종 검사보고서에서 할아버지의 신장은 모두 건강했고 뇌종양만 앓고 있었다!
  • 두 시간 내에 어디서 일치한 신장을 찾는단 말인가?
  • 그는 먹구름이 낀 듯 어두운 얼굴로 멀리 걸어가 이춘추에게 전화를 걸었다.
  • “이 집사, 한 시간 안에 일치한 신장을 찾아줘요!”
  • “네? 신장은 어젯밤에 이미 준비되지 않았어요? 제가 어르신의 각종 검사 보고서를 전달했을 때 나현진 의사가 보자마자 바로 어르신께서 신부전을 앓고 계신다고 하면서 밤새 신장을 찾아서 9시 반이면 도착할 거예요.”
  • 멍해진 도강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 “나현진 이걸!”
  • 전화를 끊은 도강우는 간호사 데스크에 앉아 휴대폰을 놀고 있는 성 의사를 바라보았다.
  • “당신들 아주 잘하네.”
  • 뚱보 의사는 몸을 흠칫 떨었다.
  • “그건 기계에 문제가 생겨서예요…”
  • 병원 아래, 페라리에 타고 있던 진호는 그 소식을 듣고 의자에 기대며 껄껄 웃었다.
  • “이제는 확실해. 내가 꾸민 두 가지 난제가 다 도강우를 막지 못했지만 하늘이 도강우를 망하게 하려는지, 영감이 신부전까지 앓고 있을 줄이야.”
  • 처남은 부러운 듯 페라리 내부 장식을 만지작거렸다.
  • “형부,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서 도강우와 우리 누나를 갈라놓을게요. 영감이 죽기만 하면 도강우가 분명 우리 누나에게 화풀이할 거예요. 그때 내가 옆에서 부채질만 살짝 하면 누나는 바로 도강우와 이혼할 수 있어요.”
  • “일이 성사되면 이 차를 선물로 줄게.”
  •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 유건희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울려고 했다.
  • 페라리는 그가 평생 모아도 살 수 없는 차였다!
  • “어라, 군용 차량이 왜 와?”
  • 진호는 약간 멍해졌다. 군용 번호판을 단 벤츠 G바겐이 빠르게 달려오더니 차 문이 열리고 체구가 거대한 사람이 철제 상자를 들고 걸음을 재촉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 “미친, 나재현 소장이잖아!”
  • 진호는 순간 흥분했다. 나재현은 가평시에 주둔하고 있는 서른 살 밖에 되지 않는 나현진의 오빠였다. 발만 살짝 굴러도 전체 가평시를 덜덜 떨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었다!
  • “따라가 보자.”
  • 진호가 빠르게 차에서 내리자 유건희도 따라 내린 뒤 빠르게 따라갔다.
  • 수술실 밖에 군복 차림의 남자가 나타난 것을 본 유나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 신문이나 여러 매체에서 이 사람을 본 적 있었는데 그는 가평시에서 가장 어린 소장이었다!
  • 수술실 밖에 서 있던 나재현은 곁눈질로 도강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흥분한 나머지 손까지 떨었다.
  • 5년 만에 드디어 전설 속의 인물을 만나다니. 그가 가평시에서 조용히 지낼 줄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이아귀의 분부가 떠올랐기에 감히 다가가 인사를 건넬 수 없었다.
  • 이아귀가 그에게 도 대표님이 먼저 찾지 않는 한 먼저 인사를 건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 수술실 문이 다시 열리더니 나현진이 철제 상자를 받으며 도강우에게 말했다.
  • “이건 일치한 신장이에요.”
  • 한참 뒤 수술실 불이 드디어 꺼지고 간호사가 할아버지를 밀고 나와 다시 ICU로 돌아갔다.
  • 나현진이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
  •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에요, 하지만 환자분은 계속 입원하셔야 합니다.”
  • “감사합니다.”
  • 유나연은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 왜 지금 눈앞의 광경이 이해되지 않는 걸까?
  • 그리고 신장은 어디서 온 거야?
  • 나현진이 왜 도강우를 도와주는 거지?
  • “신장 하나에 1억 5천, 두 개면 3억이에요. 그리고 저의 외래 진료비는 10억이니 모두 13억이에요. 기억하세요, 당신은 저에게 13억을 빚졌어요.”
  • 말을 마친 나현진이 그곳을 떠나려 했다.
  • 그때 진호가 갑자기 걸어와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 “나현진 씨, 오랜만이에요.”
  • 나현진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 “누구세요?”
  • 진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 이렇게 사람 무시해도 돼? 아무리 그래도 의약 가문의 도련님인데다 왕래도 있었잖아.
  • “저는 진호라고 하고 저희 아버지는 진강이라고 하고 저희 할아버지는 진용이에요…”
  •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현진이 곧바로 말했다.
  • “몰라요, 관심 없으니 꺼져요.”
  • 그녀는 항상 이렇게 시크했다.
  • 진호는 순간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잠시 생각하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 “듣기에는 계속 아산병원에만 있고 절대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왜 도강우의 수술을 해준 거예요? 설마 도강우와 아는 사이에요?”
  • “몰라요, 알 자격 없어요.”
  • 그 말을 들은 진호는 순간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거지!
  • “수술 비용이 13억인데 왜 안 합니까?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벌지 않겠어요? 당신 가족 중에 이런 병이 걸린 사람이 있었어도 저는 할 거예요.”
  • 이건 삿대질하며 욕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 하지만 진호는 비굴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 “도강우는 엄청 가난해서 수술비 1억도 모으지 못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