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무슨 일이야? 나 교수가 규정을 타파하고 주동적으로 한 노인을 위해 수술을 한다고?”
설마 도강우가 아주 비범한 사람인 걸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는 도강우에게 시선 한번 주지 않았다. 그녀의 명령에 모든 간호사가 따라 움직이는 걸 보면 그녀들 마음속 나현진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었다.
신이었다.
간호사들이 이내 바삐 움직이며 할아버지를 밀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 녹색 불이 켜졌다.
침착한 성격의 도강우도 저도 모르게 긴장하기 시작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유나연은 결국 도강우 옆으로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섰다. 마침 그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데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휴대폰을 슬쩍 확인한 그녀는 찔리는 듯 도강우를 쳐다보았다.
도강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받고 싶으면 받아.”
유나연은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진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연아, 방금 들은 소식인데 여왕이 오늘 밤 가평에서 콘서트를 한대. 다들 권력과 지위 있는 사람만 참가한다는데 내가 VIP 티켓 두 장을 얻었어. 너 오늘 밤 시간 괜찮아? 네가 여왕 많이 좋아하는 거 알아.”
유나연은 시간이 없다고 하고 싶었지만 도강우에 의해 날려버린 1억이 떠올라서 망설였다.
“그래.”
여왕이 누구인가?
당연히 류현경이지.
국제적인 탑 연예인, 팬이 수억 명에 달하고 가창력이 뛰어나고 변화무쌍한 가수였다.
데뷔한 지 10여 년 동안 스캔들 한번 없었다.
“여보, 나한테 시간을 좀 줘. 내가 반드시 그와 연락을 철저하게 끊을게.”
유나연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에게 1억을 돌려줄 테니 오늘 밤 가지 마.”
도강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유나연은 멍하니 있다가 이내 한숨을 쉬었다. 처음 도강우에게 약간 실망하게 되었다.
도강우의 경제조건은 그녀도 알고 있었다. 작은 인테리어 회사를 운영하는 그는 일 년에 겨우 6-7천만 원 벌 수 있었다. 지금은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회사 운영을 중단하면서 적지 않은 고객들이 빠져나가서 거의 재기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유나연은 도강우가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거의 무직 상태에 처할 것이라는 걸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1억을 갚으려면 얼마나 힘들까.
“너 나현진이랑 아는 사이야?”
유나연이 갑자기 말문을 뗐다.
“몰라, 알 자격 없어.”
잠시 생각하던 유나연도 그럴 것 같았다. 나현진 같은 엄친딸을 도강우가 무슨 자격으로 알 수 있을까?
하지만 도강우의 말은 나현진이 그를 알 자격이 없다는 말이라는 건 유나연은 몰랐다.
시간이 일분일초 흐르다 수술실 문이 갑자기 열렸다. 수술복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눈만 드러낸 나현진이 보였다.
“환자의 상황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뇌종양이 있을 뿐만 아니라 양쪽 신장 모두 신부전을 앓고 있어서 반드시 가능한 빨리 일치한 신장을 찾아야 합니다. 허락된 시간은 두 시간이에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문을 닫았다.
순간 도강우는 벼락을 맞은 것처럼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각종 검사보고서에서 할아버지의 신장은 모두 건강했고 뇌종양만 앓고 있었다!
두 시간 내에 어디서 일치한 신장을 찾는단 말인가?
그는 먹구름이 낀 듯 어두운 얼굴로 멀리 걸어가 이춘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집사, 한 시간 안에 일치한 신장을 찾아줘요!”
“네? 신장은 어젯밤에 이미 준비되지 않았어요? 제가 어르신의 각종 검사 보고서를 전달했을 때 나현진 의사가 보자마자 바로 어르신께서 신부전을 앓고 계신다고 하면서 밤새 신장을 찾아서 9시 반이면 도착할 거예요.”
멍해진 도강우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나현진 이걸!”
전화를 끊은 도강우는 간호사 데스크에 앉아 휴대폰을 놀고 있는 성 의사를 바라보았다.
“당신들 아주 잘하네.”
뚱보 의사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건 기계에 문제가 생겨서예요…”
병원 아래, 페라리에 타고 있던 진호는 그 소식을 듣고 의자에 기대며 껄껄 웃었다.
“이제는 확실해. 내가 꾸민 두 가지 난제가 다 도강우를 막지 못했지만 하늘이 도강우를 망하게 하려는지, 영감이 신부전까지 앓고 있을 줄이야.”
처남은 부러운 듯 페라리 내부 장식을 만지작거렸다.
“형부,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반드시 방법을 생각해서 도강우와 우리 누나를 갈라놓을게요. 영감이 죽기만 하면 도강우가 분명 우리 누나에게 화풀이할 거예요. 그때 내가 옆에서 부채질만 살짝 하면 누나는 바로 도강우와 이혼할 수 있어요.”
“일이 성사되면 이 차를 선물로 줄게.”
“좋아요, 좋아요, 너무 좋아요!”
유건희는 감격에 겨운 나머지 울려고 했다.
페라리는 그가 평생 모아도 살 수 없는 차였다!
“어라, 군용 차량이 왜 와?”
진호는 약간 멍해졌다. 군용 번호판을 단 벤츠 G바겐이 빠르게 달려오더니 차 문이 열리고 체구가 거대한 사람이 철제 상자를 들고 걸음을 재촉하며 건물 안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미친, 나재현 소장이잖아!”
진호는 순간 흥분했다. 나재현은 가평시에 주둔하고 있는 서른 살 밖에 되지 않는 나현진의 오빠였다. 발만 살짝 굴러도 전체 가평시를 덜덜 떨게 만들 수 있는 인물이었다!
“따라가 보자.”
진호가 빠르게 차에서 내리자 유건희도 따라 내린 뒤 빠르게 따라갔다.
수술실 밖에 군복 차림의 남자가 나타난 것을 본 유나연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했다.
신문이나 여러 매체에서 이 사람을 본 적 있었는데 그는 가평시에서 가장 어린 소장이었다!
수술실 밖에 서 있던 나재현은 곁눈질로 도강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숙이고 흥분한 나머지 손까지 떨었다.
5년 만에 드디어 전설 속의 인물을 만나다니. 그가 가평시에서 조용히 지낼 줄은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이아귀의 분부가 떠올랐기에 감히 다가가 인사를 건넬 수 없었다.
이아귀가 그에게 도 대표님이 먼저 찾지 않는 한 먼저 인사를 건네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다.
수술실 문이 다시 열리더니 나현진이 철제 상자를 받으며 도강우에게 말했다.
“이건 일치한 신장이에요.”
한참 뒤 수술실 불이 드디어 꺼지고 간호사가 할아버지를 밀고 나와 다시 ICU로 돌아갔다.
나현진이 마스크를 벗고 말했다.
“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에요, 하지만 환자분은 계속 입원하셔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유나연은 한참 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왜 지금 눈앞의 광경이 이해되지 않는 걸까?
그리고 신장은 어디서 온 거야?
나현진이 왜 도강우를 도와주는 거지?
“신장 하나에 1억 5천, 두 개면 3억이에요. 그리고 저의 외래 진료비는 10억이니 모두 13억이에요. 기억하세요, 당신은 저에게 13억을 빚졌어요.”
말을 마친 나현진이 그곳을 떠나려 했다.
그때 진호가 갑자기 걸어와 활짝 웃으며 말을 걸었다.
“나현진 씨, 오랜만이에요.”
나현진은 그를 차갑게 흘겨보았다.
“누구세요?”
진호는 숨이 멎을 것 같았다.
이렇게 사람 무시해도 돼? 아무리 그래도 의약 가문의 도련님인데다 왕래도 있었잖아.
“저는 진호라고 하고 저희 아버지는 진강이라고 하고 저희 할아버지는 진용이에요…”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나현진이 곧바로 말했다.
“몰라요, 관심 없으니 꺼져요.”
그녀는 항상 이렇게 시크했다.
진호는 순간 체면이 서지 않는다고 느껴져서 잠시 생각하다 다시 말을 이어갔다.
“듣기에는 계속 아산병원에만 있고 절대 밖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고 하던데 이번에는 왜 도강우의 수술을 해준 거예요? 설마 도강우와 아는 사이에요?”
“몰라요, 알 자격 없어요.”
그 말을 들은 진호는 순간 맞다고 생각했다. 그래, 이거지!
“수술 비용이 13억인데 왜 안 합니까? 돈을 벌 수 있는데 왜 벌지 않겠어요? 당신 가족 중에 이런 병이 걸린 사람이 있었어도 저는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