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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너는 나와 맞설 자격이 안 돼

  • 사람들의 도강우를 빤히 주시하고 있었고 조연미와 손현아는 호기심이 가득 차 있었다.
  • “강우야, 네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네.”
  • 손현아가 다가와서 애교부리듯 말하며 도강우의 팔짱을 끼려 했다.
  • 도강우는 티나지 않게 뒤로 물러났다.
  • 손현아의 표정이 팍 굳어졌다.
  • 하지만 조연미는 깔깔거리며 웃었다.
  • “강우야, 실력을 감추고 만만해 보이게 행동하는 거야 뭐야. 킹덤 9층까지 전화 한 통으로 해결할 수 있으면서.”
  • 그 모습을 본 이경은 더더욱 벌레를 삼킨 것마냥 괴로웠다.
  • 오늘의 주인공은 응당 그여야 했다.
  • 부자가 돼서 고향에 돌아가지 않는 건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것과 같다고 그는 허세를 부리고 싶었다.
  • 모처럼 세상을 압도하는 문물 하나를 훔쳐서 200억에 팔았으니 허세를 부리고 싶은 게 당연했다.
  • 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 있지?
  • “어쩌면 제가 설명할 수 있겠네요.”
  • 서도영이 입을 열었다.
  • 아주 강한 카리스마에 빡빡 민 머리를 문신으로 덮은 그는 딱 봐도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그가 입을 열자 사람들 모두 입을 닫고 조용하게 그를 바라보았다.
  • 서도영이 담담하게 말했다.
  • “임 대표님께서 어제 실수로 물에 빠지셨는데 마침 도강우 씨가 그곳을 지나다 대표님을 구하신 겁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대표님께서 2억을 전달했고 과분하지 않은 요구를 만족해 드리기로 약속했죠. 맞습니까?”
  • 말을 마친 서도영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고 동공에서는 시퍼런 빛이 맴돌았다.
  • 조용한 목소리로 말하던 그는 무표정하게 도강우를 바라보다가 눈을 가늘게 떴다. 이내 얼굴에도 점점 조롱과 경멸의 기색이 역력해졌다.
  • 어제 임다현의 목숨을 한번 구했다고 오늘 바로 요구를 제기해?
  • 그것도 이런 어중이떠중이들을 데리고 킹덤 9층에 들어와?
  •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서렸고 약간 고개를 떨군 그의 눈에서는 한기가 느껴졌다. 그는 기회를 빌려 그를 완전히 없애버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 “그래, 당신 말이 맞아.”
  • 도강우는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그는 항상 이렇게 너무 많은 설명도, 쓸데없는 말도 하기 싫어하는 성격이었다. 큰 풍파를 겪어본 그로서는 이런 사소한 일들에 별 흥미가 없었다. 오늘 이곳에 온 것도 순전히 장범준의 기분을 생각해서였다.
  •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순간 크게 깨달은 듯했다.
  • 그래, 이게 맞지.
  • 그저 우연히 임다현의 목숨을 구한 것 뿐이잖아. 개인 자산이 3조5천이 넘는 임다현의 고마움의 표시로 그에게 2억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약속을 하나 들어주겠다고 한 것이었다.
  • 어쩐지 킹덤 9층에 입장할 수 있더라니!
  • 임다현의 목숨과 약속이이라면 너무 중요하지. 킹덤 9층에 겨우 한번 들어가는 게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 “그런 거였네. 난 또 도강우의 쥐구멍에 볕이라도 든 줄 알았지.”
  • 이경의 얼굴을 뒤덮고 있던 먹구름이 순간 걷히고 이내 미소가 대신했다.
  • “임 대표님의 목숨 한번 구한 걸로 무슨 허세를 부려?”
  • 손현아는 바로 불쾌한 표정으로 도강우에게서 멀리 떨어졌다.
  • “뭐 하는 거야, 내 표정 낭비하게!”
  • 조연미도 미간을 찌푸린 채 떠나며 역겹다는 듯 도강우를 흘겨보았다.
  • “그런 거였네, 도강우도 진짜 병신이네. 임다현의 약속이 얼마나 값어치가 있는데, 집도 바꾸고 차도 바꿀 수 있는데 우리를 데리고 킹덤 9층에 올라오다니, 멍청해.”
  • 일부 동창들이 낮은 소리로 의논했다.
  • “그러게, 나였으면 못해도 20억을 달라고 했을 텐데 그는 그걸로 허세를 부리네.”
  • 누군가 맞장구를 쳤다.
  • “허세 한번 부리기 위해 임다현과의 약속을 낭비하다니 정말 멍청해.”
  • 의논이분분해서 도강우를 바라보는 여러 동창들의 눈에는 경멸과 조롱이 담겨 있었다.
  • 서도영은 살짝 웃으며 도강우를 빤히 쳐다보았다.
  • “당신, 아주 잘났네요.”
  • 음산한 눈빛의 그의 말투는 무척이나 심오했다.
  • 도강우는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서도영을 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 임다현의 개라고 해서 죽이지 못할 것도 없었다.
  • 서도영은 아주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상관없어요, 그렇게 생각해도 돼요.”
  • 이경 등 사람들은 고소하다는 듯 도강우를 쳐다보았다.
  • 임다현의 개를 건드렸다는 건 임다현을 건드렸다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서도영은 단지 임다현의 개일 뿐만 아니라 죽련방의 통치자였다!
  • 죽련방 이 모임은 전체 가평시에서 레전드로 불리는 조직이었다.
  • 천용 갤러리의 방천용조차 감히 서도영과 맞서지 못했다.
  • 도강우는 그를 담담하게 훑어보았다.
  • “너는 정말 나와 맞설 자격이 한참 부족해.”
  • 국제적으로도 감히 도 대표님과 맞설 수 있는 사람이 몇 명 없었다. 일단 정식으로 맞선다면 그건 바로 나라와 나라 간의 심각한 문제였다.
  • 서도영은 멈칫하더니 순간 흉악한 눈빛을 드러내며 위험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 “당신이 임 대표님을 구한 것만 아니면 방금 나는 바로 당신의 목을 비틀어 죽였을 거야!”
  • 서도영이분노하자 사람들 모두 겁에 질려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 도강우도 드디어 사나워진 기세로 천천히 서도영을 향해 걸어갔다.
  • 그는 성격이 차분하고 세상만사에 무관심한 마음가짐이지만 그렇다고 화가 없는 건 아니었다. 만약 누가 그를 건드린다면 그는 상대를 목 졸라 죽일 수도 있었다.
  • 아무튼 그의 성격은 네가 나를 건드리지 않으면 나도 너를 건드리지 않지만, 만약 네가 나를 건드린다면 미안하지만 너의 가족 전체를 몰살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 서도영은 여전히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으로 음산하게 웃으며 하얀 이를 드러냈는데 너무나도 섬뜩했다.
  • 그는 주먹으로 우드득 소리를 내며 머리를 홱홱 꺾었다.
  • 그 모습을 본 장범준은 순간 얼굴이 질려서 다급하게 도강우를 말렸다.
  • “강우야, 저 사람은 서도영이야. 흥분하지 마.”
  • 이어 그는 다급하게 서도영 앞으로 달려가 허리를 숙이고 인사를 했다.
  • “서 사장님.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사과를 할 테니 자비를 베풀어 주세요.”
  • 이경 등 사람들은 진작 멀리로 도망가서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
  • 그들이 보기에 도강우와 장범준은 오늘 죽은 목숨이었다.
  • 서도영을 건드렸는데 살아남을 수 있겠어?
  • 죽련방을 다스린 몇 년 동안 그가 한 나쁜 일이 어디 한 두가지일까?
  • 만약 임다현이 그를 억누르고 있지 않았으면 그는 진작 가평의 지하세계를 평정했을 것이다.
  • 도강우의 눈빛이 점점 차가워졌고 그 중에는 살기가 폭발하고 있었다. 서도영 또한 막 깨어난 맹수 같았다.
  • 도강우가 서도영의 목을 비틀려던 찰나, 문밖에서 누군가 들어왔다.
  • 빨간색의 슬림한 롱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몸매가 아주 완벽하고 피부가 희고 깨끗했다. 완벽한 계란형 얼굴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빨간 입술과 하얀 이, 초롱초롱한 눈은 마치 당장이라도 말을 걸 것 같았다.
  • 그녀가 사람들에게 주는 첫 인상은 바로 요염함이었는데 자제하기 힘들 정도로 피가 솟구치게 만들었다.
  • “뭐 하는 거야?”
  • 문을 들어선 임다현이 나지막하게 물었다.
  • 나긋하고 달콤한 목소리였지만 마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가진 듯 마음을 사로잡았다.
  • 자리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호흡이 가빠졌다.
  • 심지어 서도영도 눈에 띄게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 하지만 그는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깍듯하게 그곳에 서 있었다.
  • 손현아와 조연미는 부러움과 질투 어린 표정으로 임다현을 보고 있었다.
  • 똑같은 여자인데 그녀는 왜 이토록 완벽한 거야?
  • 서도영은 바로 카리스마를 거두고 마치 잘못을 저지를 아이처럼 꼼짝하지 않고 공손하게 옆에 서 있었다.
  • 서도영을 힐끗 쳐다보는 임다현은 살기를 머금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