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이 감도는 교외, 더러운 진흙탕으로 둘러싸인 나이트클럽이 아직 영업 중이다. 안에서는 섹시 댄스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6살인 안한미는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었다. 겁에 질린 두 눈은 무대 정중앙을 바라보고 있고, 숨을 죽인 채 꼼짝하지 않았다.
엄마는 가끔 이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고, 오늘도 많이 마셨다.
그녀는 엄마가 왜 거칠고 더러운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지, 그들이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엄마의 표정은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다. 그러나 무대에서 들려오는 처량한 비명 소리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안한미의 가슴에 날아와 꽂혔고, 그녀는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사람들의 손은 쉬지 않고 안한미의 엄마를 때렸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무대 아래서 공연을 보던 사람들은 더욱 흥이 나는 모양이었다.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던 안한미의 눈에서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고, 그녀는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었다.
1분 1초 시간이 흘렀다. 무대 중앙의 불빛은 여전히 빛났지만, 어느 순간 여자의 처량한 비명 소리는 사라져갔다.
무대 위의 남자들은 여자의 코 밑에 손을 대보더니, 모두 얼어붙었다. 그리고는 여자를 내팽개치고 순식간에 도망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안한미는 그때서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찢긴 엄마의 옷과 산발이 되어 바닥에 흐트러진 머리카락, 붉게 물드는 새하얀 원피스를 보았다.
안한미의 몸은 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경직된 몸을 끌며 무감각하게 사람들을 지나 엄마의 곁으로 갔다.
이런 초조하고 절망적인 감정은 그녀를 무너뜨렸다.
그녀는 이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경찰서.
진 경찰관은 자신에 눈앞에 있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철든 여섯 살짜리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고, 게다가 주민 등록도 되지 않은 무호적자였다.
경찰서는 이 사건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안한미는 이미 이곳에서 3일이나 지냈다.
이 소녀는 아빠가 없었고, 엄마는 며칠 전 나이트에서 폭행을 당해 죽었다. 상부에서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내라고 했지만 안한미를 본 경찰관들은 모두 그녀를 보육원 보낼 수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미뤄온 것이다.
“진 경찰관님, 안한미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왔고, 듣기로는 상황도 괜찮은 사람이라네요.”
경찰 실습생 유현이 말하는 모습이 진 경찰관의 눈에 비쳤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옆에서 얌전히 밥을 먹고 있는 안한미를 바라보았고, 기뻤다.
“어떤 사람이든 그냥 안한미를 잘 돌봐줄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이지.”
진 경찰관은 말을 멈추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 한 명은 자세가 곧고 표정이 없었으며,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의 차갑고 냉담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차가우면서도 기품 있는, 무서우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 같은 두 눈.
모든 사람이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장내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그의 시선은 오른쪽 앞에서 작은 입으로 밥을 먹고 있는 소녀에게 머물렀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곁으로 갔다.
안한미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겁에 질린 채 서양 인형처럼 예쁜 작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빛에 비치는 불안은 겁 많은 사슴 같았다. 그녀는 신처럼 생긴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먼 산을 바라보듯 깊고 심오한 눈빛으로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나랑 같이 갈래?”
안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와 함께 간다는 게 무슨 의민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경찰도 미소로 맞이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건 알았다.
그렇게 그녀는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그때 안한미는 이 남자가 A시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이고, 수많은 회사의 생명줄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걸 몰랐다. A시의 재벌 집안은 모두 그라는 사람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의 얼굴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