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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위험

  • “아저씨한테 말하지 마세요, 저 그냥 밥만 먹고 집에 갈 거에요.”
  • 안한미의 얼굴이 살짝 빨개졌다. 소석 앞에서 아저씨 이야기를 하니 뭔가 이상했다.
  • 서지형은 항상 안한미를 애지중지했고, 그 누구도 안한미의 뜻을 거스를 수 없었다. 기사는 불안한 듯 그녀를 바라보면서도 그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
  • 하지만 하늘도 무심하게, 차가 떠나자마자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안한미는 겁이 났지만 이미 소석과 같이 밥을 먹기로 했으니 눈 딱 감고 그와 함께 가는 수밖에 없었다.
  • 비는 정말 내리기 시작했다. 소석도 비가 올 줄은 몰랐다. 그는 우선 안한미의 손목을 붙잡고 경비 초소로 뛰어갔다.
  • 안한미는 그가 잡은 손목을 보고 머리가 멍해져 그냥 그렇게 함께 뛰었다.
  • 소석은 갑자기 교복을 벗어들더니 안한미가 비를 맞지 않도록 씌워주었다. 그 자신은 온몸이 젖었지만 마치 그 모든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계속 시니컬하게 웃고 있었다.
  • 안한미는 놀랐다.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고, 본능적으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두 눈을 피했다.
  • 둘은 택시를 탔다. 시간이 늦었는데 학교에서 시내까지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안한미는 낯선 사람이나 다름 없는 남자애와 함께 외출한 게 처음이었고,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비가 더 세차게 내리는 걸 보니 후회되기 시작했다.
  • “안한미, 아까 그 사람이 말한 아저씨가 누구야?”
  • 소석은 이렇게 얌전한 스타일의 여자아이를 좋아해본 게 처음이라 경험이 없었고, 그저 이야깃거리를 찾고 싶었다.
  • “아저씨는 그냥 아저씨야.”
  • 안한미는 다른 사람이 서지형 이야기를 하는 게 싫었다.
  • 소석은 당황했지만, 개의치 않고 오히려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항상 안한미가 선생님들이 좋아하는 착한 학생이고 부모들에게는 '엄친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이야기를 해보니, 안한미의 성격은 그가 생각한 것만큼 단순하지 않았다.
  • “소석, 여기 시내 가는 길이야? 왜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지?”
  • 안한미는 계속 창밖을 보고 있었다. 그녀는 처음 집밖에 나와본 아이처럼 모든 것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 소석이 바깥을 살펴보니 뭔가 이상했다.
  • “기사님, 여기 시내 가는 길 맞아요? 반대로 가고 계신 거 아니에요?”
  • 기사는 아무런 대답 없이 속도를 높였다.
  • 소석은 기사가 정말 반대로 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가면 갈수록 교외로 빠져나갔다.
  • “젠장, 방법을 생각해야 돼!”
  • 소석은 화가 치밀었다. 겨우 안한미랑 밥을 먹기로 했는데, 이 빌어먹을 기사가 다 망치고 있었다.
  • “차 세워요!”
  • 소석은 팔을 뻗어 기사의 목을 졸랐다.
  • “감히 나를 납치하려고! 내가 누군지도 모르고!”
  • 목이 졸린 기사는 몸을 떨기 시작하더니 숨을 못 쉬어 얼굴이 빨개졌다. 기사가 발버둥치니 핸들이 마구 꺾였다.
  • 안한미는 이런 상황이 처음이었다. 서지형이 항상 그녀를 보호해주었고, 그녀 혼자 외출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두려운 눈빛으로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바라보았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 차가 갑자기 멈춰섰고 안한미의 머리는 그대로 앞좌석에 부딪혔다. 정신이 번쩍 든 안한미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서지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휴대폰 화면 속의 '연결중' 세 글자를 보며 긴장되어 몸이 떨렸고, 식은땀이 흘렀다.
  • 갑자기 중년 남자들이 나타나 차를 에워쌌다. 창밖에서 안한미를 본 그들은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고, 입을 벌린 채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서로 무슨 말인지 모를 말들을 귓속말로 주고받았다.
  • 안한미는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고 꼭 쥔 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눈앞의 상황을 바라보았다.
  • “겁내지 마, 내가 지켜줄게!”
  • 소석도 갑자기 그렇게 많은 사람이 나타날 줄 몰랐다. 하지만 그가 제일 잘하는게 싸움이었고, 사람이 많아도 두렵지 않았다. 그가 안한미를 데려온 것이니,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를 다치게 해선 안 되었다.
  • 차문이 열리고 안한미는 그 많은 남자들을 피할 수 없었다. 더러운 손들이 차 안으로 들어와 그녀를 끌어냈고, 그녀는 비틀거리며 땅에 엎어졌다. 더러운 흙탕물이 순식간에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다.
  • “안한미!”
  • 소석은 이를 보고 미친 것처럼 차에서 내려 안한미를 끌어당겼다. 하지만 남자들은 그에게 거칠게 발길질을 해댔다. 소석은 싸움을 잘했지만, 그들은 너무 많았고, 몽둥이까지 들고 있었다. 소석이 아무리 애써도 그들이 몽둥이를 휘두르면 그는 땅으로 나가떨어졌고, 안한미가 그들에게 끌려가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 안한미는 근처의 공장으로 끌려갔다. 진흙탕 속에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머니 속에 있는 휴대폰을 꽉 잡은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 그녀는 갑자기 어렸을 때 엄마가 폭행을 당하다 죽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녀는, 위험한 순간에는 아무도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 그저 환호하고 소리치며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사람들만 있을 뿐, 살고 싶다면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 소석도 잡혀 들어와 의자에 묶였다. 이마에선 피가 흘렀다. 안한미는 그 모습을 보기가 힘들었다.
  • 안한미가 소석을 본 바로 그 순간 누군가 머리채를 붙잡았다. 그녀는 본능적으로 신음소리를 냈다. 머리카락이 뽑히는 듯한 아픔 때문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녀는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고, 누군가 허리를 밟고 있어 꼼짝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