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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사고 치다

  • 점심시간에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고 안한미는 여유롭게 교실로 돌아갔다. 그런데, 그녀가 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들어서자 그녀의 머리 위로 물이 촤르륵 떨어졌다.
  • 순식간에 온몸이 차가워졌다.
  • 교실 안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정선과 그 친구들 몇 명 뿐이었다. 그들은 안한미가 물에 빠진 생쥐처럼 서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 안한미의 옷은 모두 젖었고, 피부에 온통 찬기가 느껴지면서 추워서 몸이 떨렸다.
  • 그녀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고개를 들고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정선에게 갔다.
  • “헐, 정선아, 봐봐! 모범생 여자애가 화 내려나 봐!”
  • 그 한 마디가 바늘처럼 안한미의 마음을 찔렀다.
  • “하하하하! 얘들아, 얼른 쟤 좀 봐봐. 진짜 너무 웃겨.”
  • 날카롭고 못된 말들이 안한미의 귀에 박혔다. 되받아치고 싶지 않은 건 약해서가 아니라 아저씨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 하지만 이번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 안한미는 교탁 위의 막대기를 가지고는 돌아와 정선의 따귀를 때리고, 막대기로 서슴없이 정선의 몸을 때렸다.
  • “아-! 아파!”
  • 정선은 안한미의 그런 모습을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
  • “너 미쳤어, 안한미!”
  • 정선은 막대기를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얼굴을 돌린 그 때-
  • “짝-!”
  • 막대기가 정선의 얼굴을 때렸다.
  • 처음부터 끝까지 안한미는 눈 한 번 깜짝하지 않았다.
  • 정선은 얼굴을 감싸고는 아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다리에 힘이 풀려 꿇어앉았다. 눈물은 참을 수 없이 계속 흘렀고 주변의 여자아이들은 깜짝 놀라 선생님에게 말씀드리러 달려갔다.
  • 안한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
  • 아무래도... 사고를 친 것 같았다...
  • “안한미! 정선이 얼굴 다쳤어! 네가 때려서!”
  • 정선과 가장 친한 여자아이가 안한미가 멍하니 서 있는 틈을 타 막대기를 빼앗아들고 안한미의 배를 때렸다. 몇 번이나 계속해서 때렸다.
  • “정선은 정씨 집안 외동딸이라고, 넌 끝났어, 안한미!”
  • 정선은 머리 끝까지 화가 나 막대기를 받아들고 온 힘을 다해 안한미의 얼굴을 향해 막대기를 휘둘렀다.
  • “짝-!”
  • 막대기가 때린 건 소석의 등이었다.
  • 소석은 안한미를 안고 온몸으로 정선의 복수를 막아냈다.
  • 안한미는 뇌가 멈춘 듯 했다. 소석의 걱정스러운 시선을 지나 안한미의 눈빛이 허공을 바라보았다.
  • 아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안아준 건 처음이었고, 보호받는다는 느낌도 처음이었다.
  • 선생님이 오고 정선은 병원에 갔다. 안한미와 그 자리에 있었던 모든 학생들은 교무실에 불려갔다.
  • “누가 먼저 그랬니?”
  • 장 주임은 무섭고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 소석을 제외하고, 여자아이들은 일제히 안한미를 가리키며 고자질했다.
  • “선생님, 저희는 그냥 교실에 앉아있기만 했는데 안한미가 교실에 들어오더니 갑자기 와서 정선을 때렸어요.”
  • “안한민가 뭔가 하는 너, 왜 사람을 때려?”
  • 장 주임은 무섭게 말했다. 그는 이 여학생이 성적은 좋지만 집안은 좋지 않다는 게 어렴풋이 기억났다.
  • 안한미는 화난 얼굴을 들어 장 주임을 쳐다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눈빛에는 참고 있는 분노가 가득했다. 그녀는 장 주임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런 변명도 하고 싶지 않았다.
  • “눈빛이 그게 뭐야?”
  • 장 주임은 버럭 화를 냈다.
  • “제가 증명해요, 정선이 먼저 때린 거에요!”
  • 이를 본 소석이 갑자기 일어서며 말했다.
  • “소석, 넌 발언권 없어, 교실로 돌아가!”
  • 장 주임은 안한미에게서 그런 눈빛을 본 적이 없었다. 문제아더라도 자신에게 그런 눈빛을 보내는 학생은 없었다. 게다가 안한미는 집안도 안 좋고 믿을 뒷배경도 없으니 장 주임은 자신이 모욕 당한 것처럼 더욱 화가 치밀었다.
  • “너-!”
  • 장 주임은 똑바로 안한미의 코를 가리켰다.
  • “너희 부모님 오시라고 해! 지금! 당장!”
  • 그 말을 들은 안한미는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 그녀가 어떻게... 부모를 부를 수 있을까...
  • 서지형은 이 도시에서 가장 베일에 휩싸인 인물이고, 안한미가 생각하기에 그는 절대 그녀 때문에 자신을 드러낼 사람이 아니었다. 그렇지 않으면...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안한미는 눈빛을 바꾸고 고개를 숙였다. 코끝이 찡했지만 눈물을 꾹 참았다.
  • “내가 교사 생활 20년 동안 너처럼 그런 눈빛으로 날 쳐다보는 학생은 처음 봤다!”
  • 장 주임은 부모 이야기를 하니 바로 꼬리를 내리는 안한미를 보고 정신이 들었다. 학생들의 약점은 언제나 부모님이었다.
  • “부모님 오실 때까지 여기 서 있어! 만약 학교 끝날 때까지 안 오시면 여기서 밤새 서있을 각오해!”
  • 장 주임은 전화기를 앞으로 밀었다.
  • 안한미의 옷은 여전히 젖어 있었고, 그녀는 차가운 벽에 붙어 서 있었다. 온몸이 계속 떨렸지만 전화를 걸지 않고 버텼다.
  •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안한미는 추위에 더이상 못 버틸 것 같았다. 정신이 혼미하고 몸에 힘이 없었다.
  •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했다.
  • ----
  • 서씨 별장.
  • 서지형은 소파에 앉아서 잡지를 보고 있었다. 유 아줌마가 음식을 다 차려놓았지만 안한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 “전화해서 어딘지 물어봐.”
  • 고개를 들지 않았고 누구에게 물어보라는 건지도 말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무미건조했고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 유 비서는 그 뜻을 이해하고 안한미 픽업 담당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돌아온 대답은 기사가 아직도 아가씨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 서지형은 눈살을 찌푸리며 들고 있던 잡지를 내려놓았다.
  • “차 대기시켜.”
  • 그는 직접 학교로 가서 안한미를 데려올 생각이었다.
  • 그런데 학교 근처에 도착했을 때 학교 정문은 닫혀 있었다. 학교에 학생과 선생님이 모두 없다는 뜻이었다.
  • 하지만 안한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 서지형의 눈빛에 불쾌함이 스쳤다. 그는 불안함을 숨겼다. 그가 차에서 내리려고 할 때, 유 비서가 그를 막았다.
  • “도련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제가 가서 보고 오겠습니다.”
  • 서지형의 표정은 차가웠다. 그는 눈썹을 살짝 움직이며 차갑게 말했다.
  • “유 비서, 관리가 점점 더 느슨해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