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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화 때리다

  • “아주머니, 죄송해요... 저예요...”
  • 안한미는 무서워서 울먹이며 말했다. 서지형 품에서 애지중지 큰 그녀는 그렇게 무서운 어른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 때문에 소석이 다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죄책감이 들고 힘들었다.
  • “저 때문에 소석이 다쳤어요...”
  • 소석의 엄마는 왜 처음부터 이 여자애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깨달았다. 소석은 이 아이 때문에 다친 것이었다.
  • “내가 널 찾으러 간 것도 않았는데, 무슨 체면으로 여길 왔니?”
  • 안한미는 어쩔 줄 몰라하며 흐느꼈다.
  • “아주머니, 소석을 만나게 해주세요...”
  • “너 어떻게 감히-”
  • “남영아, 석이 깨어났다.”
  • 소석의 아빠가 다가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안한미를 쳐다보고는 소석의 엄마를 데려갔다.
  • “아저씨, 소석을 보게 해주시면 안 돼요? 잠깐이라도 보기만 하면 돼요...”
  • 안한미가 쫓아가 말했다. 눈물이 가득 고인 그 큰 두 눈을 보면 누구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 “얘야, 지금 석이는 널 보고 싶어하지 않을거야.”
  • “그래도 너무 자책하진 마렴. 네 잘못만은 아니니. 얼른 돌아가라.”
  •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소석의 아빠는 단호하게 거절했다.
  • 안한미는 마음이 찢어지는 듯 했다. 그녀에게 들린 건 '석이는 널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말뿐이었다.
  • 그녀는 그렇게 소석의 부모가 병실에 들어가 문을 굳게 잠그며 그녀에게 어떤 기회도 주지 않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 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 서지형이었다. 그녀는 여전히 화나 있었고, 받고 싶지 않았다.
  • “안한미?”
  • 갑자기 멀리서 그녀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목소리였다.
  • 안한미는 멍하니 돌아보았다. 아직 얼굴이 부어있는 정선이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 “네가 왜 여기 있어? 소석이 그만큼 다친 걸론 아직 부족한 거야?”
  • 정선이 달려왔다.
  • “짝-!”
  • 손바닥이 날아와 안한미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 “이건 내 복수고!”
  • “짝-!”
  • 이번엔 반대쪽 얼굴이었다.
  • “이건 소석 거야!”
  • 오랫동안 안한미를 싫어했던 정선에게 드디어 기회가 왔는데, 따귀 두 번으로 만족할 리 없었다.
  • 안한미는 힘이 없었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그래서 정선이 따귀를 두 번 때렸을 때 중심을 잃었지만 다행히 옆에 있는 벽을 붙잡고 넘어지지 않았다. 그녀의 긴 머리는 산발이 되어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아픈 양 볼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지며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다.
  • “우리 아빠랑 소석 아빠는 이미 널 전학 보내기로 얘기 끝났어. 소석을 다치게 해놓고 소석이 아직도 널 좋아하기를 바라? 걘 널 혐오해!”
  • 정선은 아무 반응이 없는 안한미를 보니 성이 차질 않았다. 그녀는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환자가 버려놓은 지팡이를 발견하고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 “너 이리 와!”
  • 정선은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한 손으론 안한미의 머리카락을 잡아채 비상계단 문 뒤의 구석으로 데려갔다.
  • “안한미, 너 내 얼굴이 왜 이렇게 부었는지 기억하지?”
  • 정선은 사악하게 웃으며 지팡이를 보았다.
  • “오늘 네가 얌전히 맞아주면, 우리 둘 사이 문제는 다 끝나는 걸로 하자. 어때?”
  • 안한미의 두 눈은 초점이 없었고, 아무런 대답도 없었다.
  • 아저씨는 누구든 그녀를 괴롭히면 여지를 남기지 말고 똑같이 되갚아주라고 했었다. 지금, 그녀는 망설이고 있었다.
  • “얼굴 들어.”
  • 정선은 안한미가 말없이 동의했다고 생각했다. 신이 난 그녀는 지팡이를 안한미의 턱 밑에 대고 그녀의 얼굴을 들어올렸다. 산발이 된 머리카락이 양쪽으로 걷히고, 그녀의 예쁜 얼굴이 드러났다.
  • 정선은 사악한 눈빛으로 때릴 준비를 했다. 정선이 지팡이를 들어올려 안한미의 얼굴을 때리려는 그때, 안한미가 바로 몸을 피했고, 정선이 헛스윙한 틈을 타 지팡이를 빼앗았다.
  • “아-!”
  • 그 소리가 병원 복도의 정적을 깼다.
  • 정선은 너무 아파서 꿇어앉을 뻔 했다. 그녀는 인상을 찌푸린 채 배를 부여잡았다. 너무 아파서 움직일 수 없었다.
  • “학교에서 계속 날 괴롭혔지. 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너도 잘 알거야. 나는 너랑 굳이 싸우고 싶지 않았는데, 넌 무슨 자격으로 또 날 때리려는 거야?”
  • 안한미의 눈이 벌개졌다. 그녀는 더이상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집에 가고 싶을 뿐이었다.
  • 정선의 비명 소리를 듣고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 “선아? 이게 무슨 일이니?”
  • 소석의 엄마도 그곳에 와 있었다. 그녀는 아파서 식은땀을 흘리는 정선과 지팡이를 꽉 붙들고 있는 안한미를 번갈아 보았다.
  • “아주머니, 쟤... 쟤가 소석으론 모자라서 저까지.. 때렸어요...”
  • 정선은 소석 엄마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안한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화가 나서 목소리마저 떨렸다.
  • 안한미는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손가락질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항상 서지형의 울타리 안에서 살았고, 여전히 아이였다. 그녀는 이런 상황을 본 적도 없었고, 견딜 수도 없었다.
  • 사람들의 비난 속에 안한미는 지팡이를 내던지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달려나갔다.
  • 하지만 병원 문을 나서자마자 그녀는 누군가와 부딪혔고, 너무 세게 부딪혀 그대로 바닥으로 나가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