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5화 자격

  • 교무실.
  • 모두 떠나고 안한미와 장 주임만 남아 있었다.
  • “안한미, 너 정말 밤새 서 있을 생각이야?”
  • 장 주임은 시간을 보았다. 그는 안한미와 이렇게까지 할 생각이 없었다. 그저 정선의 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학교에서 잘 교육하라고 했기 때문에 이러고 있을 뿐이었다.
  • “어쨌든 너희 부모님은 네 행동에 책임을 지셔야 해.”
  • 말이 끝났을 때였다.
  • 교무실의 문이 열렸다.
  • “제 딸입니다. 제가 책임지죠.”
  • 서지형은 어둠 속에서 걸어 나왔다. 어두운 얼굴이 차가운 빙산 같았고 칠흑 같은 두 눈에선 분노가 뿜어져 나왔다.
  • “당... 당신...”
  • 장 주임은 얼이 빠진 채 열린 문을 바라보았다가 서지형의 살기 가득한 눈을 보며 공포를 느꼈다.
  • 계속 흐트러짐이 없었던 안한미는 그 순간 긴장이 풀렸고, 눈물이 흐르기 시작하면서 멈추질 않았다.
  • 그녀는 당황스럽고 두려웠다. 서지형이 자신의 잘못 때문에 자신을 버릴까봐 두려웠다. 그때 친부모가 그랬던 것처럼.
  • “집에 가자.”
  • 서지형이 안한미를 바라보며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 “아버님이신가요? 오늘 아버님 아이가 친구를 때린 거 알고 계십니까? 안한미가 성적은 좋지만 사람을 때리는 건 옳지 않습니다. 이렇게 교양이 없어서는 안 돼요. 그 여학생 어머니께서 잘 교육해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
  • 장 주임의 이 몇 마디가 서지형의 심기를 건드렸다.
  • 그는 코웃음을 치더니 매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 “나한테 교육 잘 시키라고 말할 자격은 누구에게도 없어요!”
  • 집에 돌아온 후 서지형은 안한미에게 아무런 관심도 주지 않고 표정 없이 곧장 침실로 갔다.
  • 안한미는 눈물이 차올라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누군가 심장을 찌른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팠다.
  • 안한미가 서지형을 그렇게 화나게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 “아가씨,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주무세요. 내일은 다 괜찮아질거에요.”
  • 유 아줌마는 유 비서의 부인으로, 그들은 서지형 밑에서 함께 일했다. 유 아줌마는 처음부터 안한미를 좋아했고, 안한미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 안한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방으로 돌아갔다.
  • 하지만 안한미는 이리저리 뒤척이며 잠에 들지 못했다. 새벽 두 시가 다 되어가는 걸 보며 고민하다가, 가장 좋아하는 미키마우스를 안고 서지형한테 갈 준비를 했다.
  • 서지형의 방은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시간이 늦었으니 그는 잠들었을 것이다. 안한미는 발소리를 죽이며 서지형의 침대에 올라가 조심스럽게 이불 한쪽을 들어올리고 천천히 침대 속으로 들어갔다.
  • 서지형의 몸에서 차갑지만 좋은 향기가 났다. 그 향기를 맡으니 안한미는 마음이 편해졌다.
  • 안한미는 미키마우스를 머리맡에 두고 팔을 들어 조심히 서지형의 팔짱을 낀 후에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입꼬리에 미소가 번졌다.
  • 서지형이 몸을 돌리면서 자연스럽게 안한미를 안았다.
  • 안한미는 놀라서 숨을 멈췄다. 그를 깨웠을까봐 무서웠다.
  • 안한미는 그 따뜻하고 편안한 포옹과 서지형의 매력적인 향기를 만끽했다.
  • 그녀는 아저씨가 이렇게 자신을 안고 있을 때, 마치 자신이 미키 마우스를 꽉 안았을 때처럼 떼어낼 수도 없고 벗어날 수도 없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 아침에 일어났을 때, 안한미는 재채기를 했다. 어제 물을 흠뻑 뒤집어써서 감기에 걸린 모양이었다.
  • 서지형은 화장실에서 목욕을 하고 있었다. 안한미는 별 생각 없이 멍하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 “아저씨, 저 감기 걸린 것 같아요.”
  • 안한미는 졸음 가득한 눈으로 욕조에 반쯤 누워있는 서지형을 보았다. 몸매는 완벽했고 화장실 안의 습기와 함께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 “나가.”
  • 서지형은 안한미를 보지 않은 채 상체를 물 속에 담갔다.
  • 안한미는 순식간에 얼굴이 빨개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몰랐다. 예전에는 서지형의 몸을 봐도 이런 이상한 느낌이 없었다...
  • “나가!”
  • 서지형의 얼굴에 불쾌함이 역력했다. 안한미는 그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명령조의 어투는 이해할 수 있었다.
  • 그녀는 코끝이 찡해졌고, 서러운 마음으로 화장실을 나갔다.
  • 서지형은 어제 그녀가 싸우고 그에게 민폐를 끼쳐서 화난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아저씨가 자신에게 그렇게 말할 리가 없었다. 절대...
  • 그녀는 얌전하게 침대 맡에 기대어 쪼그리고 앉아 턱을 무릎 사이에 끼워넣었다. 그녀는 슬플 때마다 그렇게 몸을 웅크려 안정감을 찾으려 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서지형은 화장실에서 나왔다. 하지만 안한미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아저씨, 죄송해요...”
  • 안한미는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며 달려가 서지형을 안았다.
  • “잘못한 거 알아요... 친구랑 싸우면 안 되는데... 아저씨가 오게 해서는 안 됐는데...”
  • 흐느끼는 목소리가 눈물과 함께 쏟아져 나왔다.
  • “저 버리지 마세요...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