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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보호

  • “한미야, 우리 한미!”
  •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안한미의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반가움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 안한미는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옆에는 글래머러스한 여자가 서 있었다.
  • 당영예였다. 서지형의 가장 친한 친구. 옆에 있는 여자는 대충 당영예의 백 번째 여자친구였다.
  • “아이고, 우리 한미 얼굴이 왜 이래? 누가 때렸어?”
  • 당영예는 한 손으로 안한미를 일으켜 세워 유심히 보았다. 걱정 가득한 표정이었다.
  • “쯧쯧, 서지형이 또 얼마나 성질을 부릴지 모르겠네...”
  • “영예 오빠, 저 집 가고 싶어요...”
  • 안한미는 간절하게 말했다. 그녀는 당영예가 그녀의 말을 거절하지 않으리란 걸 알았다.
  • “집에 가야지. 그런데 누가 우리 한미를 괴롭힌 건지 알아야겠어. 그 인간 다리몽둥이를 부러뜨려야지!”
  • 당영예는 안한미를 데리고 병원으로 들어갔다. 안한미는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았지만, 그를 막을 수 없었다.
  • “야, 너 가서 낙태하고 와. 의사가 내 아들 살살 다루게 해. 그리고-”
  • 당영예는 여자친구에게 말하다가 옆에 안한미가 있다는 걸 깨닫고는 말을 끊고 멋쩍게 웃으면서 여자친구에게 빨리 가라고 눈짓했다.
  • 정선은 방금 그 복도에 앉아있었다. 정선을 며느리로 찜해놓은 소석은 정선이 괴롭힘을 당한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 “아주머니! 쟤가 다시 왔어요!”
  • 정선은 멀리서도 안한미를 알아보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어올라, 만약 소석의 엄마가 말리지 않았다면 그대로 달려가서 때렸을 것이었다.
  • 당영예는 걱정하지 말라며 안한미의 손을 잡아끌었다.
  • “당신들이 우리 애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은 거에요?”
  • 당영예는 화를 내며 정선을 흘겨보았다. 아이고, 이 여자애는 얼굴이 또 왜 이렇게 부었어? 안한미가 때린 건가?
  • 정선의 부모는 그 자리에 없었다. 정선은 어른이 오는 걸 보고 겁을 먹어 소석의 엄마 뒤에 숨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아버지신가봐요? 직접 보세요, 당신네 애가 얘를 이 지경으로 만들어놨어요. 그리고 병실에 누워있는 내 아들도 쟤가 그런 거에요! 마침 오셨으니, 어디 설명 좀 해보세요!”
  • 소석의 엄마는 흥분했다. 소씨 집안은이 도시에서 꽤 인정 받는 집안이기 때문에 철 없는 여자애랑 언쟁할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 부모가 철면피를 깔고 덤비니 한 번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 당영예는 그녀의 말에 놀라 허하고 숨을 내쉬더니 대체 무슨 일이냐는 듯 고개를 숙인 채 그의 뒤에 숨어 있는 안한미를 바라보았다.
  • 이 아이는 항상 착하고 말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이런 일을 저지를 거라곤 상상할 수 없었다.
  • 그가 입을 열려는 순간, 서지형이 전화를 걸어와 어디냐고 물었다.
  • “나 지금 제일 병원이야.”
  • 전화 저 편에서 서지형이 피곤한 듯 물었다.
  • “안한미 봤어?”
  • “마침 내가 우리 한미랑 같이 혼나고 있잖아. 우리 한미 불쌍한 것 봐. 우는 모습을 보니까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 당영예는 한숨을 내쉬고는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
  • “이제 망하셨네요.”
  • 그리고는 순진한 척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 “제 탓하지 마세요, 이 애 아저씨가 성격이 더러워서, 누가 얘를 괴롭혔단 얘길 듣고 지금 달려오고 있네요.”
  • 소석의 엄마는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그녀는 정말 폭발했다.
  • “누가 누굴 괴롭혀요? 지금 누가 괴롭힘을 당했는데!”
  • “아직도 이해가 안 돼요? 쟤 때문이라고요!”
  • 소석의 엄마는 안한미를 가리켰다.
  • “우리 아들은 다리가 부러져서 방금 막 수술 끝내고 병실에 누워있고, 또 쟤 때문에, 선이는 얼굴이 완전히 망가질 뻔 했어요! 게다가 방금은 쟤가 뭘 가져와서 선이를 때렸고, 여기 사람들이 다 봤다고요!”
  • “어른이 돼서 애를 제대로 가르치진 못해도 나서서 사실을 왜곡하면 안 되죠!”
  • 당영예는 앞으로 한 걸음 걸어나와 안한미를 자신의 뒤로 숨겼다.
  • “첫째, 우리 아이는 성격이 얌전하고 먼저 누굴 괴롭힐 애가 아니에요.”
  • 당영예는 잠시 쉬었다가 정선을 쳐다보고는 위협적으로 말했다.
  • “누군가 먼저 건드려서 우리 애를 화나게 하지 않는 이상.”
  • “둘째, 당신 아들이 우리 애 때문에 병실 신세를 지고 있다고 했는데, 이건 당신이 잘못 알고 있네요. 저도 다 들었는데, 당신 아들이 먼저 우리 애한테 같이 밥 먹으러 가자고 했다던데요? 이건 당신 아들이 자초한 일인데 왜 그 책임을 우리 애가 져야 하죠?”
  • “셋째, 교육 얘기를 하셨는데, 그럼 제가 한 번 물어봅시다. 어떻게 하면 여학생에게 같이 밥 먹자고 꾀어내는 아들을 키울 수 있죠?”
  • 소석의 엄마는 그 말을 듣고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그녀는 말문이 막혀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 안한미는 들을수록 마음이 아팠다. 소석은 자신을 지켜주려다 다친 게 맞았다. 게다가 아저씨는 소석을 구해줄 수 있었음에도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안한미는 죄책감을 느꼈다.
  • “영예 오빠, 그러지 마세요...”
  • 안한미는 당영예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 그녀는 소석이 아파서 누워있는데, 여기서 이렇게 싸우는 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