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11화 다리가 부러지다

  • 안한미는 밤새 울었고, 벌개진 두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침은 먹고 싶지 않아 그대로 학교로 갔다.
  • 그녀는 정문에서 교실까지 가는 동안 계속 두 눈으로 소석을 찾았다. 하지만 기대한만큼 실망이 컸고, 그녀는 망연자실해서 자리에 앉았다. 머릿속에선 계속 소석의 다리가 부러지던 모습이 떠올랐다.
  • 그녀는 주변의 모든 아이들이 자신을 보고 있는 걸 느꼈지만, 그녀가 조심히 눈을 들어 쳐다보면 모두 고개를 돌린 채 아무 일도 없는 체 했다.
  • 그들은 모두 소석의 친구들이었다.
  • 안한미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콩닥콩닥 뛰었다. 그녀는 소석이 집으로 돌아갔는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몸이 의자에 달라붙은 것처럼 움직일 수 없었다.
  • 그럴수록 더 애가 탔다.
  • 그녀는 그들이 다시 그녀를 보고 있는 걸 느꼈고, 결국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 “저기, 소석 오늘 학교 안 와?”
  • 안한미는 제 발이 저려 그들의 눈을 쳐다볼 수 없었다. 소석에세 무슨 일이 생겼다면 정말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소석이 왜 안 오는지 몰라?”
  • 장청은 언짢아 보였다. 그는 소석의 가장 친한 친구로, 안한미를 무시하는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확실한 건 그들이 소석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다는 거였다.
  • “에이, 됐어. 소석이 잠깐 눈이 멀었었다고 생각해. 쟤를 그렇게 많이 도와줬는데 문제가 생기니까 바로 차였네!”
  • 옆에 있던 친구가 장청을 말리는 듯하며 안한미를 흘겨보고 있었다.
  • 자신을 비웃는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마음이 아팠다.
  • “내가 저런 얌전한 애가 제일 여우라고 그럴 땐 안 믿더니. 소석이 나서서 정선이랑 대신 싸워주기까지 했는데, 지금 봐. 소석은 쟤 때문에 다리가 부러져서 병원에 갔고, 쟤는 여기서 시치미 뚝 떼고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고 있잖아. 진짜 여우지.”
  • 정선의 친구들이 일어났다. 모두 안한미를 보고 있으니 지금이 그녀를 골려줄 기회였다.
  • “소석이 입원했어?”
  • 안한미의 몸에 전류가 흐르는 듯 했다. 다행이면서도 마음이 아팠다. 소석이 그곳에서 살아 돌아와서 다행이었고, 입원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이 모든 건 그녀 때문이었다.
  • “어느 병원이야?”
  • 안한미는 간절한 마음으로 다가갔다. 수업 종이 울려도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직접 소석을 만나고 싶었다.
  • 선생님이 들어왔고, 학생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안한미는 장청의 책상 앞에 서서 간절하고 희망찬 눈빛으로 장청을 바라보고 있었다. 장청은 갑자기 심장이 떨렸다. 그 눈빛을 견딜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안 보이는 체했다.
  • “안한미, 수업 시작했다. 얼른 자리로 돌아가서 앉아.”
  • 선생님에게 안한미는 항상 훌륭한 학생이었다. 말도 잘 듣고 뭐든 알아서 잘 했으며 성적도 좋았다. 그런데 오늘 갑자기 왜 이러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 “장청, 부탁이야, 걔 어딨는지 알려줘...”
  • 안한미는 선생님의 말을 무시하고 작은 목소리로 장청에게 간청했다. 아저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이러는 건 처음이었다.
  • 그녀는 정말, 모든 걸 내던졌다.
  • 장청은 그녀를 무시했다.
  • “안한미!”
  • 선생님은 화가 났다.
  • 장청은 조금씩 마음이 약해졌다. 안한미는 항상 얌전했고, 트집 잡힐 만한 일은 하지 않는 아이였다.
  • 그런데 지금 이러는 건 오로지 소석 때문이었다.
  • “제일 병원, 정형외과.”
  • 장청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 결국 알아낸 안한미는 장청에게 고맙다는 눈빛을 보내고 곧장 달려나갔따. 그녀는 지금 당장 소석을 보러가야했다.
  • “안한미, 너 어디 가!”
  • 선생님은 놀라서 벙쪘다. 수업이 시작했는데 달려나가는 학생은 없었다. 게다가 그건 안한미였다.
  • 학생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 이게 무슨 일인가.
  • 그런데 장청의 마음 속엔 무언가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일었다. 존경 같기도 하고, 무언가- 따뜻한.
  • 안한미는 돈이 없었고 혼자 외출해본 적도 없었다. 심지어 학교 주변의 길도 잘 몰라서 계속 길을 물어야 했다.
  • 결국 기진맥진해서 제일 병원에 도착한 그녀는 온몸이 땀이었고 셔츠가 엉망진창이었다.
  • “간호사님, 소석이라는 환자 있어요?”
  • 안한미는 안내 데스크에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 “소석을 찾니?”
  • 간호사가 대답하기도 전에 옆에 있던 기품 있는 사모님이 말했다. 심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 안한미는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모습을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 “소석의 친구인가 보구나. 난 소석 엄마야. 하나 물어보고 싶은데, 어젯밤에 소석이 누구랑 같이 있었니? 다 물어봤는데 아무도 모른다 하더라고. 너는 아니?”
  • 소석의 엄마는 왠지 안한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안한미는 온몸이 굳어 숨도 제대로 못 쉬며 작은 손으로 옷자락을 꽉 잡았다.
  • “도대체 어떤 애 때문에 내 아들 다리가 부러진거야! 가만두지 않겠어.”
  • 그 말을 들은 안한미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도저히 주체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