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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아저씨

  • 안한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그와 함께 간다는 게 무슨 의민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녀는 경찰도 미소로 맞이하는 사람이 나쁜 사람일 리 없다는 건 알았다.
  • 그렇게 그녀는 그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
  • 그때 안한미는 이 남자가 A시에서 가장 신비로운 인물이고, 수많은 회사의 생명줄이 그의 손에 달려 있다는 걸 몰랐다. A시의 재벌 집안은 모두 그라는 사람의 존재는 알았지만, 그의 얼굴을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차 안.
  • “그럼 앞으로 당신을 어떻게 부르면 되나요?”
  • 안한미는 크고 동그란 두 눈을 깜박였다. 그 모습은 정말 서양 인형 같았다.
  • 서지형은 순간 멍해졌다. 그는 그녀를 집으로 데려올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호칭에 대해선 생각하지 않았다.
  • “도련님은 집에서 일곱째신데, 그냥 아저씨라고 부르는 건 어때!”
  • 조수석에 앉아있던 중년 남자가 말하며, 의미심장하게 안한미를 쳐다보았다. 이 남자는 서지형의 개인 비서 유정계다. 그는 서지형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았다.
  • 서지형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안한미는 그의 표정을 읽을 수 없어 불안해졌다. 그녀는 작은 두 손을 계속 떨었고, 입술을 깨물었다.
  • 그녀는 버려지는 느낌이 두려웠다. 그녀는 눈앞에 있는 아저씨의 기분을 나쁘게 해서 다시 버려질까 봐 두려웠다.
  • 집에 도착한 후 비서는 안한미를 데리고 그녀의 방으로 갔다. 안한미는 처음으로 텔레비전에서야 볼 수 있던 집을 보았다. 분홍색 키티와 검은색 미키마우스가 방 전체에 가득했고, 카펫, 침대 시트, 커튼도 모두 디즈니 공주였다.
  • “여기는 궁전인가요?”
  • 안한미는 매우 놀랐다. 그녀는 이곳이 너무 좋았다.
  • 비서가 막 입을 열려 할 때, 서지형이 들어왔다.
  •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지.”
  • “앞으로 전 계속 여기서 사나요?”
  • 안한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 “옷장을 열어봐.”
  • 남자의 목소리는 차가웠고, 그녀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 안한미는 옷장을 열었다. 순간 눈이 부셨고, 그 앞에 서서 한참을 움직일 수 없었다.
  • 옷장 안에 가득한 예쁜 옷과 치마는 다 제대로 매치되어 있었고, 정교한 디자인을 보니 꽤 비싸 보였다.
  • 게다가 그 옷들은 그녀를 위해 맞춤 제작된 듯했다. 안한미는 꿈꾸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서지형은 안한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 “앞으로 여긴 네 집이야. 필요한 게 있으면 나한테 말해. 다 해 줄 테니.”
  • 그 순간, 안한미의 눈에 서지형의 기품 있고 비범한 모습은 마치 동화 속 왕자처럼 보였다.
  • 우르르 쾅쾅-!
  • 창밖에 번개가 치더니 커다란 천둥소리가 함께 울려 퍼졌다.
  • 멍하니 서지형을 보고 있던 안한미는 갑자기 놀란 토끼처럼 온몸을 떨기 시작하더니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렀고, 무의식중에 어두운 구석으로 숨고 싶었다.
  • “천둥을 무서워하니?”
  • 안한미의 눈가를 따라 눈물이 계속 흘러내렸다. 안한미는 애처롭게 고개를 끄덕였다.
  • “그 여자가 천둥 치고 비 오는 날에 죽었어요….”
  • 그 여자는 그녀의 친엄마가 아니었다.
  • 서지형은 잘생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그는 당연히 그 여자가 누군지 알았다.
  • “아저씨!”
  • 안한미는 갑자기 서지형을 껴안았다.
  • 바로 그 순간, 서지형은 은은하게 특이한 향기를 맡은 것 같았다.
  • “아저씨랑 같이 자도 돼요…?”
  • 아홉 살 된 안한미는 코를 훌쩍이며 애처롭게 부탁했다.
  • 유 비서는 놀랐고, 안한미를 도련님에게서 떼어놓으려 했다. 그런데-
  • “그래.”
  • 서지형의 담담한 한마디는 비서가 아는 서지형의 모습과 너무 달랐다.
  • 그는 아이들과 함께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이들을 보면 귀찮아했는데, 안한미를 데리고 자겠다고 대답한 것이다. 게다가 안한미는...
  • 그런데 비서가 더욱 예상할 수 없었던 건, 도련님이 몇 년 동안이나 계속 안한미를 데리고 잘 거란 것이었다.
  • ...
  • 6년 후, 비 오는 밤.
  • 창밖의 천둥소리가 안한미를 깨웠다. 안한미는 무의식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 곁에는 서지형이 언제부터였는지 눈을 뜨고 있었다.
  • “한미야?”
  • 그는 조심히 다가와 안한미의 이마를 쓰다듬었다. 역시나 식은땀이 흥건했다.
  • 서지형은 안한미가 머리끝까지 뒤집어쓴 이불을 걷어 자신의 품으로 안한미를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 “괜찮아, 천둥 멈췄어. 무서워하지 마.”
  • 이 남자만의 특유의 냄새와 등 뒤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감촉에 안한미는 점점 긴장이 풀렸다.
  • 그녀는 서지형의 옷자락을 잡고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작게 속삭였다.
  • “아저씨….”
  • “응, 여기 있어.”
  • 서지형의 목소리는 침착하면서도 힘이 있었고, 안한미는 안심하고 다시 눈을 감았다.
  • 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그녀의 몸이 갑자기 얼어붙었다.
  • 품속의 안한미의 불편함을 느낀 서지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 “한미야, 괜찮아?”
  • 그의 품속에 있는 안한미의 얼굴은 아주 빨개졌다. 안한미는 몇 번이나 결심한 끝에 고개를 들었다.
  • 서지형은 곧 울 것 같은 안한미의 표정을 내려다보았고, 마음이 불안했다.
  • “왜 그래, 응? 아저씨한테 말해 봐.”
  • “아저씨, 저…, 이불에 오줌 싼 것 같아요….”
  • 안한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 이 나이에 이불에 오줌을 싼다는 건 정말 창피한 일이다.
  • 서지형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불을 들어 올렸다. 새빨개진 이불이 눈에 들어왔다.
  • 그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 가장 처음 든 생각은 안한미가 다쳤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그녀의 말이 생각났다. 이리저리 생각한 끝에 서지형은 깨달았다. 안한미는 다친 게 아니라, 어른이 되었다는 것을.
  • 언제나 침착한 서지형도 이 순간에는 몇 초 동안 당황해 어떡해야 할지 몰랐다.
  • 그러나 그저 몇 초였을 뿐이고, 그는 다시 침착해져 그녀를 끌어안았다.
  • “걱정하지 마, 한미야. 오줌 싼 게 아니라, 우리 한미가 아가씨가 된 거야.”
  • “무슨 말이에요, 아저씨?”
  • 안한미는 어리둥절하며 서지형의 시선을 따라갔고, 괜찮아졌던 얼굴이 다시 순식간에 뜨거워졌다.
  • “아저씨…, 저….”
  • “걱정하지 마, 비서에게 그걸 사 오라고 할게.”
  • 안한미는 보일 듯 말 듯 하게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 10분이 좀 지나 비서가 방문을 두드렸고, 바깥의 비바람은 어느새 그쳤다.
  • 서지형은 물건을 받아 안한미에게 주었다.
  • “어떻게 쓰는지 아니?”
  • 안한미는 침대에서 내려와 입술을 세게 깨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 “알아요.”
  • 그리고는 곧장 화장실로 들어갔다.
  • “한미야!”
  • “네?”
  • 안한미는 고개를 내밀었다.
  • “신발 신어야지.”
  • “아….”
  • 안한미는 얌전히 슬리퍼를 신었다.
  • 5분이 지나도 안한미는 나오지 않았고, 계속 문밖에서 기다리던 서지형은 불안한 마음에 문을 두드렸다.
  • “한미야?”
  • “아저씨, 다 됐어요.”
  • 안에서 나는 물소리를 들은 서지형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 화장실 안에서 안한미는 열심히 속옷을 빨고 있었다.
  • 침대 시트를 피로 물들이는 건 정말 너무 창피한 일이었다.
  • 화장실에 들어온 커다란 그림자를 발견한 안한미는 반사적으로 손에 든 것을 몸 뒤로 숨겼다.
  • “아저씨, 왜 들어와요!”
  • 서지형은 눈살을 찌푸렸다.
  • “지금은 차가운 물이 몸에 닿으면 안 돼. 이건 비서한테 시키면 되고.”
  • 안한미는 고개를 저었다.
  • “아니요, 비서님이 하시면 너무 창피해요.”
  • 서지형은 살짝 웃는 듯하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한미의 손에 들린 것을 가져와 순식간에 깨끗하게 씻어 널었다.
  • “아저씨, 진짜….”
  • 안한미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는 서지형이 그녀를 위해 이렇게까지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다. 그건 정말…. 게다가 피까지 묻었는데….
  • 그녀의 얼굴은 이미 터질 것처럼 빨개졌다.
  • “됐다, 자자.”
  • 서지형은 여전히 멍하니 서 있는 안한미를 한 손에 안아 들고 침대로 돌아갔다.
  • 침구는 이미 비서가 다 갈아놓아 피 냄새가 나지 않았고, 오히려 좋은 향기로 가득했다.
  • 하지만 자기가 남긴 자국을 다른 사람들이 봤다고 생각하니 안한미는 정말 벽을 들이받고 싶었다.
  • 서지형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의 큰 손이 안한미의 배를 쓰다듬었다.
  • “어때, 배 아프니?”
  • 말하기 전까진 괜찮았는데, 그때서야 안한미는 배가 마치 경련이 일어난 것처럼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 게다가 그 고통은 점점 더 심해졌다.
  • 안한미는 서지형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 “아저씨, 아파요….”
  • 서지형은 얼굴이 창백해진 안한미를 바라보며 그녀를 더욱 품속으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비서에게 생강차와 따뜻한 물주머니를 가져오라고 했다.
  • 생강차를 마시고 물주머니를 끌어안은 안한미는 한결 나아졌다.
  • 서지형의 큰 손이 그녀의 허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었다.
  • 안한미는 졸음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 “아저씨, 저 잘게요. 잘 자요.”
  • 서지형은 입꼬리를 올렸다.
  • “잘 자, 우리 꼬마 아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