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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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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세운야옹이

Last update: 2021-10-14

제1화 입양

  • 새벽 3시, 천둥이 치고, 비가 세차게 내리고 있다.
  • 적막이 감도는 교외, 더러운 진흙탕으로 둘러싸인 나이트클럽이 아직 영업 중이다. 안에서는 섹시 댄스 공연이 계속되고 있다.
  • 6살인 안한미는 어두운 구석에 숨어 있었다. 겁에 질린 두 눈은 무대 정중앙을 바라보고 있고, 숨을 죽인 채 꼼짝하지 않았다.
  • 엄마는 가끔 이 나이트클럽에서 공연하고, 오늘도 많이 마셨다.
  • 그녀는 엄마가 왜 거칠고 더러운 남자들에게 둘러싸여 있는지, 그들이 엄마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엄마의 표정은 왜 그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다. 그러나 무대에서 들려오는 처량한 비명 소리는 날카로운 비수처럼 안한미의 가슴에 날아와 꽂혔고, 그녀는 두려움에 덜덜 떨었다.
  • 사람들의 손은 쉬지 않고 안한미의 엄마를 때렸고, 소름 끼치는 웃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무대 아래서 공연을 보던 사람들은 더욱 흥이 나는 모양이었다.
  • 한 번도 깜빡이지 않았던 안한미의 눈에서 갑자기 뜨거운 눈물이 흘러나왔고, 그녀는 조용히 주먹을 불끈 쥐었다.
  • 1분 1초 시간이 흘렀다. 무대 중앙의 불빛은 여전히 빛났지만, 어느 순간 여자의 처량한 비명 소리는 사라져갔다.
  • 무대 위의 남자들은 여자의 코 밑에 손을 대보더니, 모두 얼어붙었다. 그리고는 여자를 내팽개치고 순식간에 도망쳐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 안한미는 그때서야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찢긴 엄마의 옷과 산발이 되어 바닥에 흐트러진 머리카락, 붉게 물드는 새하얀 원피스를 보았다.
  • 안한미의 몸은 멋대로 움직이는 것 같았다. 그녀는 경직된 몸을 끌며 무감각하게 사람들을 지나 엄마의 곁으로 갔다.
  • 이런 초조하고 절망적인 감정은 그녀를 무너뜨렸다.
  • 그녀는 이 세상이 깜깜해지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 ……
  • 경찰서.
  • 진 경찰관은 자신에 눈앞에 있는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빨리 철든 여섯 살짜리 소녀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부모를 잃었고, 게다가 주민 등록도 되지 않은 무호적자였다.
  • 경찰서는 이 사건 때문에 골치가 아팠다. 안한미는 이미 이곳에서 3일이나 지냈다.
  • 이 소녀는 아빠가 없었고, 엄마는 며칠 전 나이트에서 폭행을 당해 죽었다. 상부에서는 그녀를 보육원에 보내라고 했지만 안한미를 본 경찰관들은 모두 그녀를 보육원 보낼 수 없었고, 그래서 지금까지 미뤄온 것이다.
  • “진 경찰관님, 안한미를 입양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외국에서 왔고, 듣기로는 상황도 괜찮은 사람이라네요.”
  • 경찰 실습생 유현이 말하는 모습이 진 경찰관의 눈에 비쳤다. 그들은 무의식적으로 옆에서 얌전히 밥을 먹고 있는 안한미를 바라보았고, 기뻤다.
  • “어떤 사람이든 그냥 안한미를 잘 돌봐줄 수 있다면 좋은 사람이지.”
  • 진 경찰관은 말을 멈추고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중 한 명은 자세가 곧고 표정이 없었으며,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그의 차갑고 냉담한 분위기에 압도되었다. 차가우면서도 기품 있는, 무서우면서도 시선을 뗄 수 없는, 날카로운 얼음 조각 같은 두 눈.
  • 모든 사람이 그의 분위기에 압도되었고, 장내엔 쥐 죽은 듯 고요했다.
  • 그의 시선은 오른쪽 앞에서 작은 입으로 밥을 먹고 있는 소녀에게 머물렀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곁으로 갔다.
  • 안한미는 들고 있던 숟가락을 내려놓고, 겁에 질린 채 서양 인형처럼 예쁜 작은 얼굴을 들어 올렸다. 눈빛에 비치는 불안은 겁 많은 사슴 같았다. 그녀는 신처럼 생긴 남자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 그녀는 먼 산을 바라보듯 깊고 심오한 눈빛으로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 “나랑 같이 갈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