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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식사

  • “매일 여자 친구를 갈아치우는 건 오빠 하나면 됐지 왜 아저씨까지 끌어 들이는 거예요?”
  • 안한미는 기분이 언짢았다. 그녀가 보기에 서지형은 여자 친구 같은 건 두지 않는 사람 같았다.
  • “야, 지형이도 이제 30인데 여자 친구 만들어야지. 잘 모르는 사람은 걔가 여자 안 좋아하는 줄 알아. 웃을 일이 아니라니까!”
  • 안한미는 당영예를 노려보았지만 뾰로통한 모습은 귀여울 뿐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 “이런, 우리 한미를 화나게 해버렸네. 그럼 오늘 저녁에 안 갈 거야?”
  • “왜 안가요? 갈 건데요?”
  • 안한미는 당영예의 덫에 걸려들고 말았다.
  • “난 안 가.”
  • 서지형은 짐짓 화난 듯 말했다. 당영예만 관계되면 모든 일이 꼬여버리는 듯 했다.
  • “그렇게 말해도 소용없어.”
  • 당영예의 목소리에 숨길 수 없는 즐거움이 묻어났다. 서지형에게 여자 친구만 생긴다면 서지형이 안한미에게 애초에 품어서 안 될 마음을 품을 일도 없을 것이다.
  • 그래서 당영예는 반드시 이번에 서지형이 그 여자를 좋아하게 만들어야 했다.
  • 당영예는 둘을 데리고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은 이미 영업이 끝난 상태였고 여자도 일찍이 도착해있었다.
  • 안한미는 첫인상부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그녀는 몸에 딱 맞는 블랙 미니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글래머러스한 몸매가 가감 없이 드러났다. 그녀의 목걸이는 가슴까지 늘어져 매혹적이었다.
  • “영예씨.”
  • 미소 짓는 그녀의 눈은 사람을 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 “아, 왔어? 여기 벌써 알겠지만 서지형, 네 남자친구가 될 사람이야.”
  • 당영예는 한시도 지체하지 않겠다는 듯 여자를 끌고 왔다.
  • “정말 웃기네요. 서 도련님이랑 제가 어떻게 사귀어요.”
  • 여자는 서지형의 얼굴조차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서지형이라는 거물 앞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오늘 주인공은 서도련님과 저 여자야. 잊지 마.”
  • 당영예는 여자에게 몸을 기울여 속삭였다. 두 쌍의 눈이 은밀히 안한미를 훑었다.
  • “저 여자만 해결하면 서지형은 네 거야.”
  • 당영예는 곧장 몸을 떼고 안한미에게 웃으며 말했다.
  • “안한미, 서미미를 만난 소감이 어때? 예뻐서 말이 안 나올 정도야?”
  • 안한미 역시 그녀가 예쁘다고 생각했다. 단지 싫을 뿐이었다.
  • “안한미씨? 정말 예쁜 이름이네요.”
  • 서미미는 안한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려 했으나 안한미는 몸을 피해버렸다.
  • “한미는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거 싫어해.”
  • 갑자기 서지형이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 안한미는 서지형이 외의 다른 사람이 만지는 것을 싫어했다.
  • 서미미는 민망한 얼굴로 뻗었던 손을 다시 거두었다. 당영예는 즉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했다.
  • “서 도련님은 일 때문에 바쁘시죠? 오늘 이렇게 시간 내어 식사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 서미미는 사교계의 스타였다. 그녀의 동작은 모두 자신감이 넘쳤다. 그녀는 사실 줄곧 더 높은 곳에 오르기를 꿈꾸고 있었다. 그러나 서지형과의 만남은 그녀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 “네, 바쁩니다.”
  • 서지형은 고개조차 들지 않고 말했다. 그는 접시 위에 올려진 스테이크를 얇게 썬 뒤에 안한미에게 건네주었다.
  • 서미미는 잠시 민망함을 느꼈으나 곧바로 표정을 가다듬으며 웃음을 유지했다.
  • 서지형은 자신의 앞에 놓인 와인을 천천히 열었다. 서지형은 안한미의 앞에서, 특히 최근 들어서는 더더욱 술을 먹지 않았다. 그 이유는 바로 안한미가 아직 어리고 서지형의 앞에서 종종 어리광을 부리기 때문이었다. 둘 중 하나라도 술에 취해 핀트가 나가버리면 그 때부턴 범죄였다. 당영예는 이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오늘은 반드시 술을 마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서미미가 있기 때문이었다.
  • “한미야, 네 아저씨가 오늘은 술을 마시려나 본데 넌 어떡할래?”
  • 당영예는 서지형이 꿈쩍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았다. 그의 목적은 안한미를 도발하는 것이었다.
  • 안한미는 낯을 가려 그저 고개를 숙이고 식사를 할 뿐이었다. 그녀는 당영예에게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미 불만이 가득했다.
  • “아무 말 없으면 동의한 걸로 알게.”
  • 당영예는 그 틈을 타 서미미에게 눈짓 했다.
  • 서미미는 곧바로 이해하고는 술잔을 들었다.
  • “미미가 가장 미천하니, 먼저 한 잔 하겠습니다.”
  • 그녀는 말을 끝내자마자 술을 단숨에 들이키더니 곧바로 한 잔을 또 따랐다.
  • “오늘 밤에 이렇게 서도련님과 영예씨를 만나 뵙게 되어서 저는 너무 기쁩니다. 서 도련님과도 한 잔 하고 싶은데요.”
  • 서지형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만히 있던 안한미가 수저를 내려놓더니 자리를 박차고 나가 화장실로 향했다.
  • “한미씨는 어째 기분이 나빠 보이네요.”
  • 서미미는 안한미가 이렇게 직접적인 반응을 보일지는 몰랐다. 당영예가 서지형이 늘 안한미를 곁에 두고 다닌다고 말해준 바가 있긴 했으나 오늘 직접 보고서야 그저 ‘곁에 둘’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 어느덧 자리에는 당영예와 서지형만 남게 되었다.
  • “서지형, 정신이 좀 들었지?”
  • 당영예는 가벼웠던 태도는 온데 간데 사라지고 진지한 얼굴이 되어 있었다.
  • “안한미에게 더 큰 상처를 주기 싫다면 서미미를 둘 사이의 벽으로 써.”
  • “안한미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봤잖아. 아직도 안한미가 너한테 감정이 없다고 말할 수 있어? 걔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 때쯤에 너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과연 못 알아차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