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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깊이 박혀버린 기억

  • 그녀는 휴대폰 화면 속에 '아저씨와 38초 간 통화'라고 적힌 걸 보았고, 그녀의 눈빛이 반짝 빛났다. 그녀는 서지형의 전화를 받은 것이다!
  • “아저씨!”
  • 안한미가 온 힘을 다해 소리치자 누군가 따귀를 때렸다.
  • “아저씨라고? 그럼 스피커폰 켜서 네 아저씨한테 네가 소리 치는 걸 듣게 해주자.”
  • 전화 속의 서지형은 잠깐 침묵하더니 차갑게 말했다.
  • “살고 싶으면 걔를 풀어줘.”
  • “네 아저씨 미쳤나 봐! 우리한테 겁을 주네!”
  • 휴대폰을 가져간 남자가 더이상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내던진 뒤 안한미의 옷을 벗기려 했다.
  • “이렇게 어린 여자애는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어!”
  • “만지지 마세요!”
  • 안한미는 그 남자의 손가락을 깨물었고, 힘 조절을 못해 피가 흘러나올 때까지 물었다.
  • “건드리지 마요!”
  • 소석이 갖은 애를 쓰며 의자를 끌고 다가왔다. 안한미의 앞에서 넘어졌지만, 그는 힘든 상황에서도 계속 아무도 그녀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그녀를 지키려 했다.
  • “소석...”
  • 눈물이 안한미의 눈앞을 가렸다. 그녀는 소석에게 다가가려 했지만 누군가에게 붙잡혔다.
  • 그녀는 누군가 굵은 쇠몽둥이를 들고 소석의 뒤로 가는 모습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다. 놀란 두 눈이 커지면서 그녀는 소리쳤다.
  • “소석! 안 돼-!”
  • 하지만 쇠몽둥이는 소석의 다리를 무자비하게 내리쳤다. 마치 그를 죽이려는 것 같았다.
  • 소석은 고통에 땀을 비오듯 흘렸고, 이마에 튀어나온 핏줄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았고 안한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 “난... 괜찮아...”
  • 안한미는 울면서 소리쳤다.
  • “제발 걔를 놔 주세요...”
  • “저는 소씨 그룹 소이추의 아들이에요! 저를 풀어주기만 하면 우리 아버지가 얼마든 줄 수 있어요!”
  • 소석은 별 도리가 없었다. 그저 아빠의 이름을 팔 수밖에.
  • 남자들은 그 말을 듣고 멈춰서더니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 소씨 그룹의 외동 아들이라니, 값어치가 꽤나 나가는 애였다.
  • 상처남은 기회임을 느끼고 다가와 말했다.
  • “두 명, 30억.”
  • 소석은 망설임 없이 고통을 참으며 말했다.
  • “70억으로 할게요, 우릴 풀어주세요!”
  • 소석은 그 말을 안 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 말에 남자들은 더 욕심이 났고, 안한미가 깨물었던 남자는 70억이란 소리를 듣더니 눈빛이 반짝이며 소리쳤다.
  • “두 사람 목숨인데, 140억.”
  • 아직 어린 소석은 그때서야 자신이 얼마나 바보 같았는지 깨달았다.
  • “욕심 부리지 마요!”
  • 남자들은 웃었다.
  • “꼬맹아, 70억은 네 목숨 값이고, 140억은 너랑 네 여자친구 목숨 값이야. 네가 선택해!”
  • 소석은 대답하지 못했다.
  • “200억을 줄 테니 여자애를 놔줘.”
  • 전화 저 편에서 서지형의 억눌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차갑지도 싸늘하지도 않았지만 거절할 수 없는 힘을 가지고 있는 목소리였다.
  • 남자들은 모두 멍해졌다. 한 사람의 목숨이, 200억이라고?
  • “우선 돈을 보내. 그럼 풀어준다.”
  •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정말 돈을 보낼 건지는 직접 봐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멍하니 서로를 쳐다보다가 상처남에게 시선을 돌렸다.
  • 상처남은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계좌번호를 서지형에게 알려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200억이 입금되었다.
  • 그들은 보고도 믿을 수 없어 0이 몇 갠지 몇 번이나 세어보았다.
  • “걔가 집에 도착하면 200억 더 보낸다.”
  • 서지형의 카리스마 가득한 목소리에 안한미는 마음이 놓였다. 하지만 아저씨가 하는 말에 소석은 없었다.
  • 안한미는 어쩔 수 없이 소리쳤다.
  • “아저씨, 소석도 있어요!”
  • 하지만 서지형은 아무 대답이 없었다.
  • 추악한 남자들은 모두 싱글벙글이었다. 그저 여자애 하나 데리고 놀 생각이었는데, 갑자기 200억이 생겼다. 나눠가져도 한 사람 당 최소 20억이었다.
  • “택시 탈 수 있는 곳에 데려가서 타는 것까지 확실히 보고 와.”
  • 상처남이 명령했다.
  • “아저씨, 아저씨! 소석도 있어요! 아저씨!”
  • 끌려가는 안한미는 너무 당황스러웠다. 소석이 아직 여기 있었다. 서지형은 왜 알면서도 구해주지 않을까.
  • “140억이면 두 명 다 풀어준다고 했잖아요! 우리 아저씨가 200억을 줬으니까 쟤도 풀어주세요!”
  • 안한미는 서지형이 왜 아무 반응이 없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상황을 그냥 둘 수 없었다.
  • “꼬마 아가씨, 넌 살았으니 그냥 얌전히 떠나.”
  • “쟤도 풀어주세요, 아저씨한테 돈을 더 보내라고 할게요.”
  • 안한미는 달려가 소석의 몸에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소석은 고통에 거의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
  • “걔를 풀어줄 시간 10초 준다. 그 안에 안 풀어주면 다음 200억은 없어.”
  • 서지형의 목소리는 분노로 가득 차있었다.
  • 남자들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안한미를 소석에게서 떼어냈다.
  • “소석!”
  • 안한미는 울면서 소석의 팔을 붙잡았지만, 남자들이 거칠게 그녀를 잡아끌었다.
  • 그녀가 공장을 떠나면서 마지막으로 본 것은 땅에 쓰러져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소석의 복잡미묘한 눈빛이었다.
  • 그 이후로 그 눈빛은 안한미의 마음 속 깊이 박혀 절대 잊혀지지 않았다.
  • 그때 그들은 어렸고, 그 일은 그들의 기억 속에 너무 깊이 박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