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요, 내가 매일 밤 그에게 돈 갚으라고 전화할 거예요. 아니면 매일 밤 그를 찾아가서 돈 갚으라고 보챌 거예요.”
사람들 모두 멍해졌다.
세상이 이렇게 좋은 일도 있어?
나현진은 의술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외모도 아주 뛰어나고 배경도 탄탄했다.
매일 밤 전화하고 보채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시간이 지나면서 정이 들지 않을까?
문제는 도강우가 아주 멋있다는 것이다. 눈에는 또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가득 적혀 있었다.
“나 소장님…”
진호는 아주 비굴한 태도로 나재현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나재현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꺼져, 계집애처럼 말이 많아!”
진호는 쪽팔리다는 생각에 안색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일반 셔츠로 갈아입은 나현진이 도강우 앞으로 걸어왔다.
“휴대폰 주세요.”
“휴대폰을 당신한테 주면 나는 뭘 씁니까?”
도강우가 물었다.
“휴대폰 번호를 달라고요!”
나현진은 이를 꽉 깨물었다.
도강우는 그제야 황급히 깨닫고 나현진에게 전화번호를 주었다.
“기억해요, 나한테 13억 빚졌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저 멀리 걸어갔다. 그동안 나현진은 아주 도도하게 유나연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유나연은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나현진이란 저 여자 설마 내 남편하고 무슨 일이 생기는 건 아니겠지?’
유나연은 순간 마음이 저 바닥까지 가라앉는 것 같았다.
13억이라니, 그녀와 도강우 현재의 경제 상황으로는 평생을 갚기 힘들 수도 있었다!
게다가 나현진의 태도는 어딘가 애매모호하고 이상했다.
“너 나현진과 아는 사이야?”
유나연은 약간 싸늘한 표정을 띤 채 다시 한번 물었다.
“모른다고 했잖아!”
“짜증내네.”
중얼거리던 유나연은 마음속 불길한 예감이 점점 짙어졌다.
나현진은 너무나 눈부셨다. 비록 유나연의 외모도 나현진에게 뒤지지 않지만 나현진의 아우라는 유나연이 절대 비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진호와 거리를 둬, 들었어?”
도강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
“1억은 내가 그에게 돌려줄 테니 네가 나설 필요 없어.”
“어떻게 갚을 건데? 1억이야, 1억!”
유나연은 이미 폭발할 위기에 처해있었다.
공연한 빚이 13억이 더 생겨서 진호의 1억까지 더하면 빚이 모두 14억이었다!
그 숫자는 유나연의 숨통을 조여왔다.
유나연을 빤히 쳐다보던 도강우가 미처 설명하기도 전에 전화벨이 울렸다. 회사 한 직원의 전화였다.
“강우 형님, 다들 사직한다고 난리입니다. 연속 십여 일 동안 아무 업무도 없다고 양휘가 사람들을 데리고 맞은편 별빛 인테리어로 이직했습니다. 대우가 이곳에 있을 때보다 30%는 높다면서…”
도강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복귀를 결정한 이상 연 수입이 5천만에 불과한 작은 회사는 이미 안중에 없었다. 하지만 할아버지가 설립하신 회사였기에 도강우는 자신의 손에서 무너지기를 원하지 않았다.
그 생각이 든 그는 바로 유나연에게 말했다.
“회사에 한번 다녀올게.”
아무 반응도 하지 않고 떠나는 도강우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유나연의 눈앞이 점점 흐릿해졌다.
자신이 적금을 남동생 유건희에게 준 뒤로 두 사람은 이미 갈등이 생겼다. 그리고 도강우가 자존심을 세우며 1억을 버린 행동은 두 사람 사이의 감정에 더욱 큰 골이 생기게 했다.
유나연이 보기에 지금의 도강우는 이미 좌절로 인해 재기하기 힘든 상태로 보였다. 내키는대로 1억을 버리는 것도 멘붕이 온 표현이었다.
유나연은 마음이 아프면서도 실망했다.
“가난한 부부는 근심 걱정이 가득하다고 너와 도강우는 이미 미래가 없어. 나연아, 도강우 같은 사람은 너무 많이 봤어. 이제는 수십억의 빚까지 졌으니 그를 완전히 무너지게 할 거야. 그리고 앞으로 어르신의 치료비용 또한 천문학적 숫자일 거야. 약 한 알에 10만 원이 드니 버티기 힘들 거야.”
진호는 광기 어린 눈빛으로 유나연을 바라보았다.
유나연은 눈가의 눈물을 닦았다.
“할아버지 보러 갈게.”
이럴 때 서두르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는 진호는 먼저 자리를 떴다.
도강우의 인테리어 회사인 골드 인테리어는 직원이 모두 8명이고 근무 연수가 가장 오래된 사람이 바로 양휘였다. 도강우는 그에게 임금도 제일 많이 주었는데 월급만 350만이었다. 다른 직원들의 대우도 동종업계 사람들을 훨씬 뛰어넘었다.
골드 인테리어는 해영빌딩에 있는 면적이 30평인 작은 사무실 하나를 빌렸는데 2천만 원에 달하는 연 임대료만해도 적지 않은 지출이었다.
회사로 가는 길, 도강우는 이춘추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집사, 나를 도와 인테리어 회사를 사줘요. 위치는 해영빌딩에 있어요.”
“네, 사실 해영빌딩 전체가 다 대표님 것입니다.”
전화를 끊은 도강우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서 도강우를 기다리던 8명의 직원들은 동정의 눈길을 보냈고 그 중 양휘는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양휘는 회사의 업무 책임자이자 핵심 인물이었다. 그동안 모아놓은 대량의 고객 자원이 있는데 그가 이직하게 되면 회사의 주문 건의 90%를 가져갈 수 있었다!
“도강우 씨, 이건 저의 사직서예요.”
양휘가 먼저 손에 들고 있던 사직서를 건넸다.
도강우는 쳐다보지도 않고 바로 사인했다.
“또 사직서를 제출할 사람 있어요?”
남은 사람 중 25살 정도 되는 젊은 사람 한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사직서를 제출했다.
도강우는 무표정하게 하나하나 사인했다.
양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파산한 것을 축하합니다. 골드 인테리어가 망하게 생겼네요!”
도강우는 마침내 고개를 들고 양휘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우리 할아버지를 따라 십여 년을 일하고 나랑도 4-5년을 일했는데 내가 푸대접한 적 있어요? 당신 어머니가 중병에 걸렸을 때 심지어 사비를 털어 2천만 원을 줬는데 지금까지도 나한테 갚지 않았죠?”
양휘는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그건 당신이 자진해서 준 거잖아요, 나는 달라고 한 적 없어요. 법적으로 증여는 다시 회수할 수 없어요. 때문에 당신의 2천만 원은 없는 거예요, 나도 돌려주지 않을 거고요. 난 당신에게 빚지지 않았어요.”
도강우는 비꼬는 표정으로 맞은편 회사를 가리켰다.
“저쪽에서는 월급을 얼마나 준대요?”
“기본월급은 40만이지만 모든 업무 주문 건의 10%를 인센티브로 받을 수 있어요! 당신보다 훨씬 대범하죠.”
도강우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이어 도강우는 유일하게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는 젊은 사람을 주시했다.
“연석아, 너는 어떻게 할 거야?”
오연석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
“대표님께서 저를 자르지 않는 한 저는 떠나지 않을 겁니다.”
“멍청한 것.”
양휘는 경멸하듯 오연석을 바라보고 바로 일어났다.
“저는 이만 별빛 인테리어에 가보겠습니다.”
도강우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연석아, 잘했어. 떠날 필요 없으니 계속 남아있어. 너를 업무 책임자로 승진시키고 월급은 500만 원, 그리고 회사 지분 30%를 줄게.”
그 말에 양휘 등 사람들을 크게 웃었다.
“도강우 씨, 지금 이런 상황에도 무슨 허세를 부려요? 지금 몸에 현금 10만 원이라도 갖고 있으면 내가 진 걸로 할게요! 그리고 30%의 지분이 무슨 소용이 있어요. 골드 인테리어는 앞으로 업무가 하나도 없을 텐데. 게다가 월급 500만 원이라니, 누굴 놀리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