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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강아지야?

  • “너 같은 철부지랑 대체 뭘 하라고, 이게 뭔 날벼락인지.”
  • 허아영이 배도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투덜댔다.
  • 배도형은 이미 마음속으로 그녀를 점찍어 두고 있었다.
  • 또 철부지?
  • 저 여자가 대체 내 나이가 마음에 안 드는 거야… 그 날밤의 내 표현이 마음에 안 드는 거야?
  • 배도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그녀의 뒤통수를 잡고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고정한 채 다가가… 한입 베어 물었다.
  • 아!
  • 비명과 함께 허아영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배도형의 잘생긴 얼굴이 갑자기 눈앞에 나타났고, 따뜻한 입술이 다가왔고, 알싸한 아픔이 느껴졌다.
  • 이놈의 철부지 녀석, 사람을 물어? 강아지야 뭐야?
  • 허아영은 화가 나 눈을 부릅뜨고 이미 저쪽으로 물러난 남자를 자리에서 일어나며 노려보았다!
  • 배도형은 첫 완승에 기분이 좋은 듯 물어놓고도 도망치지 않고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고 눈을 내리깔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치켜 올라간 눈썹과 당당한 그 폼은 마치 분하면 너도 물던가 이 난쟁아!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 허아영도 물고 싶었으나 물 수 없었다. 그녀의 키가 배도형의 턱밑까지밖에 닿지 않으니 그가 협조해 주지 않는 한 그녀는 그를 다칠 수 없었다.
  • 결국 허아영이 분을 삭이며 말했다.
  • “흥, 누나는 개랑 상대 안해.”
  • 그 남자는 또다시 화가 나 방금 전 자신이 그녀를 깨물 때 힘을 뺀 걸 후회했다! 이 여자는 쉬운 여자가 아니야! 사람을 화가 나 미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 그들에겐 앞으로 아주 긴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잘 겨뤄보자고!
  • ….
  • 두 사람의 결혼은 배 씨 가문의 주도하에 착착 잘 진행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일이 있었으니, 이른 아침 한 통의 전화가 허아영을 깨웠다.
  • “여보세요?”
  • 허아영이 전화를 한 사람이 누구인지 보지도 않고 나른하게 전화를 받았다.
  • “열시, 스와로 웨딩스튜디오. 기다릴게.”
  • 허아영이 눈을 껌벅거리며 전화기를 귀에서 떨구고 누구의 전화인지 확인했다. 전화번호는 처음 보는 번호였으나 기억하기 쉬운 행운의 숫자들로 이루어졌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매력적인 목소리를 기억하지 못할 리가 없을 텐데 하고 생각했다.
  • 누구야, 갑자기 전화해서 웨딩스튜디오라니?
  • “누구세요?”
  • “네 남편!”
  • 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잠깐 놀라는듯하더니 낮게 외쳤다.
  • 허아영은 전화를 들고 침대에서 한 바퀴 구르며 웃었다.
  • “이봐 동생, 전화 잘못 건 거 아니야? 누나 아직 결혼 안 했는데.”
  • 배 씨 가문과의 결혼이 정해진 후 그녀는 휴가를 신청했다. 어차피 잠도 오지 않는데 어린 남자애나 놀리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았다.
  • “허아영!”
  • 전화 저편의 남자가 한 번 더 소리를 높였고 허아영이 귀가 얼얼해졌다.
  • “와우, 대박, 동생 준비 많이 했네? 누나 이름도 아는 거야?”
  • 허아영이 창밖의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을 바라보며 말했다.
  • 하지만 그 순간 전화기에서 그 남자의 한자 한자 끊어진 외침이 들려왔다. 소리만으로도 그 남자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알 수 있었다. 전화기를 뚫고 와 자신을 죽일 것 같았다.
  • “허아영! 내가 바로 네 남편이야. 배도형!”
  • 허아영이 창밖을 바라보던 눈이 순간 가늘어졌다.
  • “무슨 일인데?”
  • 그녀의 말투가 순간 바뀌며 그전에 있었던 일들이 모두 없던 일인 듯 싫은 티를 팍팍 내며 말했다.
  • “열시, 스와로 웨딩 스튜디오에서 웨딩촬영할 거야!”
  • 배도형이 화를 누르며 다시 입을 열었다.
  • “알았어, 안녕.”
  • 대충 알겠다고 한 뒤 허아영이 한드폰을 두고 몸을 돌려 주방으로 가 물을 마셨다. 다시 돌아와 핸드폰을 들어보니 전화가 끊기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그녀가 다시 핸드폰을 들어 물었다.
  • “아직 할 말 있어?”
  • “없어, 먼저 끊어.”
  • 전화 저편의 남자는 평온한 마음으로 그녀가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
  • 전화를 쥔 허아영의 입꼬리가 조금 위로 올라갔다. 철부지 주제에 교양은 있네, 여자가 먼저 끊기를 기다리는 건가?
  • 눈썹을 들어 올린 허아영은 다시 침대에 누우며 생각했다. 교양은 있는 거 같으니 인내심은 어떤지 한번 볼까?
  • ….
  • T 시의 번화한 거리에서 허아영이 튜브톱 플라워 스커트에 단화를 신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쓰고 손에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천천히 목적지로 걸어가고 있었다.
  • 스튜디오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그를 본 그녀는 순간 앞으로 마음대로 괴롭힐 수 있는 바보가 한 명 있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구나 생각했다.
  • 시간을 보니 오후 한시가 다 돼갔다.
  • “허아영!”
  • 가까이 다가가자 배도형이 그녀를 찢어 죽일듯한 얼굴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 열 시라고 했는데 지각한 것도 모자라서 오후 한시라니 말이 돼?
  • 이건 자신을 골탕 먹이려는 거잖아?
  • “화내지 마, 화내지 마.”
  • 허아영이 자신의 작은 손을 흔들어대며 그의 곁으로 다가가 변명했다.
  • “이게 내 탓만은 아니지. 아침 일찍 네 전화에 깨서, 밥 먹고 바로 오려고 했는데 너무 이른 거 같아서 침대에 잠깐 누워만 있으려고 했거든, 그런데 바로 잠이 들 줄 누가 알았겠어, 일어나니까 오후잖아. 그래서 이렇게 급하게 왔잖아?”
  • 급하게?
  • 허허.
  • 배도형이 휴가라도 온듯한 차림의 그녀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 “일부러 그런 거지!”
  • 배도형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