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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내가 바로 아이의 아빠

  • 그렇다고 배도형이 그녀를 상대할 리는 없었다.
  • 두 달 전이라면 아마도 자신이 그녀를 만났을 때였다.
  • 배도형은 놀란 눈길로 앞에 서 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급해 난 건지 아니면 부끄러워서인지 귀가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 결국 그녀는 임신하고 말았다.
  • 배도형의 눈길은 허아영의 아랫배로 향하였다. 하지만 배도형의 위치에서 그녀의 아랫배를 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 허아영은 그가 주의하지 않는 틈을 타 손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아당기고는 냉큼 일어서서 자신의 진단서를 잘 간직했다.
  • “누가 내 허락 없이 내 물건에 손대라고 했어?”
  • 배도형은 얼른 시선을 돌렸다. 그는 잠시 넋을 잃고 있었다.
  • 이제 그에게는 곧 아이가 생기게 될 것이고 그는 아빠가 될 것이다.
  • 허아영의 말대로 지금, 이 순간 그는 누구보다 어려 보였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짊어져야 할 책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 배진화는 자기 아들과 허아영을 번갈아 쳐다보다가 입을 열어 말을 하려고 하던 찰나에 장윤이 대뜸 배도형에게 말하였다.
  • “도련님, 혹시 속으신 거 아니에요? 허아영은 이제 애까지 얻었으니 곧 시집을 갈 게 뻔하잖아요. 아 맞다, 도련님께서는 아는 사람이 많으니 허아영의 미래의 남편도 어찌 보면 알 수 있겠네요. 듣자 하니 쟤 미래의 남편이 ‘로열 캐슬’에 자주 들린다고 하던데 혹시 알고 있나요?”
  • 배진화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옆에 서 있었고 배도형은 그저 조용히 앞에 서 있는 여자를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사람이 허아영이 놀림을 당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고 허아영은 모든 수모를 참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그때 배도형이 불쑥 나와 말했다.
  • “알고 있어,그녀의 남편이 누군지,너희들도 이젠 알잖아?”
  • 말을 마친 배도형은 손을 내밀어 앞에 있던 여인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고는 한마디 한마디 정확하게 말했다.
  • “내가 바로 배 속 아이의 아빠이자 이 사람의 약혼자입니다.”
  • 배 씨 그룹은 삽시에 들끓었다.
  • 배 씨 가문은 작은 가문이 아니었다. 배 씨 가문의 산업은 각 분야로 분포되어있을 뿐만 아니라 T 시의 상류사회에서도 손꼽히는 가문이었다. 배 씨 가문의 몇몇 사람들은 모두 각 부서의 책임자로 임명되었으며 배 씨 가문의 도련님들은 밖에서 자신의 산업을 돌보거나 회사에 입사하기도 하였다. T시의 가장 번화한 거리에서는 배 씨 가문의 사무실이 가장 크고 눈에 띄었다. 하지만 이랬던 배 씨 가문의 도련님이 지금은 이렇게도 쉽게 허아영에게 넘어가고 있었다.
  • 바로 돈도 없고 한 푼의 가치도 없는 데다 사람을 귀찮게 구는 데는 선수인 허아영에게 말이다.
  • 허아영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들어 옆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는 키가 크고 몸매가 매끈하였으며 눈빛은 깊고도 의연하였다. 이 순간만큼은 그가 자신보다 네 살이나 어리다는 사실을 잊은 채 그저 그의 품에 안겨있으면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
  • 배진화는 어리둥절해 하며 헛기침을 하고 말했다.
  • “두 사람, 내 사무실로 들어와.”
  • 배진화의 말을 들은 두 사람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고 배도형은 허아영의 손을 잡고 꿋꿋하게 사무실로 걸어 들어갔다.
  • 사무실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잡았던 손은 풀었다.
  • 그 순간 그들은 비로소 무슨 일이 생겼는지 깨닫고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
  • 배진화는 그들을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
  •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 허아영은 여전히 놀라움에 잠겨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만약 예전의 그녀였다면 거짓말을 해서라도 만회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처리할 방도가 없었다. 그녀가 유일하게 생각해낸 방법은 사직하는 것뿐이었는데 그렇게 되면 여동생을 먹여 살릴 수가 없게 된다. 하여 그녀는 잠시 딜레마에 빠졌다.
  • 배도형은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답하였다.
  • “아버지, 저 결혼하겠습니다.”
  • 어리둥절한 배진화에게 허아영이 정신을 차리고 대뜸 답했다.
  • “죄송합니다. 보스, 저희 둘이 나가서 먼저 이야기해볼게요.”
  • 말을 마친 허아영은 배도형을 잡아끌어 옆에 있는 작은 회의실로 들어갔다. 배진화는 그들이 안에서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들리지 않았다.
  • 허아영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 추스르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
  • “너 무슨 뜻이야?”
  • 배도형이 답했다.
  • “아무 뜻도 없어, 그저 내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싶은 것뿐이야.”
  • 허아영은 배도형의 말에 하도 어이가 없어 피식 웃으면서 자신의 머리를 식히려고 노력했다.
  • “배도형, 너 ‘책임진다’라는 게 무슨 뜻인지 알아? 내가 네 아이를 임신했다고 반드시 너한테 책임지라고 말 할거라는 거 꿈도 꾸지 마. 너 이제 겨우 몇 살이나 되었다고 벌써 책임을 지려고 그래! 아니면 나를 이 집에 들여놓고 애를 낳게 하는 게 책임지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 네가 배 씨 가문의 도련님이라서 혹시 네가 아이를 키울 순 없어도 배 씨 가문에서는 키울 수 있겠지. 그러면 네가 말한 책임진다는 건 너 스스로 책임지겠다는 거야 아니면 날 그저 배 씨 가문에 버려두겠다는 뜻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