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아영이 손을 쓸 틈도 없이 배도형은 아무런 말도 없이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이번은 저번보다 가볍게 더 수위 높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아영이 그의 행동을 용서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허아영이 그를 밀쳐내려고 하는 순간 배도형은 그녀를 놓아주고 그녀의 고사리 같은 손을 자신의 커다란 손에 꼭 쥐었다. 둘이 이러는 사이에 카메라맨은 아까부터 찰칵찰칵하며 촬영하면서 말했다.
“그래요! 바로 이거예요! 좀 더 격정적이게 해도 좋을 텐데!”
배도형은 자신의 품속에 있는 여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치 한 손으로 쥐락펴락할 수 있을 만큼 작았다. 그리고 그녀는 아름다웠다. 웨딩드레스를 입지 않아도,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도 예쁜 그녀는 특히 화를 내면서 얼굴을 붉히며 자신을 바라볼 때 배도형은 자기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그는 그런 여인이 자신의 아내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한테 어떤 짓을 해도 다 받아줄 수 있는 그런 여인.
그는 그녀의 손을 더 꽉 쥐고 그녀 손의 온기를 느꼈다. 마치 둘이 몸을 맞대고 있는 것처럼 그 온기는 배도형을 편하게 해줬다. 그러면서 그는 그녀의 손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기도 했다. 그러면서 배도형은 처음으로 그녀와의 결혼생활을 기대하게 되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따분할 날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제 기억나?”
배도형은 목을 구부리며 쉰 목소리로 그녀한테 물었다. 그 와중에 셔터 소리는 더 빠르게 들렸다.
그는 허아영은 놓아주면서 한편 움츠리고 있었다. 또 언제 갑자기 귀싸대기가 날아올지 모르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카메라맨과 직원들도 있는 앞에서 그런 꼴을 당할 수는 없었다. 그는 허아영의 눈에 분노가 가득 찬 것을 볼 수 있었다.
“배도형! 이 저질!”
그녀는 겨우 숨을 쉴 수 있었는데 움직이려 하니 자신이 배도형 때문에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화가 나 그를 째려보며 한다는 말이 겨우 그한테는 별 타격이 없는 말이었다. 배도형은 그 말을 듣고 웃겼는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근데 어떡하지? 네 남편은 자기 마누라한테 저질스러운 짓을 하는 걸 너무 좋아하는걸?”
웨딩 촬영 장소를 바꾸면서 허아영은 화가 잔뜩 난 채 배도형을 어떻게 골탕을 먹일지 계속 생각했다.
마침 그녀가 옷을 다 갈아입고 나올 때 배도형이 밥 먹을 곳을 정하는 소리를 들었다.
“두 명. 룸으로 잡아줘.”
허아영은 입꼬리가 쓱 올라갔다. 그녀는 콧소리로 통화를 하고 있는 배도형의 달팽이관을 비볐다.
“자기야. 나 ‘로열 캐슬’가고 싶은데…. 오늘은 거기 가면 안 돼? 못 간지 너무 오래됐는데….”
‘로열 캐슬’?! 이 네 글자가 들리자마자 주위는 갑자기 정적이 흘렀다.
강성의 배 씨 가문은 이 나라에서 가장 잘나가는 집안 중 하나이긴 하지만 배 씨 가문만의 철칙이 있었는데 바로 자식 교육이 엄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배 씨 그룹의 도련님들은 모두 자기 힘으로 먹고사는데 배 씨 그룹에서 일을 한다고 해도 낙하산은커녕 샐러리맨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소문에 의하면 배도형은 배 씨 그룹에서 일을 한 적이 없을뿐더러 아직 어려서 ‘로열 캐슬’에 갈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다.
배도형은 머리를 돌려서 웃으며 대답을 기다리는 허아영을 보며 그저 입가를 오므리고 눈썹을 치켜들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허아영은 배도형 앞으로 가서 계속 떼를 썼다.
“자기야. 나도 ‘로열 캐슬’이 만만치 않은 건 알아. 하지만 한 번뿐인 결혼인데 가면 안 돼? 응? 자기야.”
한 번뿐인 결혼?
허아영은 단지 배도형을 골탕 먹이려 한 것뿐이었는데 자기의 그 말이 누군가의 기분을 망칠 것을 몰랐다.
“이미 예약 다 했어. 이따 가자.”
어라? 허아영은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 그녀가 올라간 입꼬리를 내리기도 전에 배도형은 몸을 숙여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제 보니 입이 비싸네? 신부님?”
‘로열 캐슬’? 그녀가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곳인가?
허아영은 겨우 정신을 차렸지만 입꼬리가 굳었는지 내려가지 않았다.
“칭찬으로 들을게. 퉁퉁이.”
조금만 있으면 그가 ‘로열 캐슬’에서 얼마나 쩔쩔맬지 두고 보자고!
….
마지막 촬영까지 끝내고 허아영은 지쳐 있었다. 웨딩 촬영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그녀는 생각도 못 했다. 겨우 임신 2개월도 이렇게 힘든 지도 몰랐다.
갑자기 그녀는 가느다란 허리에 온기가 느껴졌다. 배도형이 팔에 힘을 줘서 그녀를 자신의 품에 가뒀다. 품에 파묻힌 그녀의 코는 그의 몸에서 나는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원래 그녀는 배도형이 철이 들어서 자신을 챙겨 줄 것을 바라지도 않았는데 지금 와서 보니 아마 그녀가 그를 오해한 것 같았다.
둘의 케미를 본 카메라맨은 둘이 정말 천생의 한 쌍 같았다. 조금 전까지도 원수지간 같던 둘이 어느새 잉꼬부부가 될 수 있는 거지? 또 소문으로만 듣던 T시의 배 씨 도련님이 또 이렇게 부드러운 분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