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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난 쫓겨날 생각 없어

  • “배 씨 가문의 식구? 배 씨 가문의 식구는 몇 명 더 있는데?”
  • 그녀는 배 씨 그룹에서 일하지만 배 씨 가문의 일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 배도형은 자신의 품의 안긴 작고 귀여운 여인의 허리를 살짝 잡으며 만족스럽게 대답했다.
  • “몇 사람 없어. 만나보면 알겠지.”
  • 허아영은 고개를 숙이고 눈살을 찌푸렸다. 줄곧 배도형이 가부장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축 처진 눈동자에는 자신의 평평한 아랫배가 보였다. 허아영이 그의 가슴 위에 놓인 손을 살짝 쥐고 작게 말했다.
  • “배도형, 이제 우리 정말로 결혼하네.”
  • 배도형이 대답하기도 전에 허아영은 또 말했다.
  • “결혼하면 넌 이제 유부녀야.”
  • “그게 뭐 어때서?”
  • 허아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그와 자신을 조롱했다.
  • “이것도 네가 성장했다는 걸 증명하는 방식이겠지.”
  • 이번에 배도형은 화를 내지 않았고 다만 그녀의 말속의 조롱을 알아듣고 달갑지 않게 말했다.
  • “허아영, 이 혼인은 네가 먼저 승낙했으니까 너와 내가 달갑지 않아도 이제 와서 만회할 여지가 없어. 특히 노인네가 돌아온 지금은 더 그렇고!”
  • “노인네?”
  • 허아영은 의문스러운 듯 고개를 들었다. 아이처럼 궁금해하는 모습이 잠깐 귀여워 보였다.
  • “우리 할아버지.”
  • 배도형은 왠지 모르게 화가 반쯤 풀려서 말했다.
  • “밤에 만나보면 알 거야.”
  • 바로 이때, 카메라맨이 큰 성공을 거뒀다고 선언하자 배도형은 허아영을 끌어안고 쉼터로 가서 쉬며 말했다.
  • “쉬었다가 옷 갈아입어. 내가 아래층에서 기다리면서 일 좀 처리할게.”
  • 허아영은 배도형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네 살 연하의 남자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친근하게 대하기를 바라지 않은 데다가 또 그녀의 성격상 이런 말을 전혀 할 수가 없었다.
  • ‘여보, 나 피곤하니까 여기서 기다려. 나랑 같이 이야기도 좀 하고 쉬었다가 다시 볼일 보러 가.’
  • 허아영이 자신을 추스르고 내려왔는데 배도형은 스튜디오 입구에 있는 그의 차 안에서 노트북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정말 바쁜 것 같았다. 허아영은 직원에게 감사 인사를 한 후 순순히 입구 앞에 있던 랜드로버에 올라타자 배도형은 허아영이 이렇게 빨리 내려올 줄은 미처 몰랐는지 조금 놀라 물었다.
  • “벌써 다 쉬었어?”
  • “나 배고파.”
  • 허아영은 그를 보지도 않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쉬었다.
  • 배도형은 허아영이 왜 갑자기 기분이 나빠졌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봤다.
  • 차가 빠르게 시동이 걸리자 허아영은 살짝 한숨을 돌렸다.
  • 그녀도 자신의 기분이 왜 갑자기 나빠졌는지 알지 못했다.
  • ….
  • ‘로열 캐슬’ 입구에서 랜드로버가 막 멈추자 누군가 올라와서 자발적으로 주차했다.
  • 허아영은 배도형을 따라 내렸는데 발이 땅에 닿기도 전에 ‘로열 캐슬’ 매니저가 마중 나와 깍듯이 인사하고 말했다.
  • “배 씨 도련님.”
  • 그제야 허아영이 배도형을 진지하게 훑어보기 시작했다.
  • 그는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아니, 배 씨 가문은 뭐 하는 곳일까?
  • 듣자하니 배 씨 그룹 측에서 배 씨 가문 사람들은 요식업을 하면 안 된다고 규정했고 또 배 씨 가문은 요식업과 무관하다고 하니 ‘로열 캐슬’의 태도가 너무 이상해 보였다.
  • “너 여기 자주 와?”
  • 의혹 속에 허아영은 작은 소리로 물었다.
  • “매일 와.”
  • 배도형은 사실대로 대답하고 손을 뻗어 허아영의 허리를 감싸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화려하고 웅장한 ‘로열 캐슬’로 걸어 들어갔다.
  • ‘로열 캐슬’에 들어서자마자 허아영은 이곳이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 공간이 이상한 게 아니라 사람들이 배도형을 대하는 태도가 이상했다!
  • 왜 모든 사람들이 ‘배 씨 도련님’이라고 깍듯하게 부르는 거지?
  • 배도형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허아영이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은 인테리어는 이름 그대로 으리으리했지만 그렇다고 촌스러워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장엄함까지 느껴졌다. 게다가 이런 환경에 옆에 있는 철부지까지 더해져 그녀는 더욱 궁금해졌다.
  • 이곳의 주인은 젊고 멋있지만 장사하는 수완이 매섭고 날카롭다는 소문이 있다.
  • 도대체 누가 이런 ‘로열 캐슬’을 전국 곳곳에 열었을까. 또 누가 이곳의 위상을 이런 자리까지 올려놓았을까.
  • ‘로열 캐슬’에 들어가는 것은 부잣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 이런 소문은 간단하지 않았다.
  • “배도형, 돈 가지고 왔어?”
  • 허아영은 배도형을 보며 갑자기 다짜고짜 물었다.
  • 그녀는 이곳 사람들이 그에게 그렇게까지 예의를 갖추는 이유가 그가 배 씨 가문의 도련님인 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배도형이 아무리 배 씨 가문의 도련님이라고 해도 여기서 무전취식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또 그녀는 그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려는 목적을 아직 달성하지 못했다!
  • “난 이따가 쫓겨 날 생각 없어.”
  • 매니저가 고개를 살짝 돌리자, 배도형의 얼굴빛이 역시나 놀라울 정도로 어두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