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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은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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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라

Last update: 2022-12-01

제1화 ‘호텔 서비스’

  • “벗어!”
  • 낮고 차가운 음성이 귓가에서 울렸다. 순간 냉랭한 분위기가 어두운 방 안에 감돌았다. 하초희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 ‘세상에! 목소리가 너무 듣기 좋잖아. 덮치고 싶은 목소리야!’
  • 그녀는 멍한 표정으로 군침을 삼켰다.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대놓고 옷을 벗으라고 하는 남자는 처음이었다.
  • “아….”
  • 그녀는 취기에 머리를 힘껏 흔들었다. 그러자 머리가 더 깨질 것 같았고 온몸이 달아올랐다.
  • ‘응? 이게 아닌데…. 내 방에 왜 남자가 있지!?’
  • 하초희는 벽을 짚으며 어지러운 머리를 들고 소리가 났던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소파에 고급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이 어렴풋이 보였다.
  • 남자가 앉아 있는 곳은 등불이 비추지 않아 남자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훤칠한 몸집에서 강한 카리스마가 풍기고 있어 당장이라도 고개 숙여 인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군침을 삼킨 하초희는 남자가 있는 곳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 ‘호텔 측에서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난 아무런 서비스도 주문한 적 없잖아! 이벤트에 포함된 건가? 그것도 회장님 컨셉의 남자를?! 이게 무슨 상황이야?’
  • “당신 누구야? 왜 내 방에 있어?”
  • 온몸이 달아오른 그녀는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애써 옷깃을 잡아당기며 물었다. 말이 끝나기 바쁘게 주변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 냉랭하고 날카로운 분위기가 온몸을 감싸자, 그녀는 그저 이 방에서 도망치고만 싶었다.
  • ‘그런데 여긴 내 방이잖아?’
  • 하초희는 다시 발걸음을 멈추고 비틀비틀 남자를 향해 걸어갔다.
  • ‘이벤트면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 어차피 재수 없는 일투성이인데….’
  • “호텔에 이런 서비스가 있는 줄은 몰랐네? 남자를 서비스로 주다니….”
  • 그녀는 멍청한 웃음을 지으며 남자에게 다가가다가 하마터면 벽에 부딪쳐 넘어질 뻔했다. 남자는 말 없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라이터의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순간 불길이 치솟았다. 알싸한 담배 냄새가 방안에서 풍겼다.
  • 남자의 차가우면서도 조각 같은 얼굴이 불빛에 비쳤다. 밤의 제왕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위험해 보이는 남자였다.
  • ”아!”
  • 계속 앞으로 향하던 하초희는 탁자에 무릎을 부딪치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한참 뒤에야 무거운 머리를 쳐들고 남자를 향해 입을 열었다.
  • “부축도 안 해줘?”
  • ‘이게 무슨 서비스야! 이 집 서비스가 왜 이래!’
  •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남자는 몸을 일으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 차가운 기운을 뿜고 있었다.
  • 위험한 남자!
  • 그는 고귀하고 차가운 제왕처럼 매서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술 취한 하초희도 그 카리스마에 짓눌려 조금 기가 죽었다.
  • ‘왜 이렇게 고귀한 척 텃세를 부려? 쳇, 그럼 내가 다가가면 되지….’
  • 이미 술에 취해 판단이 흐려진 하초희는 남자의 표정 변화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힘 풀린 몸을 억지로 일으키고 탁자에 손을 짚고 앞으로 다가가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순간 그녀는 화가 치밀어 탁자를 향해 소리 질렀다.
  • “뭐야! 길 막지 말고 비켜!”
  • 남자는 여전히 미동도 않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 “아니, 저기! 이미 왔으면서 뭘 그렇게 고고한 척하고 있어? 남자는 부드러운 게 매력이지… 고객이 다 무서워서 도망가겠어.”
  • 그녀가 힘들게 그의 앞에 다가갔다.
  • “꺽…”
  • 그런데 순간 술기운이 확 올라온 그녀는 트림과 함께 몸을 비틀거리다가 결국 소파에 걸려 남자의 몸에 쓰러졌다.
  • 순간, 차가운 숨결이 얼굴을 덮치자, 그녀는 열기가 조금 가시는 것을 느끼며 무의식적으로 남자의 몸에 더 밀착했다.
  • 부태준은 자신의 가슴에 몸을 비비는 여자를 보며 서서히 분노가 치솟았다.
  • ‘지금 나를 호스트로 착각한 건가?! 미친 여자 같으니라고!’
  • 꿈쩍도 하지 않던 남자가 차갑게 입을 열었다.
  • “꺼져!”
  • 남자의 매서운 태도에 놀란 하초희가 멍한 표정을 짓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몸을 일으켜 남자의 몸에 올라타더니, 부태준의 옷깃을 잡고 분노에 찬 소리를 질렀다.
  • “너 누군데 감히 나한테 꺼지라는 거야? 싫으면 네가 꺼져. 이 방은 내가 예약한 내 방이야!”
  • 어두운 불빛 아래 남자가 미간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눈동자를 번뜩였다.
  • 순간 하초희는 남자의 매서운 표정에 놀라서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 조금 전까지 당당하게 소리 지르던 그녀는 바로 기가 죽었다.
  • ‘위험한 남자야….’
  • 부태준은 분노로 가득 찬 여자의 예쁜 눈동자를 바라보며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 ‘그 여자와 참 닮았어!’
  • 술 냄새와 함께 시원하면서도 상큼한 여인의 향기가 코를 자극하자, 그는 감전이라도 된 듯 온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 그랬다. 그는 처음 보는 이 여자에게 반응한 것이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충동이 혈액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 부태준의 까만 눈동자가 점점 더 혼탁해졌다.
  • 그는 기다란 손가락으로 여자의 턱을 들어 여자와 눈빛을 맞추며 여유롭게 물었다.
  • “내가 누군지 알고 이러는 거야?”
  • “하! 너 그냥 팔러 온 몸이잖아. 뭐 이런 바보 같은 물음이 다 있어. 그래도 잘생긴 외모를 봐서 내 처음은… 너에게 줄게.”
  • 하초희는 눈길을 돌려 그의 조각 같은 얼굴을 만지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부태준은 눈썹을 찡긋하고는 담배 연기를 내뱉으며 빙그레 웃었다.
  • 그는 소파에 기댄 채 한 손에는 담배를, 한 손은 소파 등받이에 걸쳐 놓은 채 자신감 넘치면서도 차가운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 “신상정보.”
  • 하지만 술에 취할 대로 취한 하초희는 그 말뜻을 오해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내 대답했다.
  • “좀 부족한 E컵.”
  • 낮은 웃음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졌다.
  • ‘재미있는 여자네!’
  • 그는 단순히 나이를 물었을 뿐인데 잘못 듣고 이상한 대답을 했다. 부태준은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그녀의 가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비스듬히 올렸다.
  • “확실해?”
  • 남자의 미심쩍은 눈빛을 느낀 하초희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 ‘이 자식 지금 내 가슴을 비웃은 거야?’
  • 그녀가 팔짱을 끼고 허리를 곧게 펴고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차갑게 말했다.
  • “아저씨, 정말 너무하네. 나 진짜 E컵이라고! 그리고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나를 평가해? 나도 당신처럼 늙은 아저씨는 싫거든?”
  • 비록 어두워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눈앞에 이 남자는 최소 그녀보다 다섯 살은 많아 보였다.
  • “그 방면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그래서 내 주의력을 분산시키려는 수작 아니냐고? 나 같이 파릇파릇한 미인이 같이 잠을 자 주겠다고 했으면 영광으로 알아야지!”
  •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방 안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부태준은 냉기가 뚝뚝 흐르는 시선으로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 여자가 남성적인 능력을 언급하며 비아냥거리는데 가만히 참고 있을 남자는 세상에 없었다.
  • 그 상대가 부태준이라면 더욱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