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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팔려 온 여자

  • 하초희는 급히 부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 하지만 대문에 들어서기 바쁘게 한 집사의 수하들에게 끌려 저택에 끌려 들어갔다.
  • “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이거 놔. 나 절로 걸을게.”
  • 하초희는 양발이 허공에 뜬 채 보기 흉한 모양새로 끌려가게 되자 분노에 찬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기골이 장대한 두 수하의 손아귀를 벗어나기는 어려웠고 발버둥질 칠수록 점점 더 팔목이 아팠다.
  • 방안에 들어온 고용인은 하초희를 힘껏 던졌고, 그녀는 무릎이 꿇린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 두꺼운 카펫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무릎에서 피가 흘렀을 것이다.
  • ‘정말 너무하네!’
  • “꿇어!”
  • 하지만 화를 내기도 전에 머리 위에서 차가운 외침이 들려왔다.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든 하초희는 그제야 소파에 단정이 앉아 있는 부씨 가문 노부인의 얼굴을 확인했다. 그녀의 등 뒤에는 한 집사를 포함한 많은 고용인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 노부인은 강한 카리스마를 풍기며 차갑게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 마치 여왕이 군림한 듯한 모습에 하초희는 가슴이 철렁해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 한편, 훤칠한 키에 고급 정장을 갖춰 입은 남자가 당당한 발걸음으로 호텔을 나오고 있었다. 남자의 뒤에는 경호원들이 뒤따랐다.
  • 차가운 눈빛을 한 남자는 온몸에서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를 풍기고 있었다.
  • “대표님, 회사로 모실까요? 아니면 본가로 모실까요?”
  • 안경을 낀 남자가 그의 뒤를 바싹 쫓아가며 공손히 입을 열었다.
  • “회사로 가자!”
  • 부태준은 안절부절못하는 비서를 차갑게 응시한 뒤, 무표정으로 뚜벅뚜벅 앞에 세워진 차에 다가갔다.
  • 부태준의 수행 비서인 정찬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
  • “대표님, 타시죠!”
  • ‘어르신, 부탁을 들어 드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 부태준이 차에 타자 정찬도 천천히 차 문을 닫고 조수석에 탔다. 미리 대기하고 있던 운전기사가 시동을 걸었다. 정찬은 백미러를 통해 상사의 눈치를 살폈다.
  • 하지만 남자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긴 속눈썹이 꿈틀거리는 것으로 보아 무슨 생각에 잠긴 듯했다. 타고난 카리스마와 고귀한 분위기, 보는 사람이 넋을 잃게 만드는 외모였다.
  • 부태준은 잠시 생각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정찬의 눈길을 마주했다.
  • “어젯밤 그 여자를 찾아!”
  • “네?”
  • 정찬은 한참 생각을 굴려서야 그 말을 알아들었다.
  • “네!”
  • 그는 황급히 대답하며 노트북을 꺼내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잠시 후, 화면에 호텔 스위트룸 복도에 설치된 CCTV 영상이 나타났다. 스위트룸에서 나오는 여자의 얼굴이 포착되자 정찬은 흠칫 놀라며 얼굴을 확대했다. 고화질 카메라라 솜털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화면 속 여자는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정찬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 ‘이 여자가 대표님과 같이 밤을 보낸 여자라고?’
  • 반짝이는 까만 눈, 생기 넘치는 앳된 얼굴, 한눈에 봐도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자였다.
  • ‘대표님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셨어?’
  • 하지만 여자의 얼굴은 어딘가 낯이 익었다. 정찬은 갑자기 눈을 빛내며 핸드폰을 꺼내 사진 속 여자와 CCTV에 찍힌 여자의 얼굴을 대조했다.
  • 순간 정찬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을 휘둥그레 떴다.
  • ‘이분은….’
  • “무슨 문제라도 있어?”
  • 정찬이 말이 없자 부태준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느려?’
  • “대표님, 이 아가씨랑 밤을 같이 보낸 게 확실합니까?”
  • 정찬이 컴퓨터 화면을 부태준에게 들이밀며 물었다. 까맣고 동그란 눈이 부태준의 마음을 간지럽혔다. 부태준은 순간 만지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 그는 굳은 표정으로 차갑게 정찬을 쏘아보며 물었다.
  • “뭘 이렇게 크게 확대했어? 이 여자 맞아!”
  • 그는 재빨리 노트북을 가로채고 영상과 호텔 데이터를 삭제했다.
  • ‘이 여자 이렇게 입고 나간 거야?’
  • 잠시뿐이었지만 화면 속 여자의 섹시한 모습에 부태준은 다시 온몸의 혈액이 하반신으로 쏠렸다.
  • ‘제길!’
  • “대표님! 이분이 어르신께서 사 온 그 여자입니다!”
  • 정찬이 놀란 표정으로 핸드폰을 부태준에게 내밀며 말했다.
  • ‘무슨 이런 우연이….’
  • 핸드폰 속 사진을 확인한 부태준은 순간 미간을 확 찌푸리다가 사악한 눈빛을 빛냈다.
  • ‘이 여자였어!’
  • 빙그레 미소 짓던 그는 이내 어젯밤 여자가 했던 말이 떠올라 다시 표정이 굳었다.
  • “…난 아기 낳기 싫어. 그런 병든 영감이랑 자기 싫다고! 변태 같아!”
  • 부태준은 험악한 표정으로 이를 악물었다.
  • ‘나를 감히 늙은 영감에 변태로 비유했어?’
  • 이런 식으로 그를 평가한 사람은 그녀가 처음이었다!
  • ‘흥! 공교롭게 됐네.’
  • 어젯밤 주제도 모르고 그의 방까지 따라온 여자를 차갑게 쫓아냈었는데 그녀가 방에 들어왔던 것이다. 당장 쫓아내고 싶었지만 어쩐 일인지 그 맑은 눈동자를 보고 생각을 바꾸었었다.
  • 그리고 진짜 몸이 반응했고 그들은 뜨거운 밤을 함께 보냈다. 여자의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린 그는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호흡이 거칠어졌다.
  • 하지만 어젯밤 그녀가 하마터면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겼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치솟았다. 부태준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얼굴에 대고 겁 없이 욕설을 퍼부은 여자도 그녀가 처음이었다. 그는 자신의 신분을 알게 된 후, 그녀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 “본가로 가자!”
  • 노트북을 내려놓은 부태준이 입술을 꽉 깨물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명령했다. 뒤에서 강한 냉기가 불어오자 정찬은 감히 이유를 묻지도 못하고 곧장 기사에게 차를 돌리라고 명령했다.
  • 짝!
  • 무릎을 꿇은 하초희의 얼굴에 무거운 잡지와 신문이 날아왔다. 그녀는 얼른 몸을 피했지만, 날카로운 잡지 모서리에 이마를 맞고 피를 흘렸다.
  •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똑똑히 봐! 감히 우리 부씨 가문 얼굴에 먹칠을 해?”
  • 분노한 노부인이 연신 지팡이로 바닥을 치며 냉랭한 시선으로 여자를 노려보았다. 예리한 눈동자는 이내 하초희 목덜미에 찍힌 붉은 자국을 발견했다.
  • 노부인은 화가 나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수치도 모르는 여자를 사 온 거지?’
  • 손자와 사주가 꼭 맞는다는 무당의 말이 아니었으면 당장이라도 이 파렴치한 여자를 쫓아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 “너 겁도 없이 우리 가문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감히 밖에서 허튼짓하고 돌아다녀? 우리 부씨 가문이 만만해? 응?”
  • 살기 어린 노부인의 눈빛을 마주한 하초희는 아연실색해서 이마에 흐르는 피를 닦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녀는 황급히 바닥에 떨어진 잡지를 펼쳐보았다. 스위트룸에서 황급히 도망치는 자신의 모습을 확인한 그녀는 순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