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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아직도 나한테 관심이 있어요?

  • 그녀는 나지막하게 웃었고 웃음소리는 조금 차가워졌다
  • “최수호씨, 나는 당신이 내 일에 신경을 안 쓰는 줄 알았어요. 당신 아직도 나라는 사람한테 관심이 있는지 물어야 하는 거예요?”
  • 최수호는 아무 대답이 없었고 입술을 더욱 꼭 다물었다. 송민아는 마음이 불편했고 차가운 얼굴을 한 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
  • 차가운 물에 한동안 있었던 탓인지 그날 밤 송민아는 열이 조금 났고 밤새 꿈을 꾸었다. 최수호를 만났을 때부터 그녀가 묵묵히 그가 다른 여자와 사랑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나중에는 그들이 같이 있고 결혼을 하였으며 마지막 장면은 그들의 결혼식에서 멈췄다. 최수호는 두 눈에 핏기가 가득 차 있었고 얼굴은 피곤함이 역력했으며 두 눈에는 미움으로 가득 찬 채 차갑게 그녀에게 묻고 있었다.
  • “다시 한번 말해봐, 나한테 미안한 일을 한 적이 있어, 없어?!”
  • 그녀는 주먹을 꼭 쥐고 고개를 저었으며 최수호의 표정은 갑자기 어둡게 변해갔다.
  • “그래, 너의 마음대로 해.”
  • 미움으로 가득 찬 그의 표정이 꿈속에서 다시 한번 중복되었으며 송민아는 놀라서 깨어났다. 송민아는 몸을 일으켜 앉아서 이불을 안고 깊은숨을 내쉬었고 시계를 보니 새벽 4시였다. 하지만 송민아는 더 이상 잠들 수 없었다. 이튿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 밑에 다크서클이 깊게 드리웠으며 화장을 진하게 해서야 겨우 감출 수 있었다.
  • 아래층에서 최수호는 밥상 옆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고 양정아는 옆에서 그에게 잔소리를 하고 있었다. 매일 일찍 돌아와서 송민아가 혼자 외롭게 하지 말라는 그런 말들이었고 평소대로라면 최수호는 귀찮다고 양정아의 말을 끊었을 테지만 오늘은 이상하게 반박도 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는 송민아를 바라보며 알았다고 대답까지 했다. 양정아는 아주 기뻤으며 몸을 돌려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송민아를 바라보며 웃는 얼굴로 그녀를 향해 손을 저었다.
  • “민아야, 빨리 와서 아침을 먹어.”
  • 자신의 아들이 생각을 정리했다고 생각을 한 것이 분명했다. 송민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양정아를 향해 몸을 숙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 “어머님, 저 오늘 아침에 일이 좀 있어서 집에서 밥을 먹을 수 없어요.”
  • 말을 마친 그녀는 양정아의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별장 밖을 향해 걸어갔으며 양정아가 뒤늦게 알아차리고 최수호를 노려보며 말했다.
  • “너 때문이야. 네가 자꾸 민아한테 차갑게 구니까 민아가 화가 난 거잖아. 너 오늘 반드시 민아를 잘 달래. 저녁에 같이 집에 돌아오지 않을 거면 앞으로 이 집에 돌아오지 마.”
  • 최수호는 송민아가 떠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한순간 두 눈에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떠올랐다.
  • 어젯밤 고씨가 최씨의 비치 프로젝트 디자인 원고를 받은 일에 대하여 회사에서는 소문이 자자했으며 일등공신이 송민아라 자연적으로 또 한 번 소문이 퍼졌다. 아침부터 송민아는 기분이 별로 안 좋았으며 회사에 가는 길에 해열제를 사서 먹고 나니 잠이 몰려왔지만 디자인 원고가 겨우 첫발을 내디딘 것을 생각하고 정신을 차리고 디자인 원고를 수정했다. 한 부분의 수치를 계산하고 있을 때 갑자기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서류들이 쏟아졌다. 그녀가 고개를 들고 보니 방설이 노기등등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 “무슨 일이에요?”
  • 송민아는 의자를 뒤로 밀고 담담하게 물었다. 방설에 대하여 그녀는 대범할 수 없었고 두 사람 사이에 예전에 아무런 트러블이 없었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방설에게 기분 좋게 대할 수는 없었다.
  • “당신이 나한테 무슨 일이냐고 묻는 거예요?!”
  • 진한 화장을 한 방설의 얼굴은 조금 일그러졌으며 이글 거리는 두 눈은 불이라도 뿜을 기세였다.
  • “어제 오후에 고씨에 비치 프로젝트를 의논하러 갈 때 왜 나를 기다리지 않은 거예요?”
  • 방설의 얼굴에는 부자연스러운 홍조가 떠올랐고 송민아는 헛기침을 두 번 하더니 아예 펜을 내려놓고 말했다.
  • “제가 당신을 기다릴 순 있어요. 하지만 고씨 프로젝트 부서에서 시간을 다 잡았는데 고씨에서도 당신을 기다려야 돼요?”
  • 어제 오후에 자신이 최수호와 함께 있는 시간을 욕심내는 바람에 회사에 들어오지 않은 것이 생각난 방설은 기세가 조금 수그러들었지만 송민아가 잘난 척하는 모습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어제의 그 공로를 사람들은 송민아 한 사람의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어젯밤엔? 고씨와 식사 자리가 있었으면서 왜 나를 불러 같이 가지 않았어요?!”
  • 방설은 송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 “이 프로젝트는 우리가 함께 한 거잖아요? 왜 나한테 물어보지 않은 거예요?”
  • “그래요. 당신도 이 프로젝트가 우리가 함께 하는 거라는 걸 알고 있네요. 그럼 어제 오후에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은 거예요?”
  • 송민아는 그녀의 소란에 머리가 아파왔고 차가운 눈빛으로 방설을 노려보았다.
  • “저… 저는 최 대표님과 볼일이 좀 있었어요. 못 믿겠으면 최 대표님에게 가서 물어봐요! 화제를 돌리지 말고 어젯밤의 일을 얘기해요. 왜 저한테 아무 말도 없이 혼자 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