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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다시 돌아온 남자

  • 고씨 집안은 부산에서 내노라는 대가족이었고 송씨 집안의 사람인 그녀도 당연히 고씨 집안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 고현이라는 사람은 고씨 집안의 넷째였는데 그의 위로 누나 한 명과 형 두 명이 있었다. 누나는 결혼을 했고 형 한 명은 군에 있고 다른 한 명은 정치계에서 활동하고 있었으며 고현만 상업계를 좋아하여 고씨 어르신이 가장 아끼는 막냇손자였다.
  • 하지만 몇 년 전부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가 고씨 가문을 계승 받기 싫어한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또 갑자기 귀국하여 고씨 가문을 계승 받는다고 한다. 그는 고씨 가문의 계승자로서 멋진 외모와 훤칠한 몸매, 그리고 신분지위까지 더해져 많은 여자들의 선호를 받고 있었다.
  • 하지만 그 눈빛이 어딘가 익숙했는데… 아마 차가운 그 눈빛에 최수호를 떠올린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최수호를 떠올리니 방설의 방금 전 표정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송민아는 마음이 아파오며 숨을 쉴 수 없었다.
  • “헤헤, 미남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거면 됐어요. 사는 게 워낙 힘들어서 조금이라도 기분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거죠.”
  • 송민아는 웃으면서 방금 보고 있던 서류들을 정리하여 진소미에게 건넸다.
  • “가봐, 남신의 회사에 가서 힘든 생활에 기쁨을 조금 더해.”
  • 진소미는 멍해졌다가 무슨 말인지 알아차리고 얼굴에 웃음꽃을 피웠다.
  • “와, 민아 언니, 고씨의 비치 고급 아파트 프로젝트예요? 방설이 오면 다시 얘기하자고 하지 않았어요?”
  • “그녀를 기다릴 수 없어. 오늘는 네가 대신해서 다녀와.”
  • 아마 지금쯤 그녀는 최수호와 함께 있느라 고씨에 가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송민아는 속으로 웃었다.
  • “알겠습니다. 꼭 잘 하고 올게요!”
  • 고씨의 지하 주차장에 도착한 송민아의 하얀색 BMW의 옆으로 두 대의 벤틀리가 지나갔다. 앞에 있는 벤틀리는 아주 눈에 띄었는데 송민아가 잘 못 기억한 게 아니라면 이것은 작년 런던 벤들리 발표회의 메인 모델이었으며 전 세계에 한 대뿐인데 소문에 의하면 신비한 상인 한 명이 사 갔다고 했다.
  • 시선이 마주치는 동안 송민아는 벤틀리 뮬산 뒷좌석에 한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보았고 불빛이 어두워 검은 그림자밖에 보지 못했으나 아주 멋지고 고귀하게 느껴졌다. 무엇인가 느낌이 왔는지 뒷좌석에 있던 남자는 갑자기 눈을 떴고 송민아의 차는 이미 그의 옆을 지나가고 있었다. 고씨 주차장에서 한참을 돌아서야 일반 손님 주차 자리를 찾았다.
  • 송민아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할 때 갑자기 손 하나가 들어오더니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것을 막았다.
  • “미안해요. 몇 사람 더 타도되죠?”
  • 밖에서 남자들이 우르르 몰려왔고 다들 정장을 입고 있었으며 딱 봐도 어느 업계의 엘리트들인 것 같았다. 말을 하던 그 사람은 온화한 모습으로 송민아를 바라봤고 송민아는 멍하니 있다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 남자는 그녀를 향해 웃더니 몸을 피해 뒤쪽으로 후퇴했으며 딱 봐도 비서급의 인물이었다.
  • 그때 뒤에 있던 진소미가 숨을 들이쉬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등을 찔렀고 송민아가 고개를 들고 깊숙한 눈빛을 하고 있는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 눈의 주인은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잘 생기고 성숙해 보였으며 키도 가장 컸으며 30대 중반 정도로 보였다.
  • 그는 품위 있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있어 곧은 몸매가 더욱 돋보였다. 그는 기질이 남달랐으며 은연중 패기가 넘쳤지만 또 차분해 보였고 하얀 와이셔츠를 입고 있어 깨끗한 이미지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뗄 수 없게 하였다.
  • 고씨의 신임 대표님인 고현이었다! 송민아의 시선을 느낀 그 남자는 담담히 시선을 송민아에게 멈췄고 기다란 다리를 옮겨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왔다. 차가운 기운에 송민아는 혀를 내둘었다.
  • “고… 고… 고… 웁!”
  • 진소미가 실태 하기 전에 송민아는 팔꿈치로 그녀를 툭 치고 나서 진소미를 이끌고 왼쪽으로 두 걸음 정도 옮겼고 사람들이 우르르 엘리베이터 안으로 몰려들어왔다.
  • “민아 언니, 남신 고현이에요!”
  • 진소미는 자신이 느끼는 낮은 소리로 송민아의 귓가에 대고 흥분에 겨워 말을 했고 송민아는 얼굴이 뜨거워졌다. 특히 방금 전 그 비서가 헛기침을 하자 그녀는 창피한 듯 고개를 돌려 무표정해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같은 줄에 서있었기 때문에 송민아는 그의 깨끗하고 예리한 옆모습만 볼 수 있었는데 칼 날처럼 낯선 사람은 멀리 가라는 듯한 차가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잘못 기억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현 같은 인물들은 자신만의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면 됐기에 이런 공용 엘리베이터를 탈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