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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술에 취한 남자를 집에 바래 주다

  • “제가 원래 고 대표님을 오피스텔에 모셔가려 했는데 방금 병원에서 전화가 와서 저의 여자친구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가고 있다고 해서요. 급히 부탁할 사람도 없고 방금 관정에 들어갈 때 송민아씨도 거기 있길래 염치를 무릅쓰고 부탁을 하는 거예요. 귀찮으시겠지만 고 대표님을 집까지 모셔다드릴 순 없을까요? 지금 많이 취하셔서 운전을 할 수 없거든요. 다른 사람은 제가 걱정이 좀 돼서요.”
  • “…”
  • 송민아는 숨을 길게 들이쉬고 이마를 만지며 난감하게 말했다.
  • “하지만…”
  • “부탁 좀 할게요. 송민아씨, 병원 쪽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지금 빨리 병원에 가봐야 하는데 정말 한 번만 부탁할게요. 저의 여자친구한테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을까 걱정돼서 그래요.”
  • 진우 여자친구가 어느 정도의 상처를 입은 건지 모르겠지만 송민아는 이런 상황에서 진우의 부탁을 거절 한다면 비치의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길 것 같았고 진우에게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
  • “… 그래요, 지금 어디에 계세요?”
  • “주차장 A 구역 XXX 번, 차 번호는 XXXXX 예요.”
  • 말을 마친 진우는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 더 이상 말을 하다간 들킬 것 같았기 때문이다. 송민아는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고 두 다리를 끌고 진 비서가 말한 곳으로 걸어갔다. 진우가 말한 곳에 도착하자 진우가 손에 핸드폰을 든 채 옆에 세워진 은색 벤틀리 뮬산 앞에서 조급하게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녀를 본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그녀에게 다가왔다.
  • “송민아씨, 너무 고마워요. 앞으로 송민아씨가 도움이 필요하면 무조건 저를 부르세요. 제가 힘을 다해 도울게요! 차 키는 차에 놓았고 고 대표님 주소는 XXXXX예요. 송민아씨, 고 대표님이 술에 취했으니 집에 도착하면 술을 깰 수 있는 국 한 그릇만 부탁해요. 너무 고마워요!”
  • 말을 마친 그는 송민아의 말을 기다리지도 않고 주차장 밖을 향해 달려나갔다.
  • “…”
  • 송민아는 진우가 도망가는 듯한 뒷모습을 보며 어딘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몸을 돌려 벤틀리 뮬산 뒷좌석을 바라보았다. 고현의 섹시한 몸매가 눈에 띄었고 그 시각 뒷좌석에 비스듬히 앉아 있었다. 그는 오른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고개를 떨구고 있어 그의 얼굴을 볼 수 없었지만 오른손의 힘줄이 불끈 한 걸로 보아 지금 아주 힘들어 보였다.
  • 가까이 다가가니 올리지 않은 차창으로 술 냄새가 풍겨왔고 송민아는 눈썹을 찌푸렸다.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걸까…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정신을 가다듬고는 그대로 차에 올라탔다. 차창을 조금 올려 뒷좌석에 앉은 남자가 차가운 바람을 맞지 않으면서도 너무 답답하지 않게 했으며 시동을 걸기 전에 뒷좌석의 남자에게 말했다.
  • “고 대표님, 진 비서가 이미 갔으니 좀 있다 제가 안전하게 모셔드리겠습니다. 가는 도중 불편하시면 저한테 얘기해 주세요.”
  • 뒤에 앉은 남자는 대답이 없었고 송민아는 그가 취해서 그런다고 생각을 하고는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섰다.
  • 관정 입구. 최수호는 친구들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룸 안은 시끌벅적했는데 사실 그는 그런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그는 이런 분위기로 자신을 마취시켜야 했다.
  • 입구까지 걸어간 그는 은색 벤틀리 뮬산이 눈앞에서 지나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그는 그 차를 주의한 것이 아니라 그 차를 운전하고 있는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그의 기억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송씨 가문에는 송민아를 포함해서 벤틀리 뮬산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송민아는 누구의 차를 운전하고 있는 것일까?
  • 그는 눈을 찌푸리고 뒷좌석을 봤고 차창이 올려져 있기 때문에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대충 남자라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최수호는 주먹을 꽉 쥐고 송민아에게 전화를 걸었고 핸드폰이 두 번 정도 울리다가 끊어졌다.
  • 그는 표정이 아주 위험하게 변했고 그가 다시 전화를 하기도 전에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방설에게서 걸려온 것이었고 그는 복잡한 기색으로 전화를 받았다.
  • 송민아는 자신이 열이 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기에 감히 속도를 올릴 수 없었으며 정신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이렇게 오랫동안의 운전 경력이 있었지만 그녀는 처음으로 잘 모르는 남자를 뒤에 태웠으며 그 남자를 또 조심스럽게 대해야 했다. 백미러로 뒷좌석에 앉은 남자를 확인했다. 고현은 자세를 바꾸어 의자에 기대어 앉아서 불편한 듯 오른팔로 눈을 감싸고 있었고 얇은 입술은 꼭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몸은 점점 뜨거워졌지만 정신을 더 똑바로 차리려고 노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