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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두 번째 결혼

완벽한 두 번째 결혼

해님꽃

Last update: 2022-04-02

제1화 난감한 착각

  • 와이프와 애인이 동시에 물에 빠진다면 누구를 구할 것인가?
  • 송민아는 며칠 전 친구의 말이 생각났고 마음이 너무 아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녀는 물에 흠뻑 젖어 경직된 채 연회장에 서 있었고 무릎까지 오는 정교한 드레스가 몸에 착 달라붙어 아주 비참한 꼴을 하고 있었다.
  • 주위에는 회사 직원들이 아무렇지 않게 비웃으면서 험담을 하고 있었고 일부러 듣지 않아도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대표님을 꼬셔 사모님 자리에 오르려 한다는 말들이겠지… 독하게 대표님의 여자를 물에 밀어 넣었다고 하는 거겠지… 평소에는 차갑고 오만한 모습을 하고 있으면서 이렇게 염치가 없는 일을 한다고 말을 하고 있겠지…
  • 방금 전 성월의 화원을 거닐고 있다가 최수호의 새로운 애인인 하나와 마주쳤다. 그녀는 현재 잘나가고 있는 스타 배우이다.
  • “송민아씨, 당신이 수호씨의 명의상의 아내라는 걸 알아요. 내가 당신이었으면 창피해서 이혼했을 거예요. 매일 이렇게 그 사람이 다른 여자와 있는 모습을 보고 있는 게 재미있어요?”
  • 이런 상황이 최수호와 결혼한 뒤로 종종 있었다. 송민아는 마음이 아팠고 뭔가를 말하려 하다가 그녀의 표정이 바뀌는 것을 발견하였다. 방금까지 기고만장하여 불꽃을 튕기며 말을 하던 그녀가 갑자기 연약하고 불쌍하게 바뀌었다.
  • “송민아씨, 저도 당신이 수호씨를 좋아한다는 걸 알아요. 만약 수호씨도 당신을 좋아한다면 저는 절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수호씨는 당신을,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 아! 사람 살——”
  • 마지막 단어를 마저 뱉기도 전에 송민아는 앞에 있는 여자에게 밀려 물에 빠졌다. 그 뒤로 남자 한 명이 뛰어 들었고 안타깝게도 구원된 여주인공은 그녀가 아니었다. 송민아는 손을 들어 눈가를 꾹꾹 누르며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물 한 방울을 닦았으며 눈빛은 멀리 떨어지지 않은 연회장 입구를 향했다.
  • 그녀는 정면을 보지 못한 채 최수호의 곧은 뒷모습만 볼 수 있었으며 그는 부드럽게 하나를 품에 끌어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보지 않아도 송민아는 그 시각 최수호의 얼굴에 가슴 아픈 표정을 짓고 있다는 걸 상상할 수 있었다.
  • 그도 자신이 하나를 물에 밀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마음은 누군가 황산 한 컵을 뿌린 것 같았으며 송민아는 손으로 그곳을 누르고 주먹을 쥔 손은 점점 하얗게 변해갔다.
  • 집에 돌아오자 도우미가 웃으면서 맞이했다.
  • “작은 사모님, 오셨어요?”
  • “네.”
  • 송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현관에 놓인 한 쌍의 검은색 구두에 멈췄고 서 아주머니는 애매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사모님께서 카드놀이하러 가셨고 대표님은 방금 돌아오셨습니다. 작은 사모님이 돌아오시면 서재로 와달라고 하셨어요.”
  • 오늘은 그녀의 생일이었다. 송민아는 서 아주머니의 표정을 보자 목이 말랐다.
  • “작은 사모님, 왜 이렇게 젖으셨어요? 빨리 샤워하러 가세요.”
  • 송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최수호의 서재를 지나갈 때 그녀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눈을 감고 그대로 가던 길을 지나갔다. 그녀는 급하게 샤워를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연푸른 색 바탕에 허리 부분에 재스민 꽃이 수놓인 무릎까지 오는 원피스를 골라 입었다.
  • 방금 전 서 아주머니가 그녀에게 수건을 가져다줄 때 수호가 오늘 푸른 장미 한 다발을 사서 서재에 갖다 놓았다고 귀띔했다. 송민아는 조금 긴장이 되었고 그녀가 노크를 하기도 전에 서재의 문이 먼저 열렸으며 최수호가 무표정하게 서재 입구에 서있었다. 그의 얼굴은 웃고 있지 않으면 아주 차가운 느낌을 줬는데 두 눈이 길어서 분명 정이 많은 눈을 하고 있었지만 항상 차가운 눈빛이었다.
  • 그는 양복을 갈아입지 않았고 검은색 양복이 그의 매력을 더해줬으며 타고난 존귀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 “돌아왔으면서 왜 바로 서재로 오지 않았어?”
  • 송민아는 멍해 있다가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 “…방금 연회장에서 옷이 젖어서 샤워를 하느라고요…”
  •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귀찮은 듯 서재로 들어가면서 송민아에게 차가운 뒷모습만 남겼고 송민아는 입을 벌린 채 묵묵히 따라들어갔다. 서재의 인테리어는 최수호의 취향대로 대범하고 화려했으며 다크 브라운으로 깔 맞춤하였는데 낮은 탁자 위의 푸른 장미만 다른 색을 보여주고 있었다. 송민아는 그 꽃다발을 바라보며 잠시 멈칫하다가 넥타이를 정리하고 있는 남자에게 다가갔다.
  • “수호씨, 나는 당신이 오늘 나의 생일이라는 걸 잊은 줄 알았어요.”
  • 연회장에서의 억울함이 사라지는 듯했고 송민아는 최수호의 넥타이를 받으려고 했으나 최수호는 건네주지 않았다.
  • “생일이라고?”
  • 최수호는 그제서야 송민아의 옷차림을 발견한 듯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그 장미 꽃다발을 보고는 고개를 돌려 웃는 듯 마는듯한 표정으로 송민아를 바라보았다.
  • “설마 저 꽃을 당신에게 선물하는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