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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당신의 짝사랑 상대?

  • 하지만 그녀는 연우가 아니었다. 절망의 극치에 달한다고 해도 마음속 한구석에는 그 남자에 대한 기대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구제불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지난 몇 년 동안의 노력이 한순간에 비눗방울처럼 사라지는 것이 억울했다. 그렇게 된다면 자신의 사랑은 뭐가 되는 걸까?
  • 입꼬리를 씰룩이고 난 송민아는 멀지 않은 곳에서 연우가 휘청거리며 넘어지는 척하다가 잘 생긴 남자의 품으로 쓰러졌다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몸을 돌려 돌아오는 것을 발견했다. 관정 회관, 진우는 차 키를 관정의 발레파킹 직원에게 넘겨주고 관정의 로비에 들어섰다. 그는 송민아가 휘청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며 안으로 걸어갔다.
  • 관정의 개인 VIP 룸. 이 룸은 관정의 일반 룸과는 달리 관정의 개인 오락 장소였으며 일반 룸에 비해 고급스러웠다. 그 시각 룸 안에는 담배연기가 자욱했으며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 노래를 부르는 사람, 소리를 지르는 사람들까지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이 룸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부산에서 이름 있는 사람들이고 누구 한 명을 잘못 건드렸다간 앞으로 부산에서 생활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진우는 익숙한 듯 노크를 하고 룸에 들어가서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구석의 불빛은 어두웠으며 체격이 훤칠한 남자 한 명이 거기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 남자는 입가가 조금 오렌지색이 났으며 담배연기가 위로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 진우를 발견한 그 사람은 몸을 앞으로 숙였고 하얀 셔츠에 검은색 정장 바지가 아주 잘 어울렸으며 그 멋진 얼굴이 불빛 속에서 점점 또렷해지기 시작했다. 차갑고 망연한 눈빛이 또렷해지자 진우의 눈빛과 동작은 전보다 더 엄숙해졌다.
  • “고 대표님, 비치 프로젝트에 관하여 이미 3개의 디자인 회사로 확정했습니다. 최씨, 양씨, 그리고 우씨입니다.”
  • 남자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이 없었고 목에 걸린 넥타이를 살짝 풀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현 때문에 억지로 카드놀이를 하고 있던 관월은 불쾌한 듯 말했다.
  • “고현 형, 우리가 형을 위해 준비한 환영파티에서 일 얘기는 하지 말죠?”
  • 사실 이 사람들은 오늘 아침 고현이 찍은 개인 인터뷰를 보고 파티를 핑계로 고현을 끌어왔던 것이다. 고현은 아무렇지 않게 담배를 비벼 끄고 고개를 돌려 담담하게 관월을 힐끗 보더니 말했다.
  • “너의 할머니가 아침에 나한테 전화를 해서 내 옆에 알맞은 여자가 있으면 너한테 소개해 주라고 했어.”
  • 관월은 말문이 막혔고 파리 한 마리를 삼킨 것 같았다. 룸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관씨의 할머니가 아주 기가 세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고현에게 잘해주는 것은 그가 자신의 손자에게 여자를 소개해 줄 수 있기 때문이었고 그 뒤에 숨은 뜻은 여자를 찾아 자신의 손자와 잠을 자게 하라는 것이었다. 옆에 있던 진하성이 카드를 뒤집었고 기분 나쁜 웃음을 지으며 관월의 어깨를 쳤다.
  • “그러게 왜 자꾸 새 머리를 내는 거예요? 미안한데 내가 이겼으니 돈을 내놔요.”
  • 관월은 입을 다시고는 돈을 던지고 카드를 밀었다.
  • “안 놀래요. 자꾸 당신 같은 늙은 남자들과 노니 재미가 없어요.”
  • 노언이 웃었다.
  • “우리 같은 나이 많은 남자들과 놀기 싫으면 어디 가서 여자라도 찾아봐요.”
  • 관월은 가볍게 콧소리를 냈다. 그가 기고만장한 게 아니었고 그를 따르는 여자도 많았는데 다들 몸매며 생긴 것도 아주 예쁘긴 했지만 이 업계의 사람들은 결혼할 여자가 아니면 데리고 오지 않는다는 것을 다 알고 있었다. 관월은 고현이 담담하게 있는 것을 보고 포기할 수 없어서 다가가서 말했다.
  • “고현 형. 형수님을 여기에 데리고 오시면 우리가 나중에 형수님을 잘 보호해 드릴게요.”
  • 고현이 말이 없자 관월은 담이 커져 옆에 있는 진우를 보며 말했다.
  • “당신이 말해봐요. 고현 형이 어느 집 규수가 마음에 든 거예요?”
  • 진우는 자신의 코를 만지며 그분은 이미 규수가 아닌 어느 집 부인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는 감히 그 말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가볍게 기침을 하고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 말했다.
  • “고 대표님, 방금 관정 입구에서 송민아씨와 마주쳤는데 안색이 안 좋았어요.”
  • 담배에 불을 붙이려던 동작이 멈칫했고 눈치 빠른 관월은 다급히 고현에게 불을 붙여주며 두 눈에 빛이 났다.
  • “고현 형, 송민아씨가 누구예요? 형의 짝사랑 상대인가요?”
  • 고현은 눈을 찌푸리고 관월의 얼굴을 흘겨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눈빛으로 열 번 죽였겠지만 오늘은 달랐다. 관월은 마음이 간지러워났고 뭔가를 더 물으려다가 고현이 옆에 있는 보드카를 입에 털어 넣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