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 서재에 추가하기

이전 화 다음 화

제6화 그가 뱉은 연기가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

  • 고씨의 전화에 대하여 송민아는 의외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이렇게 빨리 답변이 올 줄 몰랐다. 전화기 너머에서 오늘 송민아가 설계도를 제출한 프로젝트 팀의 유 차장이 아주 공손하게 말을 하고 있었다.
  • “송민아씨, 이번 비치의 개발은 고 대표님이 책임지고 진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대표님은 최씨의 디자인 원고를 보시고 송민아씨와 이 프로젝트에 대하여 같이 의논을 했으면 좋겠다고 하세요.”
  • 송민아는 놀랐다. 고씨 밑에 있는 프로젝트가 소털처럼 많은데 비치를 고씨의 대표님이 직접 맡아 진행한다고?
  • “유 차장님…”
  • 송민아는 머뭇거리며 말을 했다.
  • “유 차장님이 수고가 많으셨어요. 언제 한 번 시간을 내서 제가 최씨를 대표하여 유 차장님에게 감사를 드리도록 하죠.”
  • 이 말을 들은 유 차장은 그녀가 뭔가를 오해했다는 것을 알아챘고 다급히 대답했다.
  • “감사까지는 필요 없어요. 진 비서의 말에 의하면 오늘 저녁에 고 대표님이 시간이 되신다고 하니까 송민아씨가 기회를 잡으면 좋을 것 같아요.”
  • 비치는 올해 년초에 이미 홍보가 잘 된 프로젝트였고 또 고씨에서 내놓은 프로젝트였기에 최씨가 이것을 따낸다면 부동산 업계에 발을 들인 지 2년밖에 안되는 회사에겐 큰 힘이 되는 것이었다. 송민아는 망설임 없이 대답을 했고 오늘 밤 호운 호텔에서 디자인 원고에 대해 의논을 하자고 약속을 잡은 뒤 전화를 끊었다. 진소미는 오후에 회사에 돌아온 뒤 줄곧 자신의 일로 바빴으며 점심이 지난 뒤 송민아는 더 이상 방설을 보지 못하였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길래 아예 직접 디자인 원고를 들고 지하주차장으로 향했다. 호운에 도착하니 유 차장이 이미 기다리고 있다가 그녀를 보고 얼굴에 아부를 떠는 듯한 웃음을 떠올리며 말했다.
  • “송민아씨, 왔군요. 저를 따라오세요. 고 대표님이 룸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 “미안해요. 늦었어요.”
  • 송민아는 다급히 유 차장을 따라갔고 거의 도착할 무렵 유 차장은 발걸음을 멈추고 얼굴에 웃음을 띤 채 송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 “송민아씨, 이번 프로젝트에 어려움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세요.”
  • 송민아는 유 차장의 열정에 의아했고 유 차장은 헛기침을 하고 나서 말했다.
  • “저도 최씨의 설계도를 봤어요. 송민아씨는 나이도 젊으신데 어떻게 이런 재능이 있는지 참 존경스럽습니다.”
  • 말을 마친 그는 송민아의 의아한 눈빛 속에서 태도 변화가 없이 공경하게 앞에 있는 룸의 문을 열었다. 송민아는 아리송한 표정으로 룸에 들어섰고 뒤에서 들려오는 문을 닫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유 차장은 따라들어오지 않았다.
  • “앉아요.”
  • 앞에서 낮고 차가운 소리가 들려왔으며 마치 첼로의 마지막 음 같았다. 송민아는 몸을 돌렸고 방금 들어올 땐 발견하지 못했는데 지금 보니 이 룸에 고현 한 사람만 식탁 옆에 앉아 있었다. 그는 양복 외투를 입고 있지 않았으며 흰색 와이셔츠 옷깃을 약간 접고 있었으며 넥타이가 조금 풀려 있었는데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을 때의 단정한 정장 차림에 비하면 조금 신경을 안 쓴 듯했다.
  • 그는 왼손에 담배를 들고 오른손으로 라이터로 불을 켰으며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그 차가운 얼굴은 피어오르는 담배연기 속에서 점점 흐릿하게 변해갔다.
  • “고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 송민아는 고씨에서 많은 사람이 올 줄 알고 많은 문제를 예상하여 답안을 머릿속으로 준비했었는데 이렇게 고현 한 사람만 올 줄을 몰랐다. 그녀는 웃으면서 고현의 맞은 켠에 있는 의자에 앉았고 한 상 가득한 음식을 바라보며 마음이 불안해 왔다. 만약 사람이 많으면 아무 일이 없을 테지만 고현 한 사람만 있으니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스트레스가 느껴졌고 그 두 눈은 마치 누구든 꿰뚫어 볼 수 있는 듯했다.
  • “고 대표님, 저는 최씨 디자인 A 팀의 팀장인 송민아라고 해요. 동시에 최씨의 비치 프로젝트의 주요 담당자이기도 하고요. 이것은 제가 만든 프로젝트 원고인데 한번 봐주세요.”
  • 자기소개를 마친 그녀는 그대로 자신의 원고를 고현의 앞에 놓았고 그녀가 손을 놓자 눈앞의 남자가 갑자기 고개를 들고 담배연기를 그녀의 얼굴에 뿜었다. 송민아는 담배연기에 기침을 하고 나서 칠흑 같은 그의 두 눈과 눈이 마주치고 어색하게 자신의 의자에 도로 앉았다. 고현의 시선은 담담하게 그 원고에 멈췄으며 그 눈빛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송민아는 곧 그가 원고를 한쪽에 밀쳐 놓는 것을 보았다.
  • “송민아씨, 이미 결혼하셨다면서요?”
  • 그는 갑자기 엉뚱하게 물어왔고 차가운 표정으로 턱을 살짝 들고 온몸으로 고귀한 기품을 드러냈다.